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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드라큘라’ 김준수와 린지(임민지)! 노력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배우들이 만드는 절절한 감동과 공감은?

발행일 : 2020-03-07 07:00:00

오디컴퍼니 제작, 뮤지컬 <드라큘라(Dracula:The Musical)>가 2월 11일부터 6월 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가장 섬뜩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인간의 궁극적인 욕망 두 가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큘라 역 김준수와 미나 역 린지(임민지)는 이어지는 감정선, 끊기지 않는 지속성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뛰어난 케미를 발휘하기 때문에, 드라큘라에 감정이입한 관객과 미나에 감정이입한 관객 모두 공감과 감동의 여운을 향유할 수 있다.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 가장 섬뜩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드라큘라>는 겉으로 볼 때 매우 섬뜩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궁극적인 욕망 두 가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원한 삶을 사는 것과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선택한 사랑, 이 두 가지는 직접적으로 크게 혹은 간접적으로 은밀하게 관객을 건드려 공감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인간 욕망의 깊숙한 곳을 직접 건드리기 때문에, 관객은 각자의 성향에 따라 드라큘라(김준수, 전동석, 류정한 분)와 미나(조정은, 임혜영, 린지(임민지) 분)에 더욱 공감할 수도 더 불편해질 수도 있다.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4중 회전 턴테이블과 플라잉(Flying) 기술이 어우러진 입체적인 연출, 몽환적이기도 하지만 장면마다 분명한 정서를 전달하는 무대는 <드라큘라>에 관객이 몰입하는데 도움을 준다. 젊어질 수 있다는 판타지의 화려함과 내면의 서늘함이 동시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다채로운 스타일로 노래하는 린지(임민지)! 가창력을 뽐내기보다, 미나 캐릭터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과 뛰어난 해석력이 돋보인다!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와 마주치면서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휩싸이게 되는 미나 역 린지(임민지)는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노래로 표현한다. 감정을 배제한 듯 담백한 노래로 시작해 미나 캐릭터를 처음에는 맑은 도화지처럼 표현하는데, 굵은 노래로 마음속 전율을 전달하기도 하고, 때로는 노래 한 곡에서 다양한 감정을 모두 표현하기도 한다. 임민지는 고음 절절한 뮤지컬 넘버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발휘한다. 고음을 장악한 임민지의 소름 돋는 가창력에 감탄해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는 관객도 있다.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그렇지만 임민지는 무대에서 모든 노래에 가창력을 발휘하는 것만을 최우선으로 삼지는 않고, 상황에 맞게 뮤지컬 넘버를 소화하기 위해 정말 디테일한 해석과 노력을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자신을 좀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캐릭터의 디테일한 완성도를 위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조차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작품을 대하는 임민지의 마음이 전달된다.

관객은 임민지가 안정적으로 뮤지컬 넘버를 소화한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그 안정성은 전체적으로 그냥 안정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 아니라, 디테일한 해석력과 노력을 통해 한 곡 내에서, 곡과 곡사이에서, 노래와 대사 사이에서의 연결성을 잘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얼핏 들으면 여러 뮤지컬 작품을 통해 그냥 안정적으로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실력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임민지의 노래를 디테일하게 따라가면 정말 많은 노력의 산물로 이런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력했다는 것을 티 내지 않을 수 있는 정도로 더 많은 노력을 해, 그냥 편안하게 보이게 만들었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가창력을 더 뽐낼 수도 있는데, 상황에 맞게 강약 조절과 완급 조절을 하면서도 그런 조절로 인해 노래와 대사, 감정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도록 표현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확 지르고 환호하는 관객들로부터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나 캐릭터 자체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며 완성한 설정에 고개가 절로 끄덕인다. 어쩌면 임민지는 하나의 배역을 맡은 배우가 아닌 연출, 프로듀서의 마인드로 무대를 임했을 수도 있다.
 
임민지는 가사 전달력과 함께 대사 전달력도 뛰어나, 혼자 무대에서 대사를 하는 시간과 노래를 하는 시간에도 무대를 꽉 채운다. <드라큘라>에서 임민지의 미나를 보면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에 대한 공감과 마음속 블랙홀 같은 공간에 대한 공감을 오랜 여운으로 간직할 관객도 많을 것이다.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 광기의 연기와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모두 보여준 김준수! 뮤지컬배우 김준수에 이어 연극배우 김준수를 기대하게 만든다!
 
<드라큘라>는 서늘한 느낌으로 시작한다. 공연 시작부터 김준수의 대사와 목소리는 김준수가 드라큘라 역을 하는 게 아니라, 김준수 내부에 드라큘라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몰입감이 높다.
 
김준수의 바이브레이션, 허기를 느끼는 목소리는 <드라큘라>에서 특히 인상적이다. 뮤지컬배우 김준수는 뮤지컬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스타일이다. 뮤지컬적 창법으로 편하게 부르지 않는다. 공연 후 어떤 배우보다도 에너지 소모가 많은 배우일 것이다.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목을 보호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다는 측면에서 보면, 무대에서 자신을 쏟아붓기 위해 희생을 자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김준수는 능력자라기보다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표상이다.
 
김준수에게 환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 김준수의 연기에 감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으면, 그냥 빠져나지 않고 관객의 귀에 머무르는 바이브레이션의 노래, 관객의 마음에 오래 남는 최선을 다하는 연기가 떠오른다.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드라큘라>에서 김준수는 노래뿐만 아니라 광기 어린 연기로도 돋보인다. 뮤지컬배우가 아닌 연극배우 김준수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잘생긴 김준수가 아닌 뮤지컬배우 김준수에 더욱 열광하게 되는 이유를, 연극배우 김준수로부터 찾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게 된다.
 
드라큘라와 미나의 첫 만남 장면에서 김준수와 임민지가 캐릭터의 관계성을 보여준 연기와 마지막 장면에서의 캐릭터의 관계성을 보여준 연기는, 끊기지 않는 지속성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뛰어난 케미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김준수는 드라큘라를 한 번에 카리스마를 발휘해 미나를 제압하는 캐릭터가 되지 않도록 하는 섬세함을 발휘한다. 제압할 수 있으면서도 제압하지 않는 수위를 유지하며 미묘한 경계선을 지속하는데, 미나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지나친 위협감을 주지 않으면서 매력을 어필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김준수의 그런 노력은 임민지와의 케미를 돋보이게 만든다. 임민지 또한 자신이 드라큘라의 상대역 역할을 잘해서 케미를 만든다고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김준수와의 케미를 만든다. 김준수와 임민지가 연기를 통해 케미를 만들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드라큘라>에서는 김준수의 배려와 겸손함, 임민지의 배려와 겸손함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내가 힘이 있을 경우 상대방을 그냥 장악해버리거나, 아니면 우월적 위치에서 보호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김준수의 드라큘라와 김준수는 임민지의 미나와 임민지를 장악하지 않고, 최대한의 노력을 통해 배려한다. 뮤지컬 속 캐릭터와 배우가 모두 그런 모습을 취한다.
 
뮤지컬배우 김준수를 만나기 위해 <드라큘라>를 찾은 관객은 김준수의 드라큘라에게 감정이입하거나, 드라큘라의 상대역인 미나에게 감정이입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김준수는 무대에서 광기와 카리스마를 발휘하면서도 행동의 점핑, 감동의 점핑이 일어나지 않도록 디테일한 노력을 하는데, 드라큘라에 감정이입한 관객들 또한 몰입한 그대로 감정선을 유지할 수 있다.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드라큘라’ 공연사진.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미나에게 감정이입한 관객의 경우, 관객은 대스타 김준수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있는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임민지는 미나를 표현하면서 드라큘라에게 무작정 반하지도 않고 무작정 밀어내지도 않은 모습을 점핑 없이 끊지 않고 이어서 표현하는데, 이 또한 미나에게 감정이입한 관객이 마음을 세울 수 있게 돕는다. 김준수와 임민지의 케미는 미나에게 감정이입한 관객에게도 편안함과 안정감, 안전감을 준다.
 
<드라큘라> 커튼콜에서의 인사는 김준수와 임민지의 배려와 겸손이 단순한 연기가 아니었음을 느끼게 만든다. 임민지는 간결한 동작으로 짧게 인사를 하고, 관객의 환호를 마지막에 인사하는 김준수에게 바로 넘겼다.
 
김준수도 내가 최고라고 강력하게 어필하며 마무리하지 않고, 관객의 기립박수에 고마워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그런 김준수에게 진정성이 느껴지는데, 직접 관람한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진정성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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