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극본, 박인제 연출,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 제3회, 제4회는 인간의 추악한 내면,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는 인간의 탐욕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게 만든다.
직접 처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세자 이창(주지훈 분)이 조학주(류승룡 분)를 왜 그냥 두었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악당(빌런)이라고 하는 대상이 없어져 대결 구도가 바뀌더라도 계속적인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캐릭터 설정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킹덤 시즌3>를 위해 이창 캐릭터의 질주를 아껴둔 것이라고 여겨진다.
◇ 인간의 추악한 내면!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는, 인간의 탐욕!
<킹덤 시즌2> 제3회에는 조학주와 안현(허준호 분) 사이의 숨겨졌던 비밀, 조학주에게 속았던 안현의 과거 이야기가 나온다. <킹덤 시즌1>에서 안현이 처음 등장했을 때 좋은 사람일 수도 있고, 음흉한 계략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는 복선이 있었는데, <킹덤 시즌2>에서 그 복선을 거둬드린 것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명분은, 가진 자들을 위해 그렇지 못한 사람이 희생되는 것에 대한 합리화일 수 있다. 인간의 추악한 내면,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는데, 역병을 만든 것은 탐욕이라는 말은 누가 진정한 악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 이창이 조학주를 직접 죽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창이 조학주를 직접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킹덤 시즌2>에만 한정해 표면적으로 보면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이야기를 계속 끌고 나가야 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창이 직접 조학주를 처단했으면 갈등의 완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킹덤 시즌3>가 제작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악당(빌런)이라고 하는 대상이 없어져 대결 구도가 바뀌더라도 계속적인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캐릭터 설정이다. 아직 이어갈 이야기를 위해 이창 캐릭터의 질주를 아껴둔 것이라고 여겨진다.
무영(김상호 분)이 배신했다는 것을 알아챘으면서도 이창이 그냥 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표면적인 이유로 이창은 누군가를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서 믿고 싶었다고 직접 말을 하는데, 캐릭터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조학주는 그대로 두고 무영을 처단할 경우 이창 캐릭터에 대한 매력은 급감했을 수 있다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창은 용서하는 캐릭터를 확실하게 구축한 것이다. 통 크게 용서하는 모습은 <킹덤 시즌2>에서 이창의 카리스마, 주지훈의 카리스마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경외감보다는 친근감을 느끼며 응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킹덤 시즌2>에서 서비(배두나 분)의 행동은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줄 수도, 불안감을 줄 수도 있다. 병증과 원인을 찾아내 역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겠다는 정말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위험의 단초를 계속 만들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서비가 하는 일이 만드는 더 큰 위험은, 시청자를 답답하게 만들 수도 있다.
◇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이 선택과 반응을 하는 방법은?
<킹덤 시즌2>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이 선택하고 반응하는 것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영상까지 역병으로 죽는다는 것은, 어떤 누구도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불안감, 무기력함을 전달한다.
끝까지 이창과 대결 구도를 벌일 것 같았던 조학주의 죽음은 긴장감의 해소 없는 저하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창과의 결투로 죽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살리지 않았다. <킹덤 시즌3>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지만, 인간 사이의 갈등은 더 큰 위험 앞에서 별 의미가 없다는 세계관을 알려주고 싶었을 수도 있다.
조학주와 안현 모두 자신의 죗값을 받았다고 말하는 이창의 말에, 영신(김성규 분)은 그들이 죽었어도 세상은 똑같다고 대답한다. 어영대장 민치록(박병은 분)이 시청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이라면, 영신은 시청자들을 대신해서 상황을 평가하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킹덤 시즌1>에서 영신은 뭔가 열심히는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인물이었는데, <킹덤 시즌2>에서는 의지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나아가는 인물로 발전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런 추세로 가면 다음 시즌에서 영신은 더 큰 역할을 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