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라라걸’ 개인의 의지와 도전에 초점! 보편성이 주는 감동과 여운!

발행일 : 2020-04-06 07:00:00

레이첼 그리피스 감독의 <라라걸(Ride Like a Girl)>은 실화를 담고 있다. 155년 역사상 여자 참가자는 단 4명뿐이었던 멜버른 컵에 도전하는 기수인 미셸 페인(테레사 팔머 분)의, 선입견과 편견에 대한 도전과 성장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지난 역사에서의 인간의 의지, 여권 신장의 의지를 부각하기보다는 개인의 도전과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춘다. 계층과 집단 간의 투쟁보다 개인의 의지와 노력, 성장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도전하는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감정이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라라걸’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제공 <‘라라걸’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제공>

◇ 엄마의 부재 속, 아빠와의 갈등을 겪는 딸의 성장 이야기
 
<라라걸>에서 미셸의 엄마는 미셸이 엄마와의 가장 밀접한 관계 형성을 필요로 할 때 세상을 떠난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생긴 엄마의 부재는, 커가며 마주하는 힘든 상황을 미셸이 엄마의 도움 없이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만든다.
 
형제자매가 모두 10명인 집안의 막내인 미셸은 정말 많은 수의 가족과 함께 생활한다. 아빠 패디 페인(샘 닐 분)은 미셸이 어릴 때는 잘 돌봐주지만, 커서 미셸이 기수가 되겠다고 하자 미셸을 만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돕는다.

‘라라걸’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제공 <‘라라걸’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제공>

<라라걸>은 엄마의 부재 속에서 아빠와 갈등을 겪는 딸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요한 점은 딸은 엄마를 원망하기보다는 정말 중요한 순간에 하늘에서 도와줄 거라고 믿고 있고, 아빠를 미워하기보다는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다는 것이다.
 
언니, 오빠들이 기수가 되도록 호되게 몰아쳤던 아빠가 미셸의 도전을 막으려고 했던 것은, 미셸의 재능을 믿지 못하거나 실제로 막고 싶어서가 아니라 잃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라라걸’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제공 <‘라라걸’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제공>

미셸은 아빠에게 마지막 자식이기도 하지만, 엄마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빠는 미셸을 엄마처럼 여겼을 수도 있다. 미셸을 보면서 엄마가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을 수 있는데,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라라걸>에서 미셸은 운전할 때 차를 거칠게 다룬다. 작은 부딪힘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이는 홀로 버텨야 하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무신경해질 수밖에 없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고, 말의 디테일함까지 모두 캐치해 섬세하고 부드럽게 대하는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하기 위했을 수도 있다. 미셸이 말을 대할 때 항상 노력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라라걸’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제공 <‘라라걸’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제공>

◇ 선입견과 편견에 맞선 이야기! 위대한 명분보다 개인의 의지와 노력에 초점을 둬, 도전하는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감정이입할 수 있게 만든다
 
<라라걸>은 도전과 성취, 성장의 이야기인데, 너무 장엄하게 그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그리지도 않았다. 실패와 차별을 너무 우울하게 그리지는 않고, 관객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밝게 표현한 것이다.
 
영화적 인물이 만든 영웅담이라기보다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라는 것을 더욱 느끼게 만든 것이다. 관객은 더욱더 깊게 감정이입해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미셸을 더욱 응원할 수 있고 더 감동받을 수 있다.

‘라라걸’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제공 <‘라라걸’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제공>

영화는 미셸이 여자이기 때문에 받는 선입견과 편견을 간과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개인의 성장이라는 측면에 더 초점을 둔다. 인내심의 의미를 반복함으로써 내면에도 주목하게 만드는데, 세계적인 경주 대회라는 외적인 결과 못지않게 도전하는 마음도 놓치지 않는 것이다.
 
미셸의 오빠 스티비 페인(스티비 페인 분)이 다운증후군이라는 점 또한 같은 맥락에서 영화는 풀어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정 계층과 집단의 투쟁이라기보다는, 편견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냄으로써 <라라걸>은 보편성을 확보한다.

‘라라걸’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제공 <‘라라걸’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제공>

미셸의 오빠 스티비는 보호가 필요한 대상인데, 그렇기 때문에 보호가 필요한 다른 대상을 진심으로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말을 비롯해 마음이 아픈 이들을 더욱 잘 알아채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데, 말과의 교감, 안정과 독려는 스티비와 미셸의 접점이자 연결통로라고 볼 수 있다.
 
미셸이 스티비를 존중한다는 점 또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존중하지 않으면서 보호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존중한다. 스티비는 미셸의 마음을 반영해 주고, 희망과 용기를 주는 말을 하면서 안정감을 선사해, 엄마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다.

‘라라걸’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제공 <‘라라걸’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제공>

만약 미셸이 스티비를 존중하지 않았더라면, 스티비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일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미셸에게 엄마와 같은 안정감과 믿음을 주는 오빠가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라라걸>은 역사상 의미 있는 성취와 성공 못지않게, 과정과 내면의 일관된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은 처음에 자신이 처한 환경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력하지만,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환경을 미워하게 될 수도 있다. 미셸은 그들이 다시 도전하기를 응원할 것이다. <라라걸>의 보편성이 주는 여운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