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차 매매 사이트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던 SK엔카가 등록 매물 면에서 KB차차차에 추월당한 것이다.
SK엔카(대표 김상범)는 SK주식회사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업체다. 2013년 SK C&C의 중고차 사업부가 되었다가 2014년 호주 카세일즈닷컴의 투자를 받아 SK엔카닷컴이 됐다. 역사와 인지도 면에서 국내 톱이라고 할 수 있다.
KB캐피탈(대표 황수남)은 지난 2016년 중고차거래플랫폼 ‘KB차차차’를 론칭해 큰 성공을 거뒀다. 현재 등록된 중고차 매물은 12만3010대(6일 기준)로, ‘SK엔카’를 넘어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KB캐피탈은 올해 초 KB차차차 3.0버전을 출시하며, KB국민카드의 자동차할부 상품과도 연계를 강화했다. KB차차차는 KB국민은행, KB카드, KB캐피탈의 다양한 자동차 금융상품 중 고객에게 꼭 맞는 상품을 추천해주고 대출신청, 실행까지 원스톱으로 이용 가능한 ‘KB 차Easy 통합한도조회’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자동차할부금융사업을 취급하는 카드사는 신한·KB국민·삼성·우리·롯데 등 5개사다. 이들이 지난해 거둔 자동차할부금융수익은 2429억원으로, 전년 대비 9.0% 늘었다. 2015년에 비하면 2.6배나 커진 것이다.
SK엔카의 등록 매물은 11만9461대로 KB차차차보다 적다. 게다가 SK엔카는 KB차차차와 달리 홈페이지 메뉴 안에서 현대캐피탈하고만 연계되어 있다. 은행, 카드사의 서비스는 개별적으로 알아봐야 한다.
수수료에도 차이가 있다. KB차차차는 비교 견적을 통해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딜러에게 차를 파는 ‘팔아줘 차차차’와 직접 차를 올려 개인간 직거래를 하는 ‘직거래 차차차’, 보유 차량을 딜러에게 넘기고 다른 차로 갈아타는 ‘바꿔줘 차차차’ 등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KB차차차가 빠르게 성장한 비결이다.
이에 비해 SK엔카는 ‘팔아줘 차차차’와 비슷한 비교견적 서비스의 경우 2만4000원의 이용료가 있으며, 오는 6월 30일까지만 한시적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간 직거래를 하는 ‘셀프 등록’의 경우 SK엔카는 승용차 2만4000원, 화물차는 3만원을 받는다. 업자들이 주로 쓰는 반복/매매회원용 자유이용권은 차종과 무관하게 13만8000원(1개월/5대)부터 1324만8000원(12개월/50대)의 수수료를 받는다.
두 회사는 방문 예약을 했는데 예약한 차가 팔린 경우 ‘헛걸음 보상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SK엔카는 10만원을, KB차차차는 20만원을 보상해주는 게 차이점이다.
보증 서비스도 차이가 있다. SK엔카는 6개월 또는 1만㎞까지 연장 보증이 적용되며, 소형차는 29만9000원, 준중형/중형은 39만9000원, 대형차는 49만9000원이다. 반면에 KB차차차는 골드(6개월/1만㎞), 프리미엄(12개월/2만㎞) 중에 선택할 수 있고, 국산차만 가능한 SK엔카와 달리 수입차에도 적용된다. 골드 기준으로 1600㏄(준중형차) 이하는 17만원, 1600㏄ 초과는 31만원으로 SK엔카보다 저렴하다. 또, 서비스 한도가 500만원까지인 SK엔카와 달리, KB차차차는 국산차는 1000만원, 수입차는 1500만원까지 선택할 수 있다.
한편 중고차 거래 안전성 면에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예정이다. KB국민카드는 개인간 중고차 거래 시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간 중고차 카드 결제 서비스'를 오는 8월 선보인다.
이 서비스는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 시 개인 판매자에 신용카드 가맹점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해 현금 결제만 가능했던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를 신용카드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차량 거래대금을 지급보증(에스크로) 방식으로 지급해 거래 안정성을 강화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전체 중고차 시장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 안정성과 편의성이 한 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KB캐피탈의 'KB차차차' 등 계열사와 협업해 KB금융그룹 차원에서 중고차 금융 관련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