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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인터뷰] 뮤지컬 ‘드라큘라’ 린지(임민지)! 남겨진 사람의 감정에도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발행일 : 2020-05-10 11:58:23

드라큘라와 마주한 미나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적 이끌림을 담은 뮤지컬 <드라큘라(Dracula:The Musical)>에서 린지(임민지)가 감정이입해 느끼는 미나의 내면에는 어떤 울림과 전율이 있을까? 미나 역 린지를 만나,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 배역에 대한 이야기, 배역에 공감해 몰입하기 위한 연기적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린지(임민지). 사진=린지 배우 제공 <린지(임민지). 사진=린지 배우 제공>

이하 린지 배우와의 일문일답
 
Q1. 안녕하세요? 뮤지컬 <드라큘라>의 미나, <드라큘라>의 린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한 순간 한 순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서 <드라큘라>에 임하기 때문에 매 공연이 끝나면 머리가 아플 정도인데, 미나는 쉽지 않은 역이지만 배우로서 본분을 다하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관객분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제가 노력하는 게 전달되었으면, 그래서 같이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해 더 많이 공감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사랑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사랑이라는 게 중요한 키워드죠.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는 400년 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다닙니다. 다시 사랑하기 위해서. 마음 아프면서도 감동적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드라큘라의 감정은 생각하면서, 남겨진 미나의 감정은 상대적으로 많이 생각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뮤지컬 ‘드라큘라’ 중 제1막 제8장 린지(임민지), 류정한.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드라큘라’ 중 제1막 제8장 린지(임민지), 류정한.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Q2. 제가 뮤지컬에서의 중요한 감정을 놓치고 있었네요. 남겨진 미나의 감정에 대해 이어서 말씀해주세요.
 
드라큘라는 죽음을 통해 멋있게 끝나지만, 남아있는 미나는 어떨까 생각하면 공연을 연습할 때와 공연이 끝나고 나면 우울해져요. 그래서 저는 그 이후에는 반대가 될 것이라고 상상합니다.
 
드라큘라는 죽는데 미나는 그 이전에 피가 빨려 있어요. 이미 흡혈귀가 된 거죠. 그런데 아직 반은 인간이죠. 그렇기 때문에 <드라큘라>의 막이 내린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하면, 반대로 미나가 드라큘라가 돼서 400년 동안 드라큘라를 찾아다닐 것 같아요.
 
미나로서, 그런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나는 주체적이고 관념이 뚜렷한 여성입니다. 약혼자도 있었지만 다 포기하고 드라큘라를 선택했는데, 결국 혼자 남게 됩니다. 되게 많이 우울하기도 하고 슬플 거 같아요.
 
궁극적인 욕망,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선택하는 사랑은 드라큘라 포커스에는 맞아요. 하지만 혼자 남은 미나를 생각하면 엔딩은 더 아쉽고 속상하죠.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게 드라큘라가 사라져버렸으니까요.
 
<드라큘라>에서 쉬운 배역은 하나도 없지만, 특히 미나는 보통 힘든 역할이 아닙니다. 감정표현하기 어려운 역할이죠. 웬만한 사람은 거부할 수 없는 드라큘라를 거부해야 하는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촘촘한 디테일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해내면 느끼는 기쁨 또한 선사합니다.
 
공연 초반 미나는 누구보다도 조신하고 침착합니다. 공연 후반 바뀌는 변화, 감정표현의 변화가 쉽지는 않습니다. 저에게는 미나 같은 그런 용기는 없는 거 같아요, 미나 역을 하면서 그런 감정의 흐름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됩니다. 연기적 경험도 하게 되고요,
 
결혼을 했는데 별안간에 나타난 사람으로 인해서 다 버리고 간다는 것 자체를 객석에 있는 관객들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습니다. 내가 더 처절하게 드라큘라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이려면, 그전에 약혼남 조나단을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은 표현 하나라도 손짓, 몸짓으로 더 많이 사랑하고 해야 한다고.
 
그래야 나중에 이렇게까지 했는데 미나에게 어떤 치명적인 게 전달되었기에 드라큘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구나 하면서 관객이 저에게 동요될 수 있도록, 그렇게 풀어나가려고 무척 많이 노력 중이에요.

뮤지컬 ‘드라큘라’ 중 ‘미나의 유혹(Mina Is Seduction)’ 린지(임민지), 류정한.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드라큘라’ 중 ‘미나의 유혹(Mina Is Seduction)’ 린지(임민지), 류정한.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Q3. 미나는 감정과 행동의 디테일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게 매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배우의 입장에서 보면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만큼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캐릭터인데, 직접 소화하실 때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루시나 드라큘라처럼 표현을 잘하는 그런 역할이 아닙니다. <드라큘라> 제2막에 가서도 참다 참다 내면을 드러내는데, 그때쯤 되면 주변에 있는 인물들이 모두 치고 나와서 감정 표현을 합니다.
 
미나가 드디어 표현을 하기 시작해도 관객은 이미 미나의 표현에만 집중하게 되지 않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미나 캐릭터가 루시나 드라큘라에 비해 표현이 적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공연 초반에는 다른 배역들이 감정을 원활하게 분출할 수 있도록 끌고 나가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다가 감정이 쌓여서, 항상 참기만 하는 미나인 줄 알았는데 정말 못 참겠구나 하는 부분에서 터뜨릴 것을 터뜨리죠. 저는 지금도 무대에 서면 그런 미나의 내면 감정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뮤지컬 ‘드라큘라’ 중 ‘사랑하면 안 돼(Please Don’t Make Me Love You)’ 린지(임민지).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드라큘라’ 중 ‘사랑하면 안 돼(Please Don’t Make Me Love You)’ 린지(임민지).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Q4. <드라큘라>를 보러 오신 관객들로부터 힘을 얻으신다고 들었습니다.
 
댓글이나 관람 리뷰를 통해 저에게 고마운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의 사소한 디테일까지도 다 보고 계시는 구나 느끼면서, 더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알아봐 주시는 게 감사하죠. 저로 인해 눈물까지 흘리며 감동받는 분들을 위해 더욱 진심으로 무대에 오르겠습니다.
 
관객들과 팬 미팅도 하고 싶습니다. 정말 작품에 대한 느낌과 감동을 같이 소통하고 싶어요. 요즘 뮤지컬 배우들이 하는 콘서트도 하고 싶고, 팬 미팅 형식의 콘서트도 하고 싶습니다. 노래도 들려드리고, 질의, 응답도 하고, 어떤 공연을 했을 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연기를 했고 어떤 느낌과 감동을 받았는지 솔직하게 나누고 싶어요.

린지(임민지). 사진=린지 배우 제공 <린지(임민지). 사진=린지 배우 제공>

Q5. 관객들에게, 뮤지컬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직도 미나 공연 오르기 전이면, 미나 공연하는 날이면 되게 예민해져요. 그 전날부터 꿈을 꾸고, 아침부터 하도 예민하다보니까, 보통 공연하기 두 시간 전에 공연장에 도착하는데 극장가기 두 시간 전에도 발성과 노래, 연기 훈련을 계속 합니다.
 
내가 끌고 가는 미나에 있어서 언제 어느 때 어떤 감정의 무기를 써야할지 모르는데, 그 무기가 많고 다양하고 자연스러울수록 좋잖아요. 그 훈련을 하기 위해서, 무기를 언제든지 꺼내기 위해서 두 시간이든 그 이상의 시간이든 극장가기 전에 훈련을 하고 가요.
 
그 훈련한 모습이 그날 그 무대에서 비춰지고 그 비춰진 모습이 관객들에게 전달되고 공유되어 큰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걸 알아봐주신다면 더욱 감사하죠. 지금은 정말 미나 생각을 많이 하고 공연 전에 매일 꿈을 꾸고 예민해지면서도 훈련을 계속 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봐주신다면, 그런 미나를 많이 찾으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미나가 린지였다. 항상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배우라는 것을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저는 다 짊어지는 성격이에요. 일에 대한 욕심이 많고, 일을 하면 예민해져요.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미래 저축형 스타일이라 내일을 위해 오늘을 더 노력해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최근에는 현실에 충실하면서 하나하나를 느끼는 것도 소중하다는 것을 같이 느낍니다.
 
저는 뮤지컬을 보면서, 선배들의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뮤지컬배우의 꿈을 키웠습니다. 저 또한 뮤지컬을 통해서, 연기를 통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꾸준히 최선을 다합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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