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불황으로 자동차 시장이 전년 대비 17% 감소하고, 향후 경제 불황의 지속 여부에 따라 자동차 시장도 불투명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자동차공학회는 19일 서울 페럼파워에서 열린 ‘자동차 기술 및 정책 개발 로드맵 3단계 연구 발표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브리핑에 나선 배충식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가 축소되면서 자동차 시장에서 변화의 흐름이 크게 지연될 것”이라면서 “미래 자동차 트렌드인 전동화,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공유 중에 공유 시장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언택트 마켓은 더욱 커질 것이며, 개별 이동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세계 완성차 시장은 코로나 이전부터 부진의 움직임을 보였다.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이 특히 부진했는데, 미국은 단계적으로 전기차 세금 감면을 줄이고 있으며 테슬라와 GM은 이미 폐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는 매우 공격적이며, 세계 시장 예측치의 2배를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2030년 SDS의 전기차 보급 목표는 30%인데, 우리나라는 33%가 목표라는 것이다. 만약 2030년에 전기차 보조금 중단할 경우 31조6000억원의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균관대학교 황성호 교수는 2022년 기점으로 전기차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황 교수는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은 축소되고 혜택은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2024년 전후로 내연기관차와 가격이 같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는 싱가포르, 프랑스 다음으로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크나, 판매 비율은 2016년 기준으로 0.3%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는 보조금의 50.4%를, 수입 전기 버스는 보조금의 40.4%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 교수는 “전기차는 보조금 없이도 가격 경쟁력을 갖는 게 중요하다”면서 “배터리 가격은 현재 ㎾h당 156달러인데, 2024년쯤 1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국내 수소 상용차시장에서는 2040년까지 80만㎞ 이상 내구성 가진 수소버스 등 수소택시 8만대, 수소버스 4만대, 수소트럭 3만대를 보급한다는 게 업계의 목표다.
서울대학교 김민수 교수는 “세계적으로 수소전기차는 한국과 일본만 양산하고 있어서 보급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적당 출력이 가장 높고, 시스템을 작게 만들 수 있어서 버스, 트럭의 경우는 수소차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김민수 교수는 수소전기차 보급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를 묻는 질문에 “수소충전소가 서울에 네 곳, 전국적으로는 20여 곳에 불과하다”면서 “인프라 문제가 가장 크기 때문에 2040년까지 주요 도시에 시간상으로 15분, 거리상으로 50㎞ 이내에 충전소 이용이 가능하도록 배치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양대 이기형 교수는 2030년에 순수 내연기관은 40%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면서 “친환경차의 막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연기관이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므로 고효율 내연기관 연구는 계속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BNEF)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0년 전 세계 전기 승용차 판매가 170만대로 1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연속 이어진 강한 성장세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그러나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는 23%까지 더 큰 폭의 하락이 예상되며, 앞으로 몇 년간 수송 전기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번 보고서는 연간 전기차 장기 전망에서 2040년까지 전기차가 전 세계 신규 승용차 판매의 58%, 전체 차량 판매의 31%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040년에는 운행 중인 전체 버스의 67%, 이륜차의 47%, 경상용차의 24%를 전기차가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치는 원유 및 전기 시장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이륜차 형태의 수송 전기화로 이미 원유 사용량이 거의 하루 100만 배럴에 가까이 줄고 있으며, 2040년에는 하루 1760만 배럴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 자동차(EV)는 전체 유형에 대해 2040년까지 전 세계 전력 수요에 5.2%를 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BNEF의 첨단 교통 부문장인 콜린 매케리처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2020년 전 세계 자동차 판매의 주요 침체 원인이 될 것이다. 이는 자동차 제조업체의 우선순위 및 전환기 자금동원력에 관한 어려운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장기적인 궤도가 변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3년 동안 시장은 험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BNEF의 분석에 따르면 내연기관(ICE) 차량의 전 세계 판매는 2017년 정점을 찍었고 일시적인 위기 후 회복을 거친 후 장기적인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다. BNEF는 전 세계적 인구 구조의 변화, 도시화 및 공유 모빌리티가 경제 개발의 영향보다 더 중요해지면서, 운행 대수는 계속 증가해도 전체적인 신규 승용차 판매는 2036년에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 모델은 2020년 전 세계 자동차 판매의 3%, 2023년에 약 540만대로 상승해 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 가격의 추가 하락은 2025년경에 전기차의 수명기간 전체비용뿐 아니라 단순 구매 비용에 있어서도 평균적으로 동급 ICE보다 낮아지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구체적 시기는 시장에 따라 차이가 클 것인데, 유럽에서 대형차의 경우 이르면 2022년이 될 것이고, 인도와 일본의 소형차의 경우 2030년이나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망은 전기 이륜차와 수소를 사용하는 연료 전지 차량의 성장 전망 분석에 있어 새로운 장을 열었다. 수소 연료 전지 차량은 주로 동아시아와 유럽 일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2040년까지 전 세계 대형 상용 차량 판매의 3.9% 및 시내버스 판매의 6.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연료 전지차량이 경량 상용차 또는 승용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보고서는 또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사용 증가 및 센서 공급망 구축에 힘입어 완전자율주행차 또는 로보택시(robotaxi)가 2030년대 후반에 더욱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BNEF의 전기운송 부문장인 알렉산드라 오도노반은 “우리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면밀히 살펴보았다. 예측하건데, 2040년까지 공공 충전기 1200만개를 포함해 약 2억9000만개의 충전소가 필요할 것이며 이를 위해 5000억 달러의 누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NEF는 가정, 직장 및 민간 상업 충전기가 이 투자의 78%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공공 충전 인프라 투자는 2040년까지 모든 국가에 걸쳐 누계 1110억 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대부분은 2020년대 민간 부문의 활용률이 높아지면서 수익 창출이 가능하나 일부 지역에서는 정부 보조가 필요할 수 있다.
현재 50만대 이상의 전기 버스, 거의 40만대의 전기 배달용 승합차 및 트럭, 1억8400만대의 전기 모페드, 스쿠터 및 오토바이와 함께 700만대 이상의 승용 EV가 전 세계적으로 운행 중이다. 오늘날 전기 버스 및 전기 이륜차의 대다수는 중국에서 운행 중이다.
이 보고서는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봉쇄가 완화되면 시내버스와 지하철 이용객의 감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도시 내의 교통 정체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유 모빌리티 운영자는 타격을 입었으나 음식 배달, 물류 및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에 힘입어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하고 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