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업종 지정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이에 대비해 인증 중고차 사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11일 서울 동대문에 자리한 교학모터스 벤츠 전시장에서 만난 이상국 세일즈 총괄 부사장은 자신 있는 말투로 이 같이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든 때는 2011년. ‘스타클래스’라는 이름으로 두 개의 전시장으로 출발한 것이 시초다. 첫 해에는 450대를 팔았는데, 지금은 전시장이 22개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판매량이 6450대로 늘었다. 그만큼 인증 중고차를 찾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의미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는 3140대가 판매됐는데, 이 가운데 E클래스가 1050여대 팔려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인증 중고차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공식적으로 수입한 차량에 한해 시판 6년 이내 또는 주행거리 15만㎞ 이내의 무사고 차량을 대상으로 매입, 198가지의 검사 항목을 통과한 차를 리컨디셔닝해 고객에게 전달하게 된다.
이상국 부사장은 “과거에는 4년 또는 10만㎞ 이내 차량을 매입했으나, 지금은 벤츠의 내구성에 자신이 생겨서 대상 차종을 6년 또는 15만㎞ 이내로 확대했다”면서 “인증 중고차를 구입한 고객은 1년 또는 2만㎞ 무상 보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고 차량이 인증 중고차로 팔리는 경우도
메르세데스-벤츠가 이처럼 인증 중고차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벤츠 코리아 또는 딜러의 영업용 또는 시승용 차량을 좋은 가격으로 되팔 수 있어서다. 벤츠 관계자는 이들 차량의 비중이 전체 인증 중고차 판매의 30%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고 차량을 인증 중고차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경우도 업계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일반 소비자들에게서 매입하는 차 역시 상품성을 높이는 과정을 거쳐서 높은 가격에 되판다. 즉, 중고차 가격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이날 교학모터스의 벤츠 인증중고차 동대문 전시장에 전시된 차 중에는 2019년식 GLA220이 있었는데, 주행거리는 1640㎞였다. 이 차의 최초 등록일이 2019년 5월 31일이니까 최초 등록 후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4.3㎞ 정도다. 운용 리스 또는 금융 리스를 승계하는 조건이지만, 일시불로 구매하면 3800만원에 살 수 있다.
엔카에서 검색해보니 비슷한 매물이 또 발견됐다. 2019년 7월에 출고된 GLA220인데 가격은 앞서 언급한 차와 똑같은 3800만원이었다. 그러나 주행거리는 10㎞에 불과했다. 전시 차량이거나, 사실상 재고 차량인데 인증 중고차로 나온 물량일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이상국 부사장은 “명의가 한 번만 바뀌어도 중고차가 되기 때문에 짧은 주행거리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면서 “문제가 있는 차량들은 매입을 안 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업종 지정에 대해 ‘부적합’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벤처부가 최종 결론 발표를 앞두고 있다. 동반성장위의 의견이 최종 결론에 반영될 경우, 여러 대기업들이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