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영 안무, 댄스시어터샤하르의 <오필리어의 세례식>이 한국장애인무용협회 주최, 라라미댄스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주관 <2020 라라美 댄스 페스티벌(2020 LALAME DANCE FESTIVAL)> 폐막식에서 공연됐다. 5월 26일, 피노파밀리아에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했다.
<오필리어의 세례식>은 시대적 상황과 이야기 속 설정을 접목한 연출은 흥미로운데, 야외 공연의 특징을 살린 맞춤 안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안무 배분은 안무 의도에 맞춰 이뤄졌고, 올해의 유형의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시대적 상황과 이야기 속 설정을 접목한 연출! 야외 공연의 특징을 살린 맞춤 안무!
<오필리어의 세례식>은 검은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검은 마스크를 쓰고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검은 마스크는 공연이 펼쳐지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연출임과 동시에 말을 하는 입을 중심으로 한 얼굴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세례식 이전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야외에서 이뤄진 이번 공연은 공연장의 특징을 제대로 살린 맞춤 안무로 주목됐다. 땅과 물의 경계에서 시작된 공연은 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변화를 줬는데, 검은 마스크와 의상에서 벗어나며 순백의 이미지를 물의 이미지와 시각적으로 결합했다. 실내 공연이었다면 연출하기 쉽지 않았을 설정이다.
◇ 안무 의도를 제대로 살린 안무 배분! 오필리어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 있다는 의미?
<오필리어의 세례식>은 채연진, 오예진, 이동건, 유세이, 김한샘, 송진, 이한나 등 7명의 무용수가 출연했다. 주인공 한 명에게만 집중되지 않게 배분된 안무는, 세상의 오필리어가 한 명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모습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안무자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서 햄릿에 대한 사랑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갈등으로 결국 미쳐서 강물에 몸을 던진 여인, 오필리어. 순결하고 연약한 존재로 표현되는 오필리어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이 땅의 장애를 가진 연약한 여성이 신의 은총으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마치 세례를 받고 다시 태어나듯.’이라며 작품 의도를 밝힌 바 있는데, 안무 배분은 안무 의도에 맞춰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 올해의 유형의 취지를 잘 살린 작품
<2020 라라美 댄스 페스티벌> 올해의 유형은 ‘발달 장애(Developmental Disability)’이다. 발달 장애는 선천적으로 또는 발육 과정 중 생긴 대뇌 손상으로 인해 지능 및 운동 발달 장애, 언어 발달 장애, 시각, 청각 등의 특수 감각 기능 장애, 기타 학습장애 등이 발생한 상태를 뜻한다.
<오필리어의 세례식>은 자신이 결정하지 않은 운명을 태어나면서 가지게 되고 커 가면서 더 험난해진 오필리어처럼 선천적 혹은 발육 과정에서 생긴 발달 장애를 다뤘다는 측면에서 볼 때, 올해의 유형의 취지를 잘 살린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