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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쉐보레 볼트EV, 테슬라 모델3 부럽지 않은 이유는?

발행일 : 2020-06-29 00:00:00
[시승기] 쉐보레 볼트EV, 테슬라 모델3 부럽지 않은 이유는?

전동화의 물결이 전 세계 완성차 업체를 뒤흔들고 있다. 테슬라 같은 신흥 강자가 떠오르자 GM, 폭스바겐 등이 새 모델의 전동화를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GM은 이 분야에서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했다. 지난 2016년 순수 전기차인 볼트(Bolt)EV를 내놨고, 한국에서는 2017년 시판에 들어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2016년 가을에 나온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주행거리가 191㎞에 불과했는데, 볼트EV는 383㎞를 인증 받으며 현대차의 자존심을 뭉개버렸다.

이후 한동안 순탄한 판매를 보이던 볼트EV는 올해 강력한 적수를 만났다. 테슬라 모델3가 그 주인공이다. 모델3는 롱 레인지 트림의 주행거리가 446㎞에 이르고, 퍼포먼트 트림은 0→100㎞/h 가속성능이 3.4초에 불과하다. 이런 강력한 성능 덕에 일부 누리꾼들에게는 ‘가난한 자들의 포르쉐’라고 불리기도 한다.

[시승기] 쉐보레 볼트EV, 테슬라 모델3 부럽지 않은 이유는?

이를 본 GM이 손 놓고 있을 리가 없었다. 최근 한국GM은 주행거리를 414㎞로 늘린 2020년형 볼트EV를 출시하고, 미디어 시승회를 열었다. 이번 시승회는 서울~양양을 오가는 장거리로 구성됐다. 볼트EV가 처음 선보였던 2017년에 한 사람당 45㎞를 달린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긴 주행거리다. 그만큼 늘어난 주행거리가 자신 있다는 의미일 게다.

출발 전에 계기반을 보니 주행 가능거리가 348㎞로 찍혀 있다. 전원을 넣고 장시간 대기한 탓에 최대치에서 좀 떨어진 것. 동승자를 태우고 서을 시그니엘 호텔에서 서서히 출발했다.

그런데 출발한 지 얼마 안 돼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주행을 하면 할수록 주행 가능거리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볼트EV는 주행 가능거리를 점점 늘리고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미디어 시승회에서 연비왕을 차지한 나로서도 믿기지 않는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환점에서 기록한 주행 가능거리는 332㎞였다 <반환점에서 기록한 주행 가능거리는 332㎞였다>

결국 강원도 양양에 도착했을 때 기록한 주행 가능거리는 332㎞였다. 출발 때와 비교하면 겨우 16㎞가 줄어든 것. 같이 출발한 다른 기자들의 기록을 보니 200㎞가 안 되는 차들이 수두룩했다.

이런 수치의 차이는 수많은 연비왕을 차지한 노하우에서 비롯된다. 대부분 기자들은 회생제동 기능을 써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았다가 발을 떼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연기관과 마찬가지로, 전기차의 경우도 이런 운전방법보다는 최대한 일정 속도에 가깝게 운전하는 게 전기를 가장 적게 소모한다. 가속 페달을 확 밟으면 전기가 많이 소모되는데, 회생제동을 쓰더라도 쓴 만큼의 전기를 생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전기를 적게 소모하는 방법을 쓰는 게 최고다.

물론 코스가 평탄하다면 이 방법만 써도 되는데, 한국GM이 한계령을 넘는 코스를 짜놓는 게 변수였다. 한계령을 오를 때 최대한 전력을 아낀 다음, 내리막에서는 스티어링 휠 후면의 패들 스위치를 통해 운전자가 능동적으로 회생 에너지 생성을 제어할 수 있는 리젠 온 디맨드 시스템(Regen on Demand)을 적극 활용하면 달릴수록 주행거리가 늘어난다. D 드라이브에서 L로 기어를 바꾸면 회생제동 성능이 더욱 극대화되는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시승기] 쉐보레 볼트EV, 테슬라 모델3 부럽지 않은 이유는?

서울로 돌아올 때는 동승한 기자가 운전석에 앉았다. 볼트EV를 처음 타보는 이 기자는 가속력이 놀라운지 급가속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감탄했다. 물론 그 사이 내가 ‘벌어놓은’ 주행거리는 뚝뚝 떨어졌다.

서울로 돌아와 최종적으로 기록한 주행 가능거리는 135㎞(최대 159㎞), 평균 전비(전기차 연비)는 8.7㎞/㎾h였다. 한국GM 관계자는 계기반을 확인하더니 “지금까지 달린 기자 중 최고예요”라고 귀띔한다. 결국 이 기록은 수많은 다른 기자들이 더 시승한 이후에도 최고의 기록으로 남았다. 387.8㎞를 달리고도 135㎞를 기록했으니, 한 번 충전으로 500㎞를 훌쩍 넘겨서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 모델3의 경우 가장 저렴한 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5369만원)의 주행 가능거리가 352㎞인데, 볼트EV는 가격이 555만~776만원 저렴하면서도 주행거리는 62㎞가 더 길다.

볼트EV의 주행거리가 늘어난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건 LG화학의 배터리다. 이 행사에 참석한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의 파우치 셀은 배터리 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각형 배터리보다 구석구석 잘 넣을 수 있다”면서 “최근엔 니켈 함량 높여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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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된 66㎾h급 대용량 신규 배터리 패키지는 288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3개씩 묶은 96개의 셀 그룹을 10개의 모듈로 구성해 차체 바닥에 깔았다. 이 구성은 변함이 없는데, LG화학은 셀 사이즈를 키우고 니켈 함량을 높여서 주행거리를 늘린 것이다.

2020년형 볼트EV는 주행거리만 늘린 게 아니다. 외장 컬러가 4종에서 6종으로 늘었고, 주차 시 차량 주변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주는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Digital Surround Vision Camera)가 새롭게 적용됐으며, 이와 함께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후방 카메라를 디지털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해 뛰어난 화질을 제공한다.

여기에 실내 이오나이저 기능을 기본 적용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연출했으며, 불필요한 시스템의 전원 사용을 제한해 주행 에너지를 극대화 하는 저전력 모드 및 운전자 취향에 맞게 디스플레이 테마를 설정할 수 있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상품성을 개선하며 운전자 편의성을 높였다.

[시승기] 쉐보레 볼트EV, 테슬라 모델3 부럽지 않은 이유는?

또한 볼트EV는 전국 98개 서비스센터에서 전기차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배터리 방전 시 최대 5년간 무제한 무상 견인 서비스(편도 80㎞ 이내)를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센터가 많지 않은 테슬라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부분이다.

2020년형 볼트EV의 가격은 ▲LT 4593만원, ▲LT 디럭스 4693만원, ▲프리미어 4814만원이다. 올해는 정부 보조금 820만원, 서울시 기준 450만원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3323만~3544만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전기차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볼트EV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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