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문화예술회관 상주단체 JHI Ballet Creative(정형일 Ballet Creative)의 <The Line of Scene>이 6월 27일(토)과 28일(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됐다. 제10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공모 공연(창작 재공연)으로, 김홍도의 붓 터치가 만들어낸 무동의 생명감 넘치는 선을 발레로 표현한 작품이다.
<The Line of Scene>은 주제의식이 명확한 작품이지만, 주제의식을 모르고 봐도 움직임이 주는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히 감동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무대 위에서 표현된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안무는 정형일의 정서인지, 정형일이 표현한 김홍도의 정서인지 오랫동안 생각하게 만드는 여운을 남긴다.
◇ 정형일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작품! 김홍도의 정서가 무대 위 움직임으로!
<The Line of Scene>은 안무가 정형일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김홍도의 작품 ‘무동’의 정서가 무대 위 움직임으로, 붓 터치가 만들어낸 생명감을 무용수들의 우아하고 디테일한 안무로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 소개를 읽어보면 매우 추상적인 개념을 작품에 담았다고 막연히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형일이 어떻게 상상력에 개연성을 불어넣는지 알고 직접 관람하면 무척 구체적인 세계를 무대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형일은 움직임과 내면 심리, 보이는 것과 느껴지는 모든 것의 연결고리와 접점, 공통점과 교점, 교감, 공유에 무척 관심이 많은 안무가이자 아티스트이다. <The Line of Scene>에서도 그런 공감을 느낄 수 있는데, 더욱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이 그와 함께 할 때 <The Line of Scene>은 심금을 울리는 장편 대작으로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을 직접 보면 움직임과 정지 동작은 마치, 한 번의 이어지는 붓 터치 중에 멈춰 있으면서 계속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정지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붓을 아직 떼지 않았기에 계속 그리는 과정처럼, <The Line of Scene>은 정지 동작이 존재하지만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용수의 의상 또한 먹물로 그린 옷을 상상하게 만들고, 현악기로 이어지는 라이브 연주 또한 이어지는 연결성의 측면에서 일맥상통한다.
◇ 김홍도의 ‘무동’을 떠올리는 구성
<The Line of Scene> 오프닝은 음악부터 인상적이었다. 바이올린 솔로 피치카토 편곡은 흡사 가야금 연주 소리와 같은 느낌을 줬다. 활 대신 손가락으로 연주해 한국적인 악기의 소리에 세련된 발레의 움직임이 펼쳐지는데, 표현력 풍부한 발레리나의 자유로운 몸짓이 주목된다.
트라이앵글 그룹 신에서는 슈베르트의 ‘숭어’ 콰르텟 연주에 맞춘 아홉 개의 스퀘어 탑 조명의 그룹 댄스가 이어지는데, 종과 횡으로 열을 맞춘 구성에서 캐넌 형태의 몸짓은 자유로운 춤을 갈망하는 발레리나를 유쾌한 몸짓으로 표현된다.
아다지오 듀엣 신에서는 이전 각 신의 그룹 댄스와 대별되는 장면으로서 진정한 본질의 선을 위해 축적된 고민과 노력이 만들어 낸 숙련된 춤을 선보인다. 스스로 자신을 찾고 본질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은 그룹(군무, 바 솔로)과 대비되는 동시에 롤 모델 또는 워너비와 같은 모습으로 보임으로써 더욱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에너지를 선보이며 그룹을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 풍부한 표현력으로 전체 정서를 이끈 양영아 발레리나!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 이은혜 발레리나! 몰입감 높은 감정선을 표현한 신정윤 발레리나!
<The Line of Scene>은 안무가 정형일을 비롯해, 김성민, 강나영, 김수희, 김에스더, 김예담, 이은혜, 양영아, 신정윤, 김세민, 진승우, 권수민 등 12명의 무용수가 함께 했다.
<The Line of Scene>에서 양영아는 전체적으로 맨 앞이나 센터에서 리드를 하는 역할을 했는데, 매우 차분하지만 다양한 색을 입히고 표현이 가능한 무용수답게, 중심을 잡으면서도 전체의 정서를 일관된 움직임으로 이끌었다. 표현력 또한 풍부하기에 움직임을 보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매력적인 무용수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아티스트이다.
이은혜는 발레 바 솔로를 소화했는데, 일상과 대비되게 무용수로서 매우 건조하고 담백한 무용수라는 매력을 발산했다. 발레리나로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발레 바와 유기적으로 하나 되는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줬다. 자신의 몸에 대한 이해가 매우 높으며 신체의 아름다움을 위해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정점까지 확장하는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기술적 감각뿐만 아니라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더 큰 역할 또한 멋지게 소화할 수 있는 무용수이다.
발레 바 솔로의 또 다른 캐스팅인 신정윤은 몸이 매우 다부지고 리듬감이 탁월해 안무자가 요구하는 대로 잘 움직이는 발레리나로 알려져 있다. 바흐의 ‘Goldberg Variation Aria’의 쓸쓸하고 고독한 피아노 반주에 맞춰 절제된 감정선으로 무대 위 이상 세계의 절대적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현실(발레 바)과 사투를 벌이는 발레리나의 삶을 몰입감 있게 표현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