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티메이트 드라이빙 머신(Ultimate Driving Machine)’
BMW의 최신작 M235i x드라이브를 만났을 때 떠오른 문구다. BMW가 한창 쓰던 이 광고 문구는 전기차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라인업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도 BMW를 가장 잘 나타내는 수식어가 아닐까 싶다.
2시리즈가 BMW 라인업에 처음 등장한 때는 2014년이다. 2004년부터 BMW의 막내 역할을 한 1시리즈(E81)가 해치백에서 출발해 쿠페와 컨버터블로 가지치기를 하다가, 2014년부터는 쿠페와 컨버터블이 2시리즈로 독립했다.
1시리즈 후기형과 디자인 코드를 공유한 1세대 2시리즈는 220d(184마력), 230i(252마력), M240i(340마력) 등 세 가지로 나왔으나 한국에는 디젤 모델인 220d만 수입됐다. 스타일은 호평을 받았으나 가솔린 모델이 없다는 점이 마니아들을 아쉽게 만들었다. BMW가 이를 모를 리 없었고, 2016년에 370마력 엔진을 얹은 M2를 내놓으며 화답했다.
작은 체구에 탄탄하게 조합한 서스펜션은 M4를 능가한다는 평을 들었고, E46 M3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진자 ‘M’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현재 국내에는 410마력의 M2 쿠페 컴페티션(7870만원)만 판매되고 있다.
M2 쿠페는 2세대 1시리즈(F20)를 베이스로 한 반면, M235i는 3세대 1시리즈(F40)에 뿌리를 두고 있다. F40은 후륜구동이던 F20과 달리 전륜구동으로 바뀐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M235i x드라이브는 바로 이 전륜구동을 4륜구동으로 탈바꿈시키고, BMW에서 가장 강력한 4기통 엔진을 얹었다. 이 엔진은 미니 쿠퍼 JCW와 공유하는 것으로,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45.9㎏·m를 뿜어낸다.
이번에 시승한 블랙 위도우 에디션은 BMW 코리아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25대만 온라인으로 한정 판매하는 M 퍼포먼스 에디션과 유사하지만 살짝 다른 모델이다. M 퍼포먼스 에디션은 27일 오후 2시5분부터 공식 출시되며, 블랙 위도우 에디션은 추후 시판될 예정이다.
전체적인 스타일은 단거리 육상선수를 떠올리게 한다. 1세대 1시리즈 쿠페나 초대 2시리즈가 기존 해치백 디자인을 변형한 반면, M235i는 처음부터 세단 스타일로 디자인된 2시리즈 그란쿠페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훨씬 균형감이 있다. BMW 디자인 총괄 도마고 듀케는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하고, 도발적인 동시에 고급스러움까지 담아냈다”고 설명한다.
차체 길이는 4525㎜, 휠베이스는 2670㎜로, 라이벌인 메르세데스-벤츠 CLA(4695㎜, 2730㎜)와 비교해 조금 작다. 대신 M235i는 차체 높이가 CLA보다 15㎜ 낮아 더 날렵한 인상을 준다.
스타일은 2시리즈 그란쿠페와 차별화했다. BMW 키드니 그릴에 3차원 메쉬 타입 디자인이 적용되고, 앞 범퍼 하단 대형 공기 흡입구와의 조화를 통해 마치 레이싱 카를 보는 듯한 스포티한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키드니 그릴과 공기 흡입구, 사이드 미러 커버 등에 BMW M 퍼포먼스 모델 전용 세리움 그레이(Cerium Grey) 컬러가 적용돼 특별함을 더했다.
뒷면에는 고광택 블랙 컬러의 M 리어 에이프런과 M 리어 스포일러, 사각형 테일파이프 등을 장착해 고성능 모델 특유의 분위기를 강조한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상위 모델인 3시리즈와 거의 비슷하다. M235i는 여기에 전용 디지털 계기반과 M 스포츠 스티어링 휠, 알칸타라 M 스포츠 시트로 한껏 멋을 부렸다.
타이어는 앞뒤 모두 235/35 R19 사이즈이고 브리지스톤 제품이 장착됐다. 서스펜션과 타이어는 일반 도로와 서킷 주행을 두루 감안한 세팅으로 보인다. 일부 스포츠 세단은 일반 도로에서 승차감이 너무 딱딱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M235i는 안락함과 스포티함 사이를 절묘하게 오간다.
M235i가 가진 비장의 카드는 액추에이터 휠 슬립 제한장치(ARB, Actuator contiguous wheel slip limitation)다. 엔진 컨트롤 유닛(ECU)에 직접 내장된 미끄러짐 제어장치는 빠르고 정확하게 휠 슬립을 제어해 주행안전성을 더욱 높인다. BMW는 앞 구동축에는 새롭게 개발된 기계식 토센 LSD(Torsen Limited Slip Differential)를 추가해 한층 날카롭고 역동적인 주행감각을 완성했다. 이번 시승에서 와인딩 코스를 달려보니 안정감이 상당히 뛰어났다. 다만 좀 더 그립력을 높이고 싶다면 타이어 사이즈를 한 단계 더 키워는 게 좋겠다.
이 차가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스포티한 음색이다. 기본으로 탑재되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 시스템은 실제 엔진음을 증폭시켜 실내에 전달하는 기술로, 차체 외부로 발산되는 소음을 전혀 증가시키지 않고도 짜릿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이 시스템이 만능은 아니다. 어떤 차들은 사운드가 좀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반면, M235i는 사운드 조율을 잘한 덕분에 슈퍼카 못지않게 귀가 즐겁다.
인증 연비는 도심 9.2㎞/ℓ, 고속도로 12.3㎞/ℓ다. 꽉 막히는 도심에서 오래 달리면 연비가 5.0㎞/ℓ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뻥 뚫린 고속도로를 크루징하면 인증 연비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 그만큼 다루기에 따라 연비의 변화 폭이 크다는 말이다.
M235i는 세단의 안락함과 쿠페의 스포티함을 잘 버무린 ‘얼티메이트 드라이빙 머신’이다. 25주년 한정판 모델의 가격은 6180만원이고, 블랙 위도우 에디션의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 차를 바탕으로 개발돼 2021년에 등장할 신형 M2 쿠페도 기대된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일상생활에서 즐기는 슈퍼카. 한정판이라 더욱 특별하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