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유목민 제작, 손정우 연출, 정경진 작, 김선영 원작, <돈데보이>가 8월 11일부터 16일까지 소월아트홀에서 공연 중이다. 1905년 멕시코로 떠난 1033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극이다. 살아서 돌아온 이민 1세대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현실은, 작품의 여운과 함께 국가의 의미를 깊게 되돌아보게 만든다.
관객을 대신해 울어준 콘트라베이스와 연극의 정서와 밀착한 안무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마리아 역 홍은정은 울림이 있는 명징한 목소리로 뛰어난 대사 전달력을 발휘해 감정을 공유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 진지하고 마음 아프면서 열받는 이야기
<돈데보이>는 1905년 멕시코의 농장에 4년간 계약 노동 형태로 고용된 한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상 노예계약에 가까웠던 현실을 연극 속에서 접하며, 관객은 그들의 애환과 고통을 이제야 인지하며 슬퍼할 수 있다.
<돈데보이>는 진지하고 마음 아프면서 열받는 이야기이다.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로 100년 전 우리들의 이야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 알았더라도 점차 잊혀가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가 더 강한 나라, 더 부유한 나라, 더 위대한 나라가 되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로, 누가 우리를 지켜줄 것인가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돈데보이>에는 이태훈, 이화영, 최승길, 마르땅 말레, 이승현, 홍은정, 김형진, 이민영, 최재성, 이민수, 정대곤, 진영진, 이수정, 김태균, 제예은, 공찬영, 박춘식, 민동현 등 많은 배우가 출연한다. 역사적 아픔을 담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몰입해 감정이입한 배우들의 고통과 울분, 설움 그리고 분노는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돼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며 울게 만든다.
◇ 관객을 대신해 울어준 콘트라베이스! 연극의 정서와 밀착한 안무!
<돈데보이>는 콘트라베이시스트 손승우, 기타리스트 이광선의 라이브 연주로 생생하게 진행된다. 콘트라베이스가 관객을 대신해 울어주는데, 관객은 애잔한 연주 소리에 따라 울 수도 있고, 대리 울음으로 인해 울고 싶은 마음에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나지원의 무희 안무는 단순히 간극을 채우는 춤이 아닌 극에 밀착해 정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돈데보이>의 춤은 이야기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전 장면의 정서를 정리하는 기능을 하면서 연극과 밀접하게 붙어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 울림이 있는 명징한 목소리의 홍은정! 높은 대사 전달력으로 감정을 공유한다
<돈데보이>에서 마리아 역의 홍은정은 울림이 있는 명징한 목소리로 무대의 중심을 잡는다. 발성이 좋고 성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작품 시작부터 관객석 저 끝까지 뻗어나가는 목소리로 공연장 전체를 집중하게 만든다는 점이 돋보인다.
홍은정은 대사 전달력 또한 무척 좋은데, 굵으면서도 맑은 소리로 대사는 무척 잘 전달되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과 감정의 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진다. 홍은정의 울림이 있는 명징한 목소리는, 극 중 마리아의 슬픈 상황을 더욱 명료하고 애잔하게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