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2013년에 SM3 Z.E.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배터리 용량은 22㎾h로, 한 번 충전하면 135㎞를 달릴 수 있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보잘 것 없지만, 당시에 나온 전기차들은 대체로 이 정도 수준이었다. 출시 이후 꽤 오랫동안 국내 유일의 세단형 전기차로 자리매김하면서 택시와 관공서용 자동차로도 보급되었다.
SM3 Z.E. 출시 이후 7년이 지난 올해, 르노삼성자동차는 새로운 전기차로 르노 조에를 선보였다. 2012년 처음 출시된 이후 유럽에서 베스트셀러 전기차로 자리를 굳힌 조에는 2019년에 페이스리프트 된 모델로 한국 시장을 공략한다.
▲아담하지만 간결하고 깔끔한 스타일
조에는 소형차급의 아담한 차체를 지녔다. 차체 길이는 4090㎜로, SM3 Z.E.에 비해 660㎜나 짧다. 하지만 휠베이스(앞뒤 바퀴 축간 거리)는 조에가 2590㎜, SM3 Z.E.가 2700㎜로 두 차가 110㎜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즉, 실내 넓이는 외관 차이만큼 크지 않다는 얘기다.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비교하면, 조에의 차체 길이가 380㎜ 짧고, 휠베이스는 110㎜ 짧다. 체급 차이가 느껴지는 수치다.
대시보드는 르노삼성 XM3, 르노 신형 캡처에 쓰인 것과 거의 유사하다. 지난해 조에의 부분변경 모델을 만들면서 유저 인터페이스가 이렇게 통일됐다. 덕분에 조에의 조작 편의성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특히 세로방향 화면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처럼 보여 쓰기 편하고 조작성도 좋다.
젠과 인텐스 에코 트림의 대시보드에는 재활용 패브릭이 사용됐는데, 최고급형인 인텐스에 들어간 인조가죽보다 독특한 느낌을 줘서 더 좋았다. 이 재활용 패브릭은 사용이 끝난 안전벨트나 플라스틱 병을 사용해 만든 것이다.
앞 시트의 높낮이가 조절되지 않는 점은 의외지만, 시트를 앞뒤로 조절하고 등받이 각도를 조절하니 예상보다 불편하진 않다. 하지만 운전석 오른쪽(센터 콘솔 방향)에 달린 다이얼식 등받이 각도조절장치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아이오닉이 전동시트를 갖춘 것에 비해 확실히 열세다.
뒷좌석 시트는 다소 높은 편이지만, 시트 쿠션이 푹신해서 실제로 앉으면 안락하다. 헤드룸은 키 177㎝인 기자가 앉았을 때 머리 위로 주먹 한 개 정도가 들어갈 정도. 트렁크 크기는 차 크기에 비해 꽤 넉넉하다.
▲빠릿빠릿하고 날렵한 주행성능
조에는 최고출력 100㎾(136마력) 전기모터를 장착했다.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똑같은 출력이다. 공차중량은 조에가 1545㎏으로 아이오닉보다 15㎏ 무겁다. 조에가 더 무거운 이유는 배터리 용량이 54.5㎾h로, 38.3㎾h인 아이오닉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조에의 최대토크는 25.0㎏·m로, 아이오닉(30.1㎏·m)보다 살짝 떨어지지만,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최대토크가 나오는 전기차의 특성 덕에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재밌다. 정지에서 시속 50㎞까지 가속시간은 3.6초로 꽤 빠른 편. 정지에서 시속 100㎞까지는 9.5초로, 시속 50㎞까지의 가속시간에 비해 후반부가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시내에서는 충분한 가속력을 보인다. 특히 이번 시승회의 코스인 북악스카이웨이에서 조에는 작은 차체를 이리저리 휘두를 수 있을 만큼 빠릿빠릿한 운동성능을 보여 “재밌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타이어 사이즈는 195/65R16이고, 미쉐린 제품이다. 공교롭게도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타이어도 미쉐린 제품인데, 사이즈가 205/60R16으로 조금 더 크다. 타이어 브랜드는 같지만, 조에에 장착된 타이어의 회전저항 등급은 4,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은 3이고, 아이오닉은 각각 2와 4를 기록하다. 조에는 4계절용인 ‘크로스 클라이밋 플러스’, 아이오닉은 연비절감 위주인 ‘에너지 세이버 플러스’를 장착했기 때문에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행감각에서 조에에 장착된 크로스 클라이밋 플러스는 승차감과 접지력이 꽤 만족스러웠다.
충전 시간은 50㎾ 급속 기준으로 80%까지 충전할 때 조에가 70분, 아이오닉은 57분이 걸린다. 배터리 용량이 작은 아이오닉이 충전 시간에서는 유리한 셈이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조에가 309㎞, 아이오닉이 271㎞다.
‘마이 르노’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깔면 차량관리와 충전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다. 특히 장거리 주행에 나설 때 ‘EV 스마트 루프 플래너’의 도움을 받으면, 도착지까지 가는 데 최적의 루트와 충전장소를 동시에 알려주기 때문에 어디서 충전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르노 조에의 가격은 ▲젠(ZEN) 3995만원 ▲인텐스 에코(INTENS ECO) 4245만원 ▲인텐스(INTENS) 4395만원이다. 경쟁차인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4140만~4440만원이고, 여기에 풀 옵션을 갖추면 4861만원이 된다.
기본 가격만 보면 조에와 일렉트릭이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사양을 비교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조에는 히트 펌프가 모든 트림에 기본인데, 아이오닉은 히트 펌프와 배터리 히팅 시스템이 묶인 옵션이 118만원이다. 또, 조에는 LED 헤드램프도 모든 트림에 기본이지만, 아오닉은 4440만원짜리 최고급형에만 기본이다. ECM 룸미러도 조에는 인텐스 에코부터 기본인데, 아이오닉은 하이패스+ECM 룸미러가 묶인 옵션이 25만원이다.
르노삼성이 예상하는 조에의 고객은 젊은층과 여성들이다. 기존 전기차들의 크기가 부담스러운 이들이라면 조에의 예쁜 디자인과 운전하기 수월한 아담한 크기에 끌릴 것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