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재 감독의 <구직자들(The Interviewees)>은 ‘2020 춘천영화제(CCFF)’ 한국SF독립영화 경쟁부문 출품작이다. 시간과 공간을 두 번 이동해, 현실의 공간을 SF 판타지의 공간으로 만든 영화로, 자본의 힘보다 아이디어로 승부한 작품이다.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현재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볼 수 있는데, 죽음과 사랑의 의미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경험하게 한다.
◇ 시간과 공간을 두 번 이동해, 현실의 공간을 SF 판타지의 공간으로 만들다
<구직자들>은 2220년, 대한민국의 어느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200년 후에 그때부터 200년 전, 즉 지금의 현재를 그대로 복원한 세상이 영화의 무대이다. 자막의 안내가 없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두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라고 여길 수도 있다.
시간과 공간을 두 번 이동해, 현실의 공간을 SF 판타지의 공간으로 만든 설정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구직자들>은 자본의 힘보다, 아이디어로 승부한 SF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2020년에서 2220년으로, 그리고 다시 복원한 2020년으로 두 번 거리를 띄움으로써, 현재의 이야기를 직시해 보면서도 관객이 너무 지치거나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게 만든다.
◇ 현재 사회에 대한 풍자와 일침
<구직자들>은 현재 사회에 대한 풍자와 일침을 담고 있는 SF이다. 다큐멘터리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 설정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게 돕는다.
<구직자들>에는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한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특정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려준다.
부품처럼 살아가는 자신을 소모품 같다고 느끼는 인터뷰이와 누구든 나를 대체할 수 있다고 느끼는 영화 속 주인공은 마치 같은 사람처럼 생각될 수도 있는데, 현대 사회에 대한 일침과 풍자 또한 다큐멘터리적이기도 하고 영화적이기도 하다.
◇ 쓸모 있는 존재?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구직자들>은 진짜 인간, 경호(정경호 분)와 원본에게 버려진 젊은 인공, 유석(강유석 분)의 대화가 이야기의 가장 큰 정서를 이끈다. 두 사람은 각자가 쓸모 있는 존재인지의 여부를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영화 속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다 보면, 이 영화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죽음과 사랑의 의미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각자 자신이 잊고 있었던 본연의 가치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