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윤 감독의 <그녀를 지우는 시간(Digital Video Editing with Adobe Premiere Pro: The Real-World Guide to Set Up and Workflow)>은 ‘2020 춘천영화제(CCFF)’ 한국SF독립영화 경쟁부문 출품작이다.
영화 편집의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영화 속 본편 영화가 존재한다. 관객은 새로운 시야를 경험할 수 있다. 귀신은 그냥 편집을 방해하는 존재라는 설정은 흥미로운데, 관객이 아닌 스태프의 시야를 현실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편집자의 입장에서 보는 영화! 새로운 시야를 경험하다
<그녀를 지우는 시간>은 영화 편집의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영화 속 본편 영화가 존재한다. 촬영장에도 없는 그녀(양다혜 분)가 오케이 컷에만 튀어나오는데, 영화 속 두 세계를 연결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영화의 장르를 바꾸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녀를 지우는 시간>에서는 편집 화면 자체가 영화에서 참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편집자(문혜인 분)의 입장에서 보는 영화라고 볼 수도 있는데, 편집자가 하는 말은 관객이 하고 싶어 할 것 같은 말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관객은 영화 속으로 들어갔다가 편집자의 시야로 들어갔다를 반복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영화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한다면, <그녀를 지우는 시간>은 본편의 영화 속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할 수도 있고 영화 편집자 또는 감독(서현우 분)에게 감정이입할 수도 있다.
<그녀를 지우는 시간>은 관객에게 스태프의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 경험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원 중계방송 같은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영화의 설정은 누군가를 찍은 영상을 스튜디오에서 보면서 이야기하는 포맷과 비슷하게 보이게 만든다.
◇ 귀신이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귀찮은 존재다?
귀신은 그냥 편집을 방해하는 존재라는 설정은 흥미롭다. 공포 영화를 볼 때 관객은 귀신의 등장을 무서워하지만, 스태프들은 하나의 등장인물이라고 보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다. 귀신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를 지우는 시간>에서 편집자와 영화감독의 갈등은 본편 영화에서 수연(박수연 분)과 태준(이창엽 분) 사이의 갈등보다 더 강하게 표현된다. 재미를 주는 요소라고 볼 수도 있고, 현실을 솔직하게 반영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녀를 지우는 시간>은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한 화두를 계속 던진다. 나에게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이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아니면 오히려 방해만 되는 것일 수 있다는 메시지는, 감독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