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 감독의 <어라운드맨(Around Man)>은 ‘2020 춘천영화제(CCFF)’ 한국SF독립영화 경쟁부문 출품작이다. 삶의 주변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려준 영화이다. 아이들의 시선을 직접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의 시선을 반영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 삶의 주변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
<어라운드맨>에서 로드뷰 촬영팀인 원경(김현목 분)은 실수로 360도 카메라를 뒤집어쓴다. 360도 전방위 시선을 갖게 된 원경이 걷는 공간이 하나하나 기록되기 시작한다.
만약 원경이 일방향 카메라로 재개발 지역을 촬영했다면 자신의 의지 혹은 타인의 지시에 의해 의도가 담긴 영상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걷기도 힘든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360도 영상은 의도치 않은 장면을 담게 된다.
영화는 잊혀는 것, 이제 곧 사라지는 것의 가치를 360도 영상에 담았는데, 우연성이 필연성으로 이어져 사건 자체의 개연성을 갖게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실수가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고, 개연성으로 이어지게 만든 선택은 <어라운드맨>의 정서를 훅 끌어올린다.
◇ 마지막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
<어라운드맨>은 아이들의 시선을 직접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의 시선을 반영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사라지는 공간을 이제 삶을 확장하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이들의 시선은 이곳이 한때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었다는 추측을 하게 만든다. 과거 장면을 인서트신으로 직접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서도, 영화는 관객이 이전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이 눈에 띈다.
360도 시선에 원경의 의지와 의도를 크게 넣지 않았다는 점은 똑똑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불편함을 강조해 원경이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의도성을 의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관객이 느낄 수 있는 깊은 정서와 감동을 살린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