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춘천영화제(7) ‘종이인형’ 미래의 SF적 상상력과 현재를 사는 인간의 정서를 결합한 이야기

발행일 : 2020-10-11 07:00:00

전인환 감독의 <종이인형(Paper Doll)>은 ‘2020 춘천영화제(CCFF)’ 한국SF독립영화 경쟁부문 출품작이다. 미래의 SF적 상상력과 현재를 사는 인간의 정서를 결합한 이야기이다.
 
문주연은 잔존 기억이 꿈으로 기억된다는 영화적 설정에 목소리와 표정으로 개연성을 부여한다. 슬프지만 어떻게 슬퍼해야 할지를 모를 때, 슬픔을 표현하는 법을 아는 배우라는 점이 돋보인다.

‘종이인형’ 스틸사진. 사진=춘천영화제 제공 <‘종이인형’ 스틸사진. 사진=춘천영화제 제공>

◇ 미래의 SF적 상상력과 현재를 사는 인간의 정서를 결합한 이야기
 
<종이인형>은 인간이 프로그래밍해 만든 안드로이드들이 용도대로 살다가 폐기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대 미상의 미래, 인간은 사라졌지만 인간을 모방해 사는 존재들에 대해, 관객은 인간이라고도 인간이 아니라고도 느낄 수 있다.
 
<종이인형>은 크게 화려하지 않은 공간도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공간에 판타지를 부여해 SF적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카메라 구도와 조명을 이용해, 실내 공간을 큰 우주선의 내부인 것처럼 상상할 수 있게 표현한다. 미디어 아트 또한 그런 이미지를 배가한다.

‘종이인형’ 스틸사진. 사진=춘천영화제 제공 <‘종이인형’ 스틸사진. 사진=춘천영화제 제공>

영화는 안드로이드를 다루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놓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온기를 느끼고 싶은, 어쩌면 자신의 온기를 계속 남기고 싶은 감독의 마음이 영화적으로 표현된 것일 수도 있다.
 
소재는 날카롭지만 정서는 따뜻하게 만들면서, 어두운 공간이지만 침울하기보다는 환상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연출이 돋보인다. “결국 남는 건 옷밖에 없잖아.”라는 대사는 날카롭게 들릴 수도 있고, 처량하게 들릴 수도 있다.

‘종이인형’ 스틸사진. 사진=춘천영화제 제공 <‘종이인형’ 스틸사진. 사진=춘천영화제 제공>

<종이인형>은 모델계에 일침을 놓는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있는 모델들에게 공감하고 위로하는 이야기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6081(7081)(문주연 분), 디자이너(박세라 분), 선생님(이선정 분), 6080(6088)(태이 분) 등 주요 등장인물이 에스팀 모델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림자를 통해 모습을 왜곡하는 장면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더 크고 길게 보이게도, 더 얇게 보이게도 만드는 조명의 그림자 연출 또한 모델의 이야기라는 관점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종이인형’ 스틸사진. 사진=춘천영화제 제공 <‘종이인형’ 스틸사진. 사진=춘천영화제 제공>

◇ 잔존 기억이 꿈으로 기억된다는 영화적 설정에 목소리와 표정으로 개연성을 부여하는 문주연
 
<종이인형>에서 6081과 다른 안드로이드와의 차이점은 호기심의 여부이다. 호기심은 주변의 이상함에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이때 문주연은 표정을 고정시키면서도 감정을 전달한다. 표정이 없는 모습이 아니라 표정을 고정한 듯한 연기를 한다. 역동적인 감정을 어느 순간 멈춰, 그 순간의 감정이 캡처된 것처럼 보이게 만든 표정 연기를 하는, 문주연의 절제되면서도 섬세한 표현력에 감탄하게 된다.
 
6081이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알고 보는 관객 또한 6081이 실제 인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의 표정이 아닌, 표현이 억제된 사람의 표정에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종이인형’ 스틸사진. 사진=춘천영화제 제공 <‘종이인형’ 스틸사진. 사진=춘천영화제 제공>

문주연이 6081을 통해 사람과 안드로이드를 동시에 표현하려고 했다면, 그 접점으로 인형과 같은 모습을 선택했다고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관객이 하고 싶은 질문을 대신 던지는 역할을 하는데, 문주연은 6081을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고, 동질감을 찾아 응원하고 싶은 존재로 느끼게 만든다.
 
<종이인형>을 보면 문주연은 슬프지만 어떻게 슬퍼해야 할지를 모를 때, 슬픔을 표현하는 법을 아는 배우라고 느껴진다. 잔존 기억이 꿈으로 기억된다는 영화적 설정에 목소리와 표정으로 개연성을 부여하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