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상록수다문화국제단편영화제(1) ‘아귀도’ 정재훈 감독이 보여준 디스토피아 세상의 놀라운 상상력

발행일 : 2020-10-20 10:36:47

정재훈 감독의 <아귀도(Fall Out)>는 2020 제14회 상록수다문화국제단편영화제 출품작이다. 감독의 디스토피아 세계는, 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놀라운 상상력을 담고 있다.
 
김만기는 배려심과 이기심, 주도면밀함과 허술함을 모두 가진 1051호 아저씨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악인이 아닌 다채로운 빌런을 전달한 김만기의 디테일한 표현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귀도’ 스틸사진. 사진=호우주의보 제공 <‘아귀도’ 스틸사진. 사진=호우주의보 제공>

◇ 정재훈 감독이 담고 있는 디스토피아의 세계! 현실적으로 느껴져 더욱 놀라운 상상력!
 
<아귀도>는 원자력 발전소 폭파사고로 황폐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급격한 온도 상승과 방사능 유출로 얼음 없이는 살 수 없는 환경, 외부로 나갈 때 피부 노출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 설정은, 원인은 다르지만 현재의 모습과 무척 닮아있다.
 
감독의 놀라운 상상력에 관객은 영화를 SF적으로 볼 수도 있고, 현실적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재훈 감독이 담고 있는 디스토피아의 세계에는, 생존을 위한 아귀다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아귀도’ 스틸사진. 사진=호우주의보 제공 <‘아귀도’ 스틸사진. 사진=호우주의보 제공>

디스토피아의 세상에서도 동생 효성(백인성 분)에게 수학 공부를 가르쳐주는 누나 효진(이지원 분)의 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감독은 단순히 생존에만 의미를 두는 게 아니라, 미래를 향한 준비와 노력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발열 증세 완화를 위해 얼음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얼음이 보급된다는 점 또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냉장고를 사용하는 일상이 그렇지 못한 비일상이 됐을 때 삶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관객은 영화를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아귀도’ 스틸사진. 사진=호우주의보 제공 <‘아귀도’ 스틸사진. 사진=호우주의보 제공>

영화 속 통제와 보급은 사회 전체적으로 볼 수도 있고, 개인 혹은 가족 단위의 시야로 볼 수도 있다. 개인이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보급에 의존하게 되는 현실 속에서 인간은 더욱 나약함을 드러낸다.
 
환경 자체가 극도로 열악해졌다는 것보다, 개인의 능력으로는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게 더욱 큰 디스토피아일 수 있다. 개인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생존을 위한 약탈이 별로 충격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귀도’ 스틸사진. 사진=호우주의보 제공 <‘아귀도’ 스틸사진. 사진=호우주의보 제공>

<아귀도>의 관객은 등장인물의 선택을 함부로 비난할 수도, 그렇다고 응원할 수도 없는 난감한 마음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이런 난감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등장인물의 선택을 이해하게 만드는 정서적 통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배려심과 이기심, 주도면밀함과 허술함을 모두 가진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표현한 김만기!
 
<아귀도>에서 효성, 효진, 종복(송아영 분)은 일관성을 가진 인물이다. 관리반장(조재혁 분)은 이들과 다른 성향을 가졌지만, 역시 일관성을 유지한다. 영화에서 캐릭터가 가장 다채롭게 변화하는 인물은 1051호 아저씨이다.

‘아귀도’ 스틸사진. 사진=호우주의보 제공 <‘아귀도’ 스틸사진. 사진=호우주의보 제공>

김만기는 배려심과 이기심, 주도면밀함과 허술함을 모두 가진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김만기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관객은 그냥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에 집중할 수도 있고, 크고 작은 반전을 주는 김만기의 디테일한 표정과 행동 변화에 감탄할 수도 있다.
 
극한의 상황에서 상생이 가능할 것인가? 자원이 극도로 모자랄 때 나눠줄 수 있을 것인가? 1051호 아저씨는 영화가 던진 화두가 너무 일상적인 질문이 되지 않게 하는 인물이다. 보여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단편 영화에서, 단순한 악인이 아닌 다채로운 빌런을 전달한 김만기의 연기가 기억에 남는 이유이다. <아귀도>가 장편 영화로 확장된다면 어떨까 기대가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