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콜버트 <넥스트 아트: 팝 아트와 미디어 아트로의 예술여행>이 3월 13일부터 5월 2일까지 세종미술관(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과 2관에서 전시 중이다. 콜버트는 기존의 팝 아트에서 더 진화된 메가 팝 아트라는 장르를 개척한 영국의 팝 아티스트이다.
◇ 필립 콜버트(Philip Colbert) ‘BOAR HUNT, 캔버스에 유채와 아크릴, 190×270×4.5 CM, 2018’
필립 콜버트(Philip Colbert)의 ‘BOAR HUNT, 캔버스에 유채와 아크릴, 190×270×4.5 CM, 2018’(이하 ‘BOAR HUNT’)는 팝 아티스트로서의 콜버트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표현하는 작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화려한 색채와 색감, 역동적인 움직임이 밝은 에너지를 전달하는데, 구도와 부분에 집중하면 작가의 집중력과 장난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각종 캐릭터와 이모티콘, 화폐 기호, 상표 등의 조합은 고급스러운 광고 느낌을 주기도 하고, 상품화된 일상 속에서도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 상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컴퓨터 모니터의 창과 에러 메시지는 규격화를 포함한 채 규격화에서 벗어나려는 정서로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작품 속 모든 이미지와 색감은 액자 느낌의 모니터에서 추출된 것처럼 볼 수도 있다.
‘BOAR HUNT’는 콜버트는 단순한 조합으로 팝 아트를 개념적으로 만들지 않고, 그가 만든 새로운 세계에서 유기적인 질서와 관계성을 구축하도록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품 앞에서 집중해 있으면 밀려드는 아름다움과 감동이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필립 콜버트(Philip Colbert) ‘RAFT OF THE LOBSTER, 캔버스에 유채, 171×307 CM, 2021’
‘RAFT OF THE LOBSTER, 캔버스에 유채, 171×307 CM, 2021’(이하 ‘RAFT OF THE LOBSTER’)는 작품 속 LOBSTER의 위치에 사람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상상할 때 더욱 흥미로운 감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LOBSTER는 뗏목 위에서 자신을 드러낼 때 발등도 아닌 발바닥으로 표현한다. 그것도 매끈한 발바닥을 뗏목 바닥에서 수직으로 유지한 채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아 있다.
그냥 볼 때 물 위에서 무척 안정적으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만약 내가 저 상황에서 저 자세를 유지한다고 감정이입하면 무척 아찔하고 역동적인 장면으로 급변한다. ‘RAFT OF THE LOBSTER’는 보는 사람의 감정이입 정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정서를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LOBSTER의 동작은 방어, 보호라고 보이기도 하고, 자신이 현재 무장해제하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려준 모습이라고 보이기도 한다. 정지와 움직임, 정적과 동적, 인공과 자연, 방어와 해제 등 양면을 재미있게 공존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LOBSTER가 작가의 예술적 자아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것이 상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 백남준 ‘Gulliver, 혼합재료, 58.4×432×371 CM, 2001’
‘Gulliver, 혼합재료, 58.4×432×371 CM, 2001’는 <넥스트 아트: 팝 아트와 미디어 아트로의 예술여행>에 전시된 백남준의 작품이다. 필립 콜버트가 만든 작품이라고 봐도 이해가 될 만큼 이번 전시와 잘 어울린다는 점이 주목된다.
11개의 구형 TV와 1개의 라디오, 10개의 소형 컬러 TV, 1개의 19인치 컬러 TV, 18개의 소형 LCD 머리를 가진 난쟁이로 구성된 이 작품은, 시대를 앞서 간 입체적인 팝 아트로 느껴진다.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도 볼 수 있고 독립된 작은 여러 개의 작품이 모여서 팝 아트를 구성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필립 콜버트가 추출하고 해체해 재결합한 세계관은 백남준이 구현했던 세계관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