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율주행 기술은 ‘꿈의 기술’이다. 자동차 사고 원인 중에 운전자 부주의가 대략 90% 정도인 현실에서 완전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11일, 서울 스마트 모빌리티 엑스포에서는 이러한 꿈의 기술이 어디쯤 와 있고,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토론을 이끈 선우명호 고려대학교 석좌교수에 따르면, 서울시의 자율주행 실증지원 사업은 2019년부터 시작됐다. 여기에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에이스랩과 콘트롤웍스, LG U+ 등의 기업과 200여 명의 일반인이 참여했다.
그 결과 2020년 12월 17일 세계 최초로 5G 기반의 자율주행 및 자동주차가 완성됐는데, 시연에서는 800m 떨어진 주차장까지 스스로 주행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이 코스에는 5개의 건널목과 3개의 교차로가 있었고, 좁은 주차장 입구를 대형 SUV(제네시스 GV80)가 거뜬히 통과했다. 운전자는 이 과정에서 차의 움직임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여기까지가 한계다. 2018년 9월에 기흥 IC를 통과하는 시험 주행을 시도했는데,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게 선우명호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구간은 원형교차로를 통과하는 매우 복잡한 구성인데, 현존 기술로는 아직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에 달린 카메라가 날씨에 따라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는 신호등 인식이 아니라 통신으로 신호를 주고받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와 서울시의 목표는 오는 2024년까지 도심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완전자율주행 실현 및 상용화 시점에 대한 질문에 최서호 현대차 혁신기술사업실장은 “기술의 실현 완성과 법적·사회적 수용 등 두 가지로 나눠서 고민해볼 수 있는데, 이 가운데 기술이 먼저 완성되어야 사회적 수용이 가능해진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여기서 기술 완성 기준은 특정 도시 등 정해진 곳에서의 완성이냐, 전체적인 완성이냐로 나뉠 수 있다. 최 실장은 “완전자율주행차와 일반차가 함께 운행되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과 환경에서 검증이 되어야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제조물 책임법을 무겁게 생각하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완전자율주행 기술 완성에 앞서 도심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도 홍대건 상무는 “완전자율주행은 용어 의미에 따라 달라진다”라면서 “한 가지는 자율주행의 기능을 확장해나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각각의 기능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능 확장 측면에서 보면 꽤 많은 기능이 제공될 수 있는데, 레벨 4, 5는 아직 기술적인 한계가 있고 안전의 확보 면에서 꽤 많은 시간 필요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LG U+의 강종오 상무는 우리 정부는 2027년에 레벨 4 이상을 구현하는 게 목표라면서, 이에 앞서 정부는 세종시에 2025년까지 자율주행차만 다니는 시범 지구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우명호 교수는 현실적인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서 완전자율주행을 옵션으로 한다고 했을 때 얼마면 사겠느냐고 소비자들에게 물어봤는데, 가장 많이 대답한 건 5000달러(한화 약 600만원) 수준이었다”라면서 이 가격으로 완성차업체가 상용화를 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완전자율주행차가 사람이 운전할 때보다 안전한지에 대한 질문에 만도 홍대건 상무는 “AEB(긴급제동 보조시스템)를 구현해보면, 사람이 브레이크를 밟을 때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지금은 많은 차에 기본 장착되고 있다”라면서 일부 기술은 사람보다 낫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기술 개발 과정에서 과거에는 딥 러닝 방식으로 능숙한 운전자를 모사했는데, 현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 주행에서 일반적인 딥 러닝 데이터는 모을 수 있는데, 긴급 상황 데이터 취득은 힘들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따라서 지금은 인지, 판단, 제어를 구분해 개발하면서, 인지 단계에서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개발이 중단된다.
현대차의 자율주행차 실무를 담당했던 최서호 실장은 안전장비가 보조역할을 하는 경우와 완전 자율주행은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면서 완전자율주행은 사고가 아예 없어야 하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안전 소프트웨어가 사고를 현재의 100만분의 1로 줄일 수 있어도, 사고가 나면 이슈가 된다는 설명이다. 과거 수소차를 개발할 때 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개발이 아예 중단될 수 있었는데, 완전자율주행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자율주행 기술로 유명한 테슬라도 언급됐다. 테슬라가 미국에서 주행 데이터를 자동차 보험회사에 제공한 바에 따르면, 일반차의 10만㎞ 주행 시 100대당 10대의 비율로 사고가 나는 반면, 오토파일럿 장착 차량은 10만 대당 2~3대꼴로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UAM의 경우 인증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지만, 자동차는 자가 인증인 것도 차이점이다. 따라서 패널들은 완전자율주행을 위해서는 항공 인증처럼 세계적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신장애나 소프트웨어의 문제 등에 대한 대비책에 대해 패널들은 리던던시(이중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종오 상무는 “카메라만 쓰는 경우와 카메라+라이다를 적용한 경우 중에 고르라면 나는 두 번째를 선택할 것”이라며 주행 중에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이 나오면 갓길로 정차를 하고 원격으로 진단한다든지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미래차를 개발할 때 센서 중심과 커넥티드 기반, 두 가지로 방향을 정한 바 있다.
그는 또 “빅데이터의 경우 데이터를 공유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좋은데, 기술 개발업체들은 공유를 안 하려고 한다”라면서 이를 공유하고 개방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완전자율주행 실현 시 가장 큰 기대 효과는 여러 의견이 나왔다. 예를 들어 여성은 이동 중에 화장을 한다든지, 남성은 VR 감상을 한다든지 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 그러려면 매우 정밀한 지도 필요한데, 지금의 지도는 차선 단위 구분이 안 되지만, 완전자율주행 단계에서는 ㎝ 단위로 차선을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뒤에 구급차가 올 경우 차선 안에서 옆으로 비켜주는 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기술은 안전뿐 아니라 편의성과 비용 절감에도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찾아오는 은행이나 병원이 가능해질 수 있고, 물류, 사람, 서비스의 이동에 더 낮은 비용이 든다. 특히 택시는 75%가 인건비여서 효과가 크다. 선우명호 교수는 “시각장애인 등에게 아주 좋은 이동수단이 될 수 있어서 보통사람보다 교통약자에게 우선순위 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