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2라운드가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 인해 잠시 멈춰있었던 '나이트 레이스'가 2년 만에 다시 열린다. 더불어 오랜 기간 닫혀있었던 관람석 문을 열고 모터스포츠 팬들과 함께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된 경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여러 가지 이유로 기대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월 10일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리는 이번 '나이트 레이스'가 어떤 장면으로 팬들의 기억에 남게 될지 흥미롭다.
이번 2라운드에 앞서 진행됐던 '나이트 레이스' 가운데 팬들의 기억에 새겨져 있는 명장면은 어떤 것일까. 지금까지 열렸던 나이트 레이스의 기억을 더듬어보며 팬들과 함께 기억 속 장면들을 떠올려보기 위해 슈퍼레이스가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다. 나이트 레이스의 명장면을 함께 살펴보면서 팬들이 직접 투표를 함으로써 최고의 한 장면을 선정해 보는 이벤트다.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30일 공개되는 영상을 살펴본 뒤 구독 버튼을 누르고, 영상에 댓글로 참여하면 된다. 팬들의 기억 소환을 위해 슈퍼레이스는 5가지의 장면을 선정했다.
◆2016년 5라운드, 프로들의 숨 막히는 자리싸움
5라운드 나이트 레이스의 슈퍼 6000 클래스 결승전 7번째 랩에서 시작된 치열한 자리다툼이다. 중위권에서는 정연일부터 시작된 6위권의 경쟁이 뜨거웠다. 레이스 초반 6위권 다툼에서 승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포디움을 노려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6위로 달리고 있던 정연일의 뒤로 이데 유지, 황진우, 김재현까지 바짝 추격해오며 빈틈을 노린 몸싸움이 벌어져다. 4대의 차량은 마치 정사각형의 꼭짓점처럼 옹기종기 모여서 ‘틈만 보이면 치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차량의 간격을 극도로 좁히면서도 충돌상황 없이 빈틈을 공략해나가는 장면이 ‘과연 프로들의 레이스’라는 놀라움을 안겨주는 장면이다.
◆2016년 5라운드, 클래스 신인 김재현의 패기
당시 E&M 모터스포츠 소속으로 슈퍼 6000 클래스 데뷔 시즌에 도전하고 있던 김재현은 나이트 레이스를 통해 클래스 데뷔 후 첫 포디움 피니시에 성공했다. 6그리드에서 출발해 한때 9위까지 밀려났지만, 신인의 패기로 차근히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날 레이스의 백미는 마지막 랩, 마지막 코너에서 김재현이 보여준 3위 확정 추월이었다. 총 25랩으로 치러진 이 날 레이스에서 김재현은 18랩째부터 베테랑 드라이버 오일기를 압박하면서 4위 자리를 노렸다. 결승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랩에서 3위를 달리고 있던 조항우가 삐끗한 사이 오일기와 김재현이 추월에 성공해 각각 3위와 4위가 됐다. 김재현은 4위에 만족하지 않고 체커기가 눈으로도 보이는 마지막 코너에서 과감하게 인코스를 공략해 결승선 통과 직전 오일기마저 추월해냈다. 클래스 최연소이자 루키인 김재현의 패기가 만들어낸 3위였다.
◆2017년 5라운드, 끈질기게 때를 기다린 야나기다
2017년의 나이트 레이스는 정의철과 정연일의 싸움이 치열했다. 2015년과 2016년 연달아 나이트 레이스를 접수했던 정의철은 3연패에 도전하는 중이었다. 정연일과 정의철 모두 5라운드까지 1승이 없었던 터라 우승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듯 레이스 초반부터 치열하게 공방전을 펼쳤다. 야나기다 마사타카는 뒤에서 이 둘의 속도를 계속 따라잡으면서도 그들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적정 거리를 지켰다. 목표를 노리는 맹수처럼 섣부른 공격을 하지 않고 일격을 가할 때를 기다렸다. 야나기다 마사타카의 기다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8번째 랩에서 코너에 진입하며 좋은 공간을 차지하려고 몸싸움을 벌이던 정의철과 정연일이 충돌, 코스 밖으로 밀려났다. 그사이 야나기다 마사타카는 1위 자리에 가볍게 안착하면서 나이트 레이스 첫 승리를 따냈다.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면서도 격렬하게 싸우는 정의철과 정연일의 틈바구니에 끼지 않는 거리 두기가 주효했다.
◆2018년 5라운드, 류시원이 보여준 베테랑의 클래스
20년 동안 활약해오며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 공인 대회 100경기 이상을 소화해낸 베테랑 드라이버 류시원. 2018년 나이트 레이스는 류시원의 드라이빙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레이스였다. 끝을 맺지 못하고 리타이어한 것이 못내 아쉬운 경기로 남아 있다. 6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던 류시원은 12랩째부터 뒤를 쫓아오던 야나기다 마사타카의 매서운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호시탐탐 추월 기회를 노리는 야나기다를 상대로 류시원은 간결하고도 효과적인 움직임으로 방어전을 펼쳤다. 다급해진 야나기다, 코너에서 인코스를 파고들려던 그는 스스로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스핀하고 말았다. 그 뒤를 이어 류시원의 자리에 도전한 것은 황진우였다. 18번째 랩부터 황진우의 공격을 막아내며 선전한 류시원을 누구도 넘어서지 못하며 6대가량의 차들이 그의 뒤로 줄지어 서는 장면이 수 랩 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결승선까지 2랩을 남겨둔 22번째 랩에서 결국 팽팽한 자리다툼의 균형이 무너졌다. 코너에서 인코스로 파고들던 황진우가 류시원의 차량을 추돌하면서 류시원의 차량이 보호벽까지 밀려나 충돌, 그대로 경기를 포기해야만 했다.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던 류시원으로서는 안타깝고 아쉬운 장면이었을 것이 틀림없다.
◆2019년 4라운드, 눈을 의심케 한 서주원의 추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리플레이가 필요했던 장면이 지난 2019년 나이트 레이스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당시 제일제당 레이싱팀에서 자신의 첫 슈퍼 6000 클래스 풀 시즌을 시작한 서주원이었다. 폴 포지션에서 결승전을 시작한 팀 동료 김동은과 달리 서주원은 10번째 그리드에서 레이스를 시작해 순위권을 노리기에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서주원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었다. 차례차례 추월에 성공해 나가더니 어느새 포디움을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17번째 랩. 정회원, 이데 유지의 뒤에서 기회를 노리던 4위 서주원은 이데 유지가 코너에서 인코스로 파고들며 정회원을 넘어서는 순간 이데 유지의 차량에 마치 한 몸처럼 붙어서 함께 추월하며 순위를 3위로 끌어올렸다. 빈틈을 놓치지 않고 추월을 시도한 기막힌 타이밍도 멋졌지만, 자칫 사고가 날 수 있을 정도로 이데 유지의 차에 바짝 다가선 강심장도 돋보인 장면이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