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원, 김정현 극본, 신용휘, 윤라영 연출, tvN 금토드라마 <보이스4: 심판의 시간>(이하 <보이스4>) 제5화는 ‘해녀할망의 숨비소리1’이다. ‘숨비소리’는 해녀들이 물질할 때 깊은 바닷속에서 해산물을 캐다가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뿜는 휘파람 소리를 뜻한다.
서커스맨이 강권주(이하나 분)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5화에서는 서커스맨이 다인성 망상장애를 가진 다중인격의 남자라고 추정했는데, 그렇다면 서커스맨은 강권주에 대해 동경과 분노의 감정을 동시에 강하게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 동경과 분노는 이미 과거부터 형성된 것일 수 있다. <보이스> 시리즈가 담고 있는 심리학에 대한 통찰에 기반해 바라보면, 서커스맨과 강권주의 어릴 적 사건과 경험에 근거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 다인성 망상장애! 강권주에 대한 동경과 분노를 동시에?
<보이스4> 제5화는 서커스맨이 다인성 망상장애를 가진 다중인격의 남자라고 추정했다. 다인성 망상장애는 하나의 몸속에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인격을 가지고 있는 것을 뜻한다.
하나의 몸 안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예전 기준으로 볼 때는 흔하지 않고 접하기 쉽지 않은 질환일 수 있으나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가질 수 있고 상황에 따라 활성화될 수 있는 잠재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현대는 투잡의 시대를 넘어 부캐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부캐’는 온라인 게임에서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뜻하는 말로, 주 캐릭터에 대비되는 부 캐릭터, 부가 캐릭터이다.
나는 하나인데 하는 일이 둘 이상인 투잡의 시대를 넘어, 이젠 나 자체도 다른 캐릭터로 사는 것이 당연해지는 부캐의 시대가 된 것이다. 사회의 다변화와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에 따른 현상일 수 있다. 부캐의 시대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는 <보이스4> 제5화가 아주 먼 동네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무의식적 동성애 충동이 부정과 투사라는 방어기제를 통해 피해망상으로 나타난다고 해석한 바 있다. 물론 이 해석은 사람들의 지지를 많이 받는 해석은 아니긴 하지만, <보이스4> 제5화는 프로이트의 시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투사는 자신의 공격적 계획과 충동을 남의 것으로 생각하는 방어기제이다. 자신의 생각, 감정, 동기 등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부정은 의식화된다면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욕구를 무의식적으로 부정하는 것으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을 뜻한다.
서커스맨이 강권주의 얼굴을 하면서 나타난다는 것은 강권주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동일시되기를 바라며 동경하는 마음과 함께, 그렇지 못한 자신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강권주에게 투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강권주와 자신을 동일한 능력을 지닌 동종의 인물로 묘사하는 등, <보이스4> 시작부터 서커스맨이 강권주에게 보낸 여러 가지 말을 되돌려보면 더욱 그러하다.
<보이스4> 제5화의 마지막에 서커스맨이 혼자 한 말을 들으면, 서커스맨은 강권주에게 지지를 받고 싶었던 인물이 아닐까 추정하게 된다. 강권주에 대한 동경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면, 그 동경과 분노는 어쩌면 서커스맨과 강권주의 어린 시절에 이미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심리적인 문제는 어린 시절 제대로 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 행동과 선택을 지지받지 못했기 때문에 형성될 수 있다. <보이스>가 시즌1부터 이런 면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이스4> 중반 혹은 후반부에 서커스맨과 강권주의 과거 관계가 부각될 수 있다고 예측된다.
◇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 정서를 은유와 비유를 통해!
‘모든 일은 수영과 같다. 바다를 헤치고 나가다 파도에 휩쓸릴 때 헤엄치는 사람이 용감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바다는 여지없이 그를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토마스 카릴.
<보이스4>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내용은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자막을 통한 글로는 정서적인 측면에 집중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자막으로 표현된 메시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시청자에게는 너무 깊숙이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제작진의 메시지와 철학에 관심을 가지는 시청자들에게는 친절하게 알려주는 안내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로 은유나 비유를 통해, 제작진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정서적인 면, 근본적인 배경을 알려준다. 수위 조절을 위해, 인용된 문구와의 정서적 공통점 연결을 위해, 너무 노골적인 스포일러가 되지 않으면서도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선택하기 위해, 제작진은 스토리텔링 전체를 다시 정리하면서 디테일한 핵심을 추출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