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원, 김정현 극본, 신용휘, 윤라영 연출, tvN 금토드라마 <보이스4: 심판의 시간>(이하 <보이스4>) 제10화는 ‘서커스맨의 탄생’이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위장 자수는 시즌4 후반부의 반전과 재반전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
앞으로 현재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가 동시에 질주할 수 있는데, 그 사이에서 시청자가 느끼는 빌런에 대한 정서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의 악행에 과거의 아픔이 같이 장착된 빌런을 보면서 시청자는 시즌5인 <보이스5>를 기다리게 될 수도 있다.
◇ 속도감 있는 전개는 반전을 위한 가속?
<보이스4> 제10화는 ‘한 번에 범인을 드러내기’로 요약할 수 있다. 빌런의 정체에 대해 제9화까지는 시청자만 알고 있었는데, 제10화에 드라마 속 주요 등장인물 모두가 한 번에 알게 만든 것이다. 속도감 있는 전개가 펼쳐졌는데, 반전을 위한 가속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서커스맨(이규형 분)은 나이 든 사람에 대한 분노를 반복적으로 드러내왔는데, 어떻게 서커스맨이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면서 그 분노의 근원이 무엇인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분노의 근원이 밝혀지면서 동방민이 서커스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아픔이 드러날 것인데, 시청자는 이전보다 동방민을 안쓰럽게 여기게 될 수도 있고 더 명확하게 빌런으로 인지하게 될 수도 있다.
◇ 자신이 서커스맨이라고 자수한 곽만택! 단순히 혼선을 주기 위한 위장 자수가 아닌, 진짜 서커스맨의 원조일 수도 있지 않을까?
<보이스4> 제10화 마지막에 곽만택(이정열 분)은 자신이 서커스맨이라고 자수를 했다. 곽만택은 동방민 유괴 사건의 최초 목격자이자 동방민의 시종이다. 곽만택의 자수는 단순히 수사에 혼선을 줘 동방민을 보호하기 위한 위장 자수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곽만택 자신이 24년 전 진짜 서커스맨의 원조 혹은 그 일원일 수도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곽만택은 동방민의 조부인 소낭촌장 동방헌엽(장항선 분)과의 대화에서 24년 전 이야기를 나누는데, 숨겨진 무언가가 드러나지 않을까에 대한 두 사람의 대화는 곽만택과 동방헌엽이 24년 전 동방민 유괴 사건에 범인으로 가담하지 않았을까 추정하게 만든다.
만약 그렇다면 24년 전의 어린 동방민은 소낭촌에서 입지를 다지고 소낭촌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동방헌엽이 벌인 사건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 곽만택과 동방헌엽의 대화 속에 나오는 24년 전 죽은 사람은, 어쩌면 동방민을 보호하려다가 죽은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곽만택은 그 사람이 어린 동방민의 몸에 들어간 게 아니냐고 말하며 두려워했다. 동방헌엽과 그 대화를 나눈 후 자신이 서커스맨이라고 자수한 것을 보면, 곽만택에게 위장 자수를 사주한 사람은 당연히 동방헌엽이고 조사가 들어갔을 때 진실과 비밀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제대로 된 조사가 채 진행되기 전에 곽만택의 생명은 어떤 방법으로든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과거의 진실이 묻힘과 동시에, 수사가 무리한 강압수사였다는 역풍을 골든타임팀을 맞게 될 수 있다. <보이스4> 제10화의 빠른 진행은 제11화에 반전의 반전을 위한 포석일 수 있는 것이다.
<보이스4>가 14부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10화부터 시작한 스토리텔링의 가속은 시즌4에서 마무리되기보다는 시즌5인 <보이스5>로 이어질 수 있다. 동방민과 그의 내면에 내재된 여러 인격 안에, 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 이상으로 더 많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