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원, 김정현 극본, 신용휘, 윤라영 연출, tvN 금토드라마 <보이스4: 심판의 시간>(이하 <보이스4>) 제11화는 ‘서커스맨의 비밀’이다. 제10화까지 동방민(이규형 분) 내면의 인격 변화는 동방민이 단독으로 있을 때만 이뤄졌다면, 제11화에서는 이제 인격 변화가 외부화되면서 본격적인 폭주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만들었다.
심대식(백성현 분)이 또다시 배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직선적인 복선일 수도 있지만, 반전을 위한 역복선일 수도 있다. 목숨을 담보로 사건의 핵심에 본인을 던지겠다는 의지를 심대식이 표명한 것일 수 있는데. 심대식 캐릭터를 되살리면서 더욱 매력적으로 강화하려는 작가의 애정이 반영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 “감히 날 깨워?” 내면의 인격이 이제 본격적으로 외부화될 것이라는 신호탄?
이전까지 동방민 내면의 인격 변화는 동방민이 단독으로 있을 때만 이뤄졌었다. 하지만 <보이스4> 제11화에서 병실에 누워 있던 동방민은 데릭조(송승헌 분)와 강권주(이하나 분) 앞에서 인격 변화를 보여줬는데, 끝까지 드러내지는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인격 변화가 아닌 것처럼 절제를 했다.
데릭조와 강권주가 병실을 나가고 난 후, 동방민의 인격 중 하나는 “감히 날 깨워?”라고 말하며 눈가에 흘린 눈물을 닦았는데, 이 장면은 시즌4의 마지막에 갈등이 어떻게 폭발되고 그로 인해 시즌5에서 어떤 방향으로 질주하게 될지 짐작하게 만든다.
서커스맨 인격, 센터장 인격, 마스터 인격은 동방민이 동방민 자체의 인격이 아닐 때, 즉 동방민이 평소에 만나는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과 만날 때 활성화됐던 또 다른 인격이었는데, 그 내재된 인격이 이제 본격적으로 외적 부딪힘을 만들 것이라는 신호탄이 쏘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내면의 인격이 본격적으로 외부화되면서 동방민은 데릭조, 강권주와 더욱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대결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즌4의 갈등이 어떻게 첨예화되고, 시즌5로 증폭될지 힌트를 준 것이라고 생각된다.
◇ 동방민의 인격에 대한 마지막 매듭은?
<보이스4> 제11화에서 동방민의 다중인격 중 각 인격은 과거의 특정한 사건, 특히 어떤 의미 있는 사람과 연관된 사건에서 그 사람의 인격이 동방민의 다중인격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라는 것을 암시했다. 하지만 명확하게 연결고리를 풀지는 않았다.
제12화에서는 동방민의 인격에 대한 마지막 매듭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동방민의 과거에 동방민 본인이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 최소한 3개 이상 있었을 것인데, 제작진은 매듭을 풀어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고 더욱 직진하는 동방민의 폭주를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매듭을 풀고 그 매듭이 현재 어떤 의미인지 해석하는 것까지가 시즌4의 내용이 된다면, 시즌5는 초반부터 더욱 격렬한 동방민의 광기를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섬뜩한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이 바로 잡히지 않아 조바심을 내면서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시청자들은 시즌5를 기다리게 될 수도 있다.
◇ 심대식의 배신! 직선적인 복선인가, 반전을 위한 역복선인가?
<보이스4> 제11화에는 심대식이 배신을 할 수 있다는 복선을 깔아놓았다. 심대식은 이미 시즌1에서 비리경찰로 낙인찍힌 적이 있기 때문에, 또다시 배신을 할 것이라는 직접적인 복선은 스토리텔링상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또 그럴 수도 있지만, 시즌4에서 새로 구축한 심대식의 이미지를 보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반전을 위한 역복선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배신 제안에 심대식이 반응했던 이유는 자신을 내던져 사건의 핵심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선택 때문일 수 있다. 심대식의 선택과 행동은 소낭촌과 골든타임팀 모두를 일시적으로 속여 사건을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일 수 있다.
<보이스4> 제11화까지 심대식이 위기에 빠진 사람을 극적으로 구하는 역할을 했다면, 제12화부터는 자신이 그 위기에 빠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심대식 캐릭터를 멋지게 되살리려는 작가의 애정이 담겨있다고 느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