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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원 칼럼] 왕도게임의 필요성

발행일 : 2021-08-30 13:33:59
[석주원 칼럼] 왕도게임의 필요성

왕도라는 단어가 있다. 단어 자체의 의미는 임금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는 뜻이고. 사상적인 부분에서는 인덕을 근본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도리. 유학에서 이상으로 하는 정치사상이다. 마지막 의미로는 어떤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한 쉬운 방법이라는 의미가 있다.

작금의 게임시장에 과연 왕도가 있을까? 앞에서 언급한 왕도의 단어에 빗대면 게임이라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란 무엇일까? 게임만 만들어 쉽게 돈 벌 수 있다면 어떤 행위라도 용서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게임을 만드는 자체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게임산업 보다 먼저 흥망성쇠를 먼저 경험해본 일본의 사례를 보자. 1987년 연재를 시작해 아직도 연재를 하고 있는 아라키 히로히코라는 작가가 있다. 그는 만화가를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 가장 안 좋은 것은 “무엇을 그려야 할지 모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게임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수 많은 만화 성공작들은 이런 작가 개개인의 신념에 더해 편집부라 불리는 시스템도 함께 했다. 수 많은 작품 중 반드시 근성이 넘치는 주인공이 열혈과 정의에 기반을 둔 우정과 사랑의 힘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해나가는 스토리는 수십 년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편집부 주도의 왕도 만화는 지금의 일본을 넘어 아직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드래곤볼, 원피스, 나루토,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체인소맨으로 계보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부분은 남아 있지만 핵심을 가로지르는 목표의식은 그대로다.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라도 왕도를 따르는 만화를 보면 재미도 얻고 미래를 마주하고자 하는 희망과 용기를 준다는 부분이다. 물론 수 많은 일본 만화 중에는 대중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작품들도 다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의 노력으로 일본은 만화, 애니, 게임의 인식을 전환시켰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돌아보자. 신도시나 재개발이 이루어진 대 단지 아파트 상가를 둘러보면 PC방도 만화방도 노래방도 상대적으로 찾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이미 연령에 상관없이 PC방이나 만화방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공간이라는 인식이 모두에게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 속의 공간 이외의 부분을 둘러보자. 세계에서 통한다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게임들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거대하다는 사실은 카카오게임즈나 최근 상장한 크래프톤 이야기만 살짝 검색해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들이 성장하는 엄청난 기간 동안 게임순위는 어떤가?

스타크래프트에서 워크래프트로 서든어택에서 배틀그라운드로 그리고 리그오브레전드로 시장은 말 그대로 고착화되고 게임 순위기 조금만 변해도 뉴스가 될 만큼 변화가 없다. 모바일도 서서히 고착화가 시작되었다. 메타버스 체계의 지배자적 플랫폼이 나오면 또 변하겠지만 당장은 그렇다.

[석주원 칼럼] 왕도게임의 필요성

원인은 간단한 부분에 있다. 새로 나오는 게임들이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의 다양한 도전들이 있었지만 모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성공한 그들이 장기간 시장을 지배하는 동안 그들은 무엇을 한 것일까?

물론 시장을 지배하는 그들도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수많은 도전을 했음에도 소기의 성과를 이룩하지 못했고 일부는 성공을 넘어서는 도전을 하다 소멸한 곳도 부지기수다. 이제 현실을 직면하고 IP에 중심을 둔 포트폴리오에 목을 매는 것도 비슷하다고 본다.

도전과 시도에 체념한 것은 그들의 경험에서 나온 결과기에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에 원칙이 없었음은 인정해야 한다. 물론 원칙이 있다고 승승장구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블리자드를 보면 누구나 쉽게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승승장구 할 때 관리도 잘해야만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게임의 왕도는 무엇일까? 어떤 어려운 일을 하기 위한 쉬운 방법이라는 왕도의 의미에 충실하다. 돈이 벌리는 돈을 빠르게 벌 수 있는 이런 코드에만 대부분의 이슈가 맞춰져 있다. 작은 회사는 생존을 위해 큰 회사는 실적을 위해 모두 고개를 들지 않고 바닥만 보고 있다.

돈을 빠르게 벌기를 원해도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시대를 뛰어넘어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바로 재미다. 게임의 모든 요소들은 재미를 중심으로 뭉쳐야 하며 그 이후에는 그 재미를 얼마나 더 다양하게 줄 수 있고 오래 줄 수 있는지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앞에서 언급한대로 어정쩡한 상태로 광고비를 퍼부어 돈을 버는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것도 시대적으로 끝물인지라 이제 IP를 활용해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물론 수많을 회사들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 각자의 사정과 중국게임의 불공정 공격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하는 게임에 재미가 있고 회사에 원칙이 있어 모두가 힘을 합쳐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집어 삼킬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를 원할 뿐이다. 대한민국의 게임산업이 나아갈 방향은 반드시 재미를 중심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다양성을 지키는 길로 가야만 한다.

큰 회사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큰 도전들을 이어나가야 하고, 작은 회사들은 어몽어스 같은 성과를 도출할 새롭고 참신한 게임을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수 많은 개발자가 회사의 규모에 상관없이 목숨을 걸고 이 순간에도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게임을 만드는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에 상관없이 우리 산업이 가야만 하는 미래에 대해서 한번 정도는 생각해 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을 때 그 초심 말이다. 재미있는 게임은 그렇게 시작된다.

위대한 지도자는 나서지 않아도 부름을 받게 되어 있는 법
‘듄’

필자 소개/ 석주원
2021~현재 한국게임화연구원(대표이사)
2020~2021 한국이스포츠연구소 연구소장
2014 제7대 한국게임학회 부집행위원장
2012~2020 주식회사 엔탑커뮤니케이션 기획이사
2010~2012 주식회사 제페토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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