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미디어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 오지연 박사를 만나 와 인터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오지연 박사는 “예술가란,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자기 인생을 음미하며 스스로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사는 사람”이라는 통찰을 전달했다.
이하 오지연 박사와의 일문일답.
Q1. 오지연 박사님! 자기소개와 함께 재직하고 계시는 박물관에 대해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오지연입니다. 고교시절, 문학과 예술에 심취하여 예술가처럼 살겠다고 다짐했을 무렵 이우환 화백의 전시를 관람하면서, 예술의 중심에 철학이라는 학문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간본성과 존재가치, 삶의 본질과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은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지적호기심은 더 심도 있게 연구하고 싶은 동기가 되었고, 이후 석·박사과정을 문화산업과 문화예술학으로 마쳤습니다. 세부 전공은 박물관학과 문화예술행정경영입니다. 저는 학위 과정에 있는 동안 문화예술분야의 심층적인 연구경험, 박물관·미술관의 현장경험으로 연구자로써 필요한 연구역량강화를 위해 매진하였습니다.
특히, 삼성미술관·서대문자연사박물관·콘텐츠진흥원 등 문화예술분야의 인턴직무경험은 다양성 공감 능력을 키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배웠던 계기라고 생각됩니다. 이후 여러 박물관 학예사로서, 다양한 교육기관의 자문과 교수자로서 교수 역량도 키우고 있습니다.
현재는 유진민속박물관 학예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문화예술콘텐츠에 관련된 강의를 겸하고 있고, (사)미디어전략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2. 학부전공을 철학을 했는데 석·박사는 문화산업과 문화예술을 전공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철학을 전공한 이유는 철학이라는 학문은 삶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개 철학이라는 학문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철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거기서 얻은 통찰을 문화예술의 영역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어릴 적 미술을 무척 좋아했고, 그림 보는 것을 즐겼으며, 그러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행복했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거장들은 예술형식에만 갇혀 있지 않고, 진리를 깊이 있게 통섭하고 있다는 사실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예술가에 대한 더 깊은 호기심은 그들의 신념과 가치관, 그들이 살았던 사회구조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미술과 예술에 대한 관심은 사람과 철학, 그리고 문화예술전반의 영역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제가 전공한 철학, 문화예술학은 그렇게 하나의 맥락을 갖게 되었고, 예술에 대한 지적호기심은 현재의 저를 만들어주었다고 생각됩니다.
Q3. 박물관·미술관에서 일하는 학예사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박물관·미술관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있으십니까?
학예사(큐레이터)는 박물관·미술관에서 작품을 수집하고 관리⋅보존⋅연구하며 전시를 기획하고 교육하는 일을 합니다. 여러 박물관에서 학예사로 일하는 동안 깨달은 점은, 전공지식뿐만 아니라 사람과 문화예술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수련과정은 전문지식을 넘어 서로 협력하고 협업하는 덕목을 일깨워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 공조하고 조화롭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제가 생각하는 학예사의 자질은 무엇보다 공감능력과, 적극적인 삶의 태도, 협업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박물관·미술관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를 말씀드리자면, 중학교시절, 부모님과 함께 한 삼성미술관(당시 호암갤러리) 『바우하우스』에 관한 전시에서 느낀 강렬한 미적경험덕분입니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직접 마주하고 작품의 사연, 작가의 생애, 작가가 바라보는 작품의 의미를 보다 깊게 바라보면서, 마치 특별한 여행을 한 것과 같은 느낌이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이 경험이 바로, 제가 박물관·미술관을 사랑하게 된 시발점이며 학예사를 꿈꾸게 된 동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동안 저는 밤을 지새우며 예술을 공부했고 느꼈습니다. 그 속에서 제가 얼마나 예술을 정말 좋아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좋은 작품을 보고 있으면 행복했고,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사람들과 공유하였습니다. 나누면서 느끼는 그 감동 때문에 또 설레며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Q4. 재직하고 계신 유진민속박물관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유진민속박물관은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에 위치한 사립박물관입니다. 작고 아담한 박물관입니다.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담겨있는 민속 문화유산의 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조사하여 대중에게 전시하고 교육하고 있죠. 전시는 상설전시와 기획 전시로 나뉘어 있으며, 상설전시관은 전통농업⦁가옥⦁혼례⦁생활도구 등이 전시되어 있어, 조상들의 의식주를 중심으로 당시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금하고 있는 기획전시 <옛 풍경으로의 초대>는 코로나로 지친 일상을 그림 속 이야기를 찾으며, 위안을 얻고자 기획되었습니다.
또한 경기도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꿈의 학교』는 학생이 주체적으로 기획⋅참여하여 진로를 탐색하고 꿈을 실행해보는 학교 밖 학교인데, 유진민속박물관에서는 <큐레이터 해드림>이라는 주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내 학생들에게 박물관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살펴보면서 진로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박물관에 대해 더 심층적으로 알아보고, 박물관직업군을 살펴보며, 박물관의 소장품(유물)으로 나만의 전시를 기획하여 직접 전시하면서 진로탐색의 시간을 갖도록 돕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강의하고 있는데, 학생들과 함께 하는 수업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서 저는 학생들의 꿈을 이루는데 작은 울림이 되고 싶고, 또한 꿈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답니다.
Q5. 박물관은 지루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를 극복할 만한 전략이나 방안이 있습니까? 사립 소형 박물관의 강점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저는 박물관의 관람객 맞춤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관람객 한분 한분을 집에 오신 손님처럼 정성스럽게 대하고 있습니다. 사립 소형박물관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관람객과의 소통을 위해 전시설명을 직접 하고 있는데, 전시설명은 박물관과 관람객이 직접 관계 맺는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의 노하우를 말씀드리자면 관람객의 연령층에 맞추어 설명합니다.
저희 박물관을 방문해 주시는 관람객 대부분이 유아·유치·초등학생이 있는 가족 관람객입니다. 주로 어린이 관람객을 중심으로 어린이 관람객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관람객 입장에서 시선을 맞춘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저는 설명을 할 때, 자세를 낮추고 눈을 마주보면서 이름을 불러줍니다(동의하에^^). 어린이들의 직간접경험을 이끌어 내어 유물과 관람객의 경험을 마주보게 합니다. 저희는 민속박물관이기 때문에 박물관 유물들은 <한국 전래동화>에 많이 등장합니다.
전래 동화에 등장하는 박물관의 유물을 스토리텔링방식으로 재구성하여 전시의 유물을 설명하고 있으며, 관람객들의 취향의 흐름까지 고려해 전시설명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박물관 서비스는 가족 관람객에게 특히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칭찬받고 있습니다.
5세(만 4세) 어린이가 40분의 전시설명을 들어도 전혀 지루해 하지 않고 신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것, 이 스토리텔링 기법의 전시설명은 저희 유진민속박물관의 자랑이며, 큰 자부심입니다.
이렇게 만난 관람객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어 열성 관람객 층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박물관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저희 박물관은 관람객 입장에서 박물관에 대한 요구를 세심하게 읽어내고, 관람객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에 박물관이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작은 박물관의 강점이고, 저만이 갖고 있는 노하우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6. (사)미디어전략연구소에서 연구자로 연구 활동을 하신다고 했는데, 최근 발표한 논문은 무엇인가요?
2020년 12월 (사)지속가능과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관람소비자의 언택트 공연전시 관람이 박물관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와 2021년 4월 한국에듀테인먼트학회에서 『문화예술분야 크라우드펀딩 참여자의 집단지성에 관한 질적 연구』로 각각 우수논문상을 받았습니다.
『관람소비자의 언택트 공연전시 관람이 박물관 지속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소개하면 2020년 당시, 코비드19의 팬데믹과 그에 따른 사회의 봉쇄는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박물관계도 심각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서 문화예술계는 가상전시, 온라인 공연, 발코니 콘서트, 드라이브 인 버스킹, 웹기반으로 하는 축제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시도를 통해, 고립되고 소외되고 불안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부여하고자 했었죠.
박물관도 관람소비자들과 밀착된 관계형성을 위하여 적극적인 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본 연구는 관람객들과 소통하고 공유하려는 이런 박물관 전략에 주목하고, 박물관의 지속가능성이란 목표아래 관람객의 언택트에 대한 생각과 활동에 관심을 두어 박물관의 새로운 전략을 구축하는데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2021년 4월 한국에듀테인먼트학회에서 발표한 『문화예술분야 크라우드펀딩 참여자의 집단지성에 관한 질적연구』는 COVID-19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 트랜드 중 융합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고객주도의 산업사회로 변화에 주목하고 소비자들의 집단지성에 대한 관심을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참여자들이 느끼는 경험재의 의미를 살펴보고 경험 전, 후의 변화를 집단지성 관점에서 그 양상을 탐색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그들의 경험의미를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살펴보았던 것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Q7. 마지막으로 오지연 박사님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예술가로 살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예술가란, 예술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자기 인생을 음미하며 스스로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사는 사람입니다. 이처럼 제가 꿈꾸는 예술가는 삶을 소재로 삼아 여러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즐길 수 있는 문제해결방법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예술가는 문화예술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문학과 철학을 논할 수 있고,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된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또한 우리 모두가 예술가로 살길 원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도 멋진 예술가의 삶이 되도록 돕고 싶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풍요롭게 사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길을 함께 찾고 싶습니다.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되고, 그 중심에 사람이 있고, 함께 사람답게 살아가길 바라는 희망을 갖는 것, 그 기저에 문화예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화와 예술을 함께 공유하는 삶이 저의 계획이고 목표입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