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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원 칼럼] 게임을 통한 대중교육의 필요성

발행일 : 2021-09-15 15:12:52
[석주원 칼럼] 게임을 통한 대중교육의 필요성

여사면(呂思勉)은 중국을 대표하는 근대 역사학자다. 그는 여러 해에 걸쳐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쳤다. 시험을 보고 채점을 하면 일부 학생들은 유방이나 이세민이 어느 왕조의 황제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낮은 점수의 학생들조차 삼국지에 대한 이야기와 에피소드는 대부분 알고 있었다. 관련 지식이 사회에 널리 퍼져있어 학습과정의 습득이 훨씬 수월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 교육과 사회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된 내용은 중국에만 한정된 내용이 아니다. 한국의 경우 삼국지 하면 떠오르는 이문열 삼국지의 경우 2017년 기준 1900만 부가 팔렸다. 2020년에는 2000만 부 이상 누적 판매로 조사되었으며 대한민국에서 이보다 많이 팔린 책은 운전면허 시험 책자뿐이다.

일본의 경우 이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2013년 기준 전 세계 만화책 판매 순위 29위가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삼국지다. 일본답게 만화로 연재되었으며 1971년부터 1987년까지 15년 동안 연재되었다. 국내에 판매된 정식 만화 버전이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통계로 잡힌 일본 내수 순수 판매량만 8000만 부가 넘는다. 이 기록은 일본 역사만화 판매량 1위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중국에서도 삼국지는 교육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자연스럽게 게임과 만나게 된다. 지금의 코에이테크모라는 글로벌 게임사의 기반을 다진 게임이 삼국지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1985년 발매한 삼국지 1부터 2021년 발매한 삼국지 14PK까지 시리즈는 35년의 역사를 넘어섰으며 2020년 기업의 시가총액은 한화 9조원을 돌파했다.

일본을 넘어 중국에서도 역사 기반인 삼국지로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빅테크하면 당연히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떠오를 것이다. 텐센트가 꽉 잡고 있는 게임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알리바바가 자회사를 설립하고 힘을 실은 게임도 삼국지 게임이다. 국내에도 서비스중인 삼국지전략판이라는 게임이며 출시 1년만에 글로벌 5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이렇게 동양에서 큰 사랑을 받는 삼국지는 미국과 유럽으로도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영국의 게임 제작사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가 서비스하는 토탈워 삼국지이다. 19년 출시된 이 게임은 출시 당시 스팀 일일 동시 접속 16만 명을 가뿐히 돌파했으며 일주일 만에 100만 장을 팔았다. 서양이 만든 삼국지 게임이 한중일을 넘어 전 세계적 사랑에 확장팩을 지나 차기작도 제작 중이다.

유비소프트와 같은 서구의 수많은 게임 개발사들도 다양한 역사적인 고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는 작아 보일지라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수많은 유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지금으로부터 700년 전 역사를 바탕으로 나관중의 창작물과 진수가 집필한 실재 역사가 어우러져 수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대중 교육의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수천 년간 이어진 동북아시아 선비들의 교육은 얼마나 알고 기억하는지에 따라 지식의 깊이가 측정되었다. 그 중에서도 역사라는 카테고리는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무의미한 사실을 알고 기억하는 것이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시대가 지금이다. 오히려 잘못된 관점은 편향을 불러오는 결과를 만든다. 이런 관점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고유의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게임이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가지지 못하는 역사에 대한 관심을 재미를 통해 일으키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게임이 대중 교육의 영역으로 향해 확장해 나가야 한다. 아이들이 책을 보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말고, 당장 영상으로만 주입식으로 받는 교육의 한계를 뛰어넘어 게임을 통해 진짜 역사부터 가상의 역사까지 모두 다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것이 돈이 될 수 있느냐부터, 올바르게 알릴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우려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우려조차 되지 못한다. 한때 삼성을 앞섰다고 평가받고 모든 부분에서 삼성의 우위에 있던 소니를 알 것이다. 지금 소니 영업이익의 큰 비중이 단 하나의 게임인 페이트 그랜드 오더에서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이전에 소설과 애니메이션 같은 세계관 구축의 과정이 있었으나 2018년 2019년 모두 매년 1조 이상의 매출을 단 하나의 게임만 가지고 일으켰다. 그리고 이 게임의 힘은 고유의 스토리에서 나오지만 모든 스토리가 고유는 아니다. 아서왕, 로빈후드, 형가, 잔다르크, 나이팅게일, 카이사르, 오다 노부다가 등 일본사까지 넣은 온갖 진짜 역사가 녹아들어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젊은 층은 게임 속 캐릭터를 획득하고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배후 스토리가 궁금하면 자연스럽게 공부하고 학습할 것이다. 지금의 이야기가 역사 분야에 한정되어 있는 부분도 있지만 이런 형태의 프로세스로 게임이 인류 전체의 대중 교육에 무조건적인 긍정적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역사가 한국 게임을 빛내기를 기원한다.

교육의 참된 목적은 각자가 평생 자기의 교육을 계속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존 듀이’

필자 소개/ 석주원
2021~현재 한국게임화연구원(대표이사)
2020~2021 한국이스포츠연구소 연구소장
2014 제7대 한국게임학회 부집행위원장
2012~2020 주식회사 엔탑커뮤니케이션 기획이사
2010~2012 주식회사 제페토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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