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제작하는 역량은 형태나 제품에 관계없이 대부분 하나의 흐름으로 흘러간다. 수많은 기교들이 넘쳐나고 세상의 변화는 빠르지만 반드시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산업의 카테고리가 다르더라도 최고에 이르는 과정은 분명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게임을 만드는 기획자도 다르지 않다.
나는 단호하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열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열정은 뭔가 있어 보이는 단어지만 굉장히 간단한 뜻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일에 대해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가장 필요한 역량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열정을 가지기는 굉장히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잠깐 열정을 가질 수 있지만 오래도록 보존하고 유지하게 만들기는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뜨거운 열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속 가능한 열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열정은 매우 공평한 능력이다 후천적 획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어려서부터 특정 분야에 열정을 심어 장인으로 거듭나 인생이 피는 사례도 있다. 스포츠 스타가 특히 많으며 살펴보면 선수 개인의 운명도 운명이지만 대부분 가족 전체의 운명을 걸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모의 지원을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부모님의 가이드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열정은 작은 계기로 생긴다. 물론 그 작은 계기가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열정을 만들어 주지는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 불씨를 모든 사람이 평생에 걸쳐 몇 번 이상은 경험해 봤을 것이라 확신한다. 게임 제작에 있어 그것은 무엇일까?
게임에 있어 그런 꿈과 열정을 가지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는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는 것이다. 시장에 널리 풀려있는 게임들의 단점을 해소하여 혁신을 일으키는 방향이건, 시장에는 아직 없지만 나타나면 놀라운 성과를 낼 것이라는 개인적 확신이든 안에서 내제화되는 꿈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풍운의 꿈을 안고 게임의 제작을 위해 어느 분야건 학습을 시작하고 준비해 나간다면 꿈꾸는 게임을 만들 확률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직업으로 게임을 만들고 싶어 일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꿈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게임 제작의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열정을 가장 필요한 역량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듣고 나면 막상 슬플 수 있다. 열정이 있다고 더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열정이 있다고 더 빠른 게임이 나오는 것이 아닐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열정이 있다면 될 때까지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게임의 역사를 살펴보면 잘 만들었다고 생각되는 게임들도 수많은 요소들에 의해서 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으며 이거 안될 거 같은데 망하겠는데 하던 게임들도 결국은 살아남아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경우도 수도 없이 많았다. 운도 일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운마저도 열정이 있어야지만 의미가 커진다. 열정 없이 운이 좋아 빠르게 성공해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학자 정이가 인생삼불행(人生三不幸) 중 하나로 꼽은 어린 나이에 등과하는 것에 대한 불행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성공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도 열정은 필수인 것이다.
열정을 어떻게 측정하거나 판단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 제작을 꿈꾸는 각 개인이 스스로에게 충분히 질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TV를 틀면 나오는 백종원이 수많은 식당을 돌아 다니듯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게임을 해보고 분석했는지 반문해 보면 되는 것이다.
과거 이런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았다. 스마트폰 시대 이전의 게임은 집에 PC가 있거나 콘솔기기와 같은 다양한 경제적 역량이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스팀을 비롯한 구글플레이에서 수많은 무료 게임이 플레이가 가능하다. 유튜브를 통한 다양한 접근과 활용도 용이하다.
게임 제작을 꿈꾸지만 당장 생계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틈을 만들고 기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열정이다. 마음이 간다면 반드시 꿈에 도전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은 언제나 후회일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위대한 일로 이끄는 것은 오로지 열정, 위대한 열정뿐이다.
‘드니 디드로’
필자 소개/ 석주원
2021~현재 한국게임화연구원(대표이사)
2020~2021 한국이스포츠연구소 연구소장
2014 제7대 한국게임학회 부집행위원장
2012~2020 주식회사 엔탑커뮤니케이션 기획이사
2010~2012 주식회사 제페토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