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대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모하비를 기반으로 한 경량 고기동 차량(ATV)을 2021 서울 ADEX에서 공개했다.
이 차는 모하비의 베어 섀시(차체 프레임에 엔진 등의 주요 구동 장치를 부착한 반제품)를 활용해 만들었으며, 차량 위쪽이 개방된 오픈 톱 구조가 특징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콘셉트 수립을 끝낸 기아차는 이번 전시회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기아 ATV는 차체 길이 4600㎜, 너비 1860㎜, 높이 1860㎜, 휠베이스 2895㎜, 최저지상고 217㎜다. 공차중량은 2200㎏으로 군용차치고는 가볍다. 총 중량은 3000㎏이다.
최고출력 260마력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2단 트랜스퍼 케이스를 얹었고, 최고속도는 190㎞, 항속거리는 700㎞다. 영하 32도~영상 43도에도 견디도록 설계됐고, 도하(도강) 능력은 760㎜에 이른다.
ATV는 도어와 지붕이 없는 구조다. 전장으로 빠르게 이동할 때 공격을 펼치거나 반격을 하기에 도어가 없는 게 유리하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 차는 생존능력보다는 기동성을 위해 개발한 차여서 필러에 구멍도 뚫려있다”면서 “보병들이 적진에 성공적으로 침투하고 나면, 버리는 차”라고 설명했다.
민수용으로 개발될 경우 지프 랭글러처럼 도어를 탈착해 레저를 즐기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민수용 모델은 보행자 안전규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앞모습이 바뀔 것”이라면서 “군용이든 민수용이든 아직 정확한 양산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아는 ATV의 양산이 결정될 경우 군용차뿐 아니라 산업용, 레저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앞서 기아가 선보인 소형전술차량(LTV)은 4인승 지휘차부터 기갑수색차, 대전차 미사일 ‘현궁’ 탑재차, RCWS(원격조종 무기체계) 탑재차 등의 방탄차와 정비차, 통신장비 탑재차 등의 비(非)방탄차를 포함해 총 13가지 이상의 차종으로 개발돼 있다. 기아는 이러한 군용차 개발 및 생산 기술과 노하우를 자사 SUV의 내구성 향상에 적용하면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기아는 차세대 군용차 표준 플랫폼 개발도 본격화하고 미래 군수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기아는 차세대 군용 표준 플랫폼이 적용되는 2½t(톤) 및 5t 중형표준차량 시제품을 2019 ADEX에 선보인 데 이에, 올해에는 양산형으로 선보였다. 앞서 기아는 지난해 10월 20일 기아 광주공장에서 상세설계검토(CDR, Critical Design Review)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CDR 회의는 차량 상세 설계에 대한 개발 요구 기준이 완전하게 충족되는지를 점검하고, 후속 단계 진행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기아는 이번 중형표준차량 제품으로 오는 11월에 정부의 시험평가를 받을 계획이다. 이후 규격화 및 초도 생산 시험 등의 과정을 거쳐 2024년부터 군에 배치해 전력화한다는 목표다.
이번 중형표준차량 개발 사업은 군과 기아차가 5년간 공동 투자하여 현재 운용 중인 2½t과 5t 군용 표준차량을 대체하고 5t 방탄킷 차량을 신규 개발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중형표준차량은 ▲7ℓ급 디젤 엔진 및 자동변속기 ▲ABS 및 ASR(Anti Spin Regulator) ▲후방주차보조 ▲어라운드뷰, 내비게이션, 열선시트를 비롯한 각종 안전/편의장치 등 최신 상용 기술이 대거 탑재된다.
이 같은 상품성을 바탕으로 ▲기동성 향상을 위한 콤팩트 설계 ▲4×4, 6×6 구동 적용 ▲전술도로 운영에 최적화된 회전반경 구현 ▲영하 32℃ 시동성 확보 ▲하천 도섭(渡涉) 능력 강화 ▲야지 전용 차축 및 최신 전자파 차폐기술 적용 ▲프레임 강도 보강 등 기아차의 차별화 된 군 운용 특수사양과 기술을 대거 적용할 계획이다. 기아는 신규 차량을 모듈화해 각종 무기 체계 탑재 등 후속 파생차 개발에 대비하고 차별화된 군용 특수사양과 기술도 적용한다.
기아는 군의 미래 전투 체계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최신 자동차 기술을 군용차에 접목하는 선행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기아는 전기차(EV) 전용 플랫폼 및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공군 비행장 등 군 기지 내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에 관한 선행 연구를 검토 중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미래 전투 지역에서 다양한 물자를 보급하는 무인 수송차량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기아는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한 군용차량과 비상발전기 차량도 개발 중이다. 수소연료전지는 전장 환경 고려 시 대용량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래 군용차에 적합한 기술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열린 수소모빌리티쇼에서 기아는 구난 또는 응급 용도의 ‘레스큐 하이드로젠 제네레이터 비클(구난용 수소차)’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차는 640마력 디젤 엔진으로 구동하지만, 50㎾ 용량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을 차체 뒤에 탑재하고 있다. 4개의 탱크에 수소연료 16㎏을 싣고, 오지·험지에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수소차가 군용차로 개발될 경우, 전력 공급용도로 활용될 수 있으며, 민수용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도하(도강) 능력은 760㎜다.
기아차는 먼저 군수 차량용 발전기를 개발 공급하고, 레이저 포 등 첨단 무기 체계가 탑재된 미래형 군용차에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차는 1973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이래 ¼톤, 1¼톤, 2½톤, 5t 등 표준차량 생산에 돌입하면서 한국 군용차의 역사와 함께했다. 현재까지 9개 차종, 100개 모델, 총 14만여 대(단종 차종/수출물량 포함)의 군용차를 공급했다.
1995년에는 궤도형 전술차량 BV206을 스웨덴 업체와 기술협력을 통해 생산했고, 2001년 15톤급 구난차 및 중장비 수송차량(트랙터)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면서 소형급부터 대형급까지 아우르는 군용차량 풀 라인업 생산체계를 구축했다.
기아차는 2016년에는 ¼톤과 1¼톤 차량을 대체하는 국내 최초의 다목적 전술차량인 소형전술차량을 탄생시켰다. 모하비의 엔진과 자동변속기, 브레이크 시스템 등을 군용화해 적용했고, 전자식 4륜 구동장치를 비롯한 최신 상용 기술과 군용 특수사양을 채택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군수 사업은 국가에 이바지해 공익을 실현하겠다는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소량 생산 체제 특성상 개발과 서비스가 쉽지는 않지만, 고객 중심의 마음가짐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용 중형표준차량을 적기에 개발하고 전력화함으로써 우리 군의 사기 진작과 전투력 향상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다품종 차량개발의 경험은 물류 및 레저용 PBV(목적 기반 맞춤제작 차량) 등 신사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기아차가 구상하는 PBV 사업은 군용차와 마찬가지로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 구축과 뛰어난 차체 내구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오랜 군용 사업의 경험으로 기아차가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하는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도 PBV 사업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