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부군당은 용산과 한강을 품고 있다
목멱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곳곳이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목멱산 소월길에 은행나무는 벌써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케이블카가 지나는 잠두봉은 붉은 잎들이 창밖으로 바람에 춤춘다. 첫 서리가 내리는 상강이 지나니 산과 들이 수채화처럼 변한다.
목멱산 N타워에서 동봉 따라 한강을 보니 이태원 부군당(梨泰院府君堂)에 우뚝 선 느티나무가 거센 바람에도 흔들림이 없다. 목멱산에서 한강을 가는 길목, 용산에는 부군당이 많다. 마을의 수호신으로 주민의 안녕과 동네의 번영을 지키는 부군당은 한강이 보이는 언덕 꼭대기에 서 있다. 용산에 부군당은 왜 이렇게 많을까? 과연 몇 개일까?
봄에도 가을에도 마을마다 제를 준비한다. 새로 괸 우물물을 길어 ‘조라술’도 담고, 무사태평도 빌며 ‘위드코로나’에 건강과 장수까지 기원한다. 이태원 부군당 지나 한강으로 가는 길에 보광동 부군당에 김유신 장군 사당이 보인다.
바다, 강, 우물, 샘물이 있는 곳에 용이 산다고 믿었다. 물의 신인 용신(龍神)을 한강진에서 용산강까지 부군당에 모셨고, 해마다 제를 지냈다. 한남동 부군당과 서빙고 부군당도 이태원 근처에 있다. 조선시대 얼음을 저장하는 창고가 있던 서빙고와 동빙고에도 부군당이 있다. 일제강점기 경원선이 지나는 서빙고역을 지으며, 부군당은 한강변에서 마을로 옮겼다.
서빙고동 부군당(西氷庫洞府君堂)은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 강씨를 모시고, 민간신앙으로 마을의 안녕을 빌며 지금껏 이어왔다. 목멱산에 국가의 사당인 국사당(國師堂)이 있고, 한강 주변에 국가의 제인 기우제·기청제·기설제·기한제까지 지냈다.
또한 노인성단과 원구단·영성단·풍운뇌우단은 모두 숭례문 밖 둔지산에서 왕이 직접 하늘에 제를 지냈다. 그리고 한강철교가 있는 새남터에서 죽음 의례 중 규모가 가장 큰 새남굿도 하였다. 새남은 새로 태어나는 새남인지 무속과 불교 그리고 유교와 가톨릭의 흔적까지 새남터에서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한강에서 용두봉으로 가는 길에 용문동 부군당인 ‘남이장군 사당’도 있다. 550여 년 전 젊은 남이장군을 기리는 남이장군 사당제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되었다. 산천동 부군당에 꽃을 받아오는 꽃 받아오기 의례도 함께 치른다. 산천동의 여신과 용문동의 남이장군이 결합하여 마을 행사를 한다.
마을의 신명과 용산의 미래를 꿈꾸게 하는 행사가 해마다 한강변에서 이루어진다. 목멱산 아래 한강변 동네 주민들의 공동체로 결속을 다지고, 부군당의 신이 드신 음식을 함께 나누며 소통과 동질감을 만드는 마을의 큰 퍼포먼스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이제 마음속에 있는 당신을 따뜻하게 할 시간이다.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남서울예술실용학교 초빙교수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우리동네 유래를 찾아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