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와 시트로엥을 공식 수입해 판매하는 한불모터스가 올해 들어 판매가 부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의 공식 집계 자료에 따르면, 푸조는 올해 1~10월 판매 1917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3% 포인트 감소했다. 시트로엥은 더 심각하다. 같은 기간에 524대 판매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33.2% 포인트나 줄었다.
한불모터스의 판매가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뚜렷한 히트 모델이 없다는 데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 대수를 비교할 때, 푸조와 비슷한 규모였던 혼다는 2387대에서 3571대로 50.2% 포인트나 증가했다. 혼다는 판매 차종이 4개 차종에 불과하지만, 어코드 하이브리드(1180대), CR-V 하이브리드(1078대) 등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전체적인 상승세를 이끌었다.
링컨의 경우도 전년도 1~10월 판매 대수가 2539대였지만, 올해는 2897대로 늘어났다. 링컨은 가성비가 뛰어난 대형 SUV ‘에비에이터’가 1319대나 팔리면서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푸조는 8개 차종을 팔지만, 네 자릿수 판매를 기록한 차종이 단 한 대도 없다. 푸조의 판매 부진은 e-208 일렉트릭, e-2008 일렉트릭을 제외한 나머지 모델이 전부 디젤 모델인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모델의 비중은 2020년 1~10월에 6만3970대에서 올해 같은 기간 3만3162대로 48.2% 포인트나 줄었다. 이른바 ‘디젤 게이트’ 파문 이후 전 세계 거의 모든 완성차업체가 ‘脫 디젤’을 선언하고 전동화 모델과 가솔린 모델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푸조는 여전히 디젤 모델 판매에 주력하면서 벌어진 ‘참사’다.
시트로엥도 마찬가지다. DS3 크로스백 이텐스를 제외하고 모두 디젤 모델이어서 현재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서비스는 풀어야 할 숙제
서비스는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푸조 관련 동호회의 어느 회원은 “엔진 관련 리콜이 있어 예약을 잡았는데, 해당 날짜 하루 전에 연락이 와서 부품 수급이 안 되니 다시 한 달을 더 기다리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비스는 지난해부터 테슬라의 사고 수리를 대행하기 시작하면서 약간 과부하가 걸렸다. 이 때문에 지난해 발생한 3만 대 가까운 리콜을 받으려면 최소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차는 여성들에게 인기
한불모터스는 디젤 모델의 판매 부진을 전기차로 뚫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푸조 e-208 일렉트릭의 1~10월 판매 대수는 222대이고, 한불모터스가 수입해 판매하는 전기차는 총 635대가 팔렸다.
e-208의 출력은 136마력에 불과해 현대 아이오닉5의 170~306마력에 비해 부족하다. 1회 충전거리는 244㎞로, 출력이 동일한 르노 조에가 306㎞를 달리는 데 비해서 짧다.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인기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불모터스에 따르면, e-208과 e-2008의 구매 고객 중 여성의 비중은 43%나 된다. 밟자마자 팍팍 튀어 나가는 일반적인 전기차보다는 무난한 전기차로 이 차들을 고른다는 얘기다.
◆스텔란티스 출범 이후 변화 가능성
한불모터스가 이렇게 판매 부진에 시달리자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얘기가 나돌고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스텔란티스가 한불모터스의 판매법인을 흡수해 푸조시트로엥코리아를 출범하는 방식이다. 한불모터스의 판매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여러 논의가 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