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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3)

발행일 : 2022-01-10 16:26:25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3)

만초천은 용산팔경 중 하나다

인왕산에 내리는 빗물은 어디로 흘러갈까? 비를 맞으며 수성동계곡에서 물길 따라 올라간다. 밤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진다. 아침 해를 보니 낮의 길이가 노루 꼬리만큼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쌀쌀한 바람이 산기슭을 따라 내려온다. 겨울의 주인일까, 자연의 섭리일까?

물줄기를 거슬러 산 정상으로 향한다. 가파른 산길 숨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오르고 또 오르니 바위와 바위틈에 좁은 성곽이 우뚝 서 있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하늘을 본다. 구름이 바람결에 사라지고, 도성 안과 밖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왕상 정상에 오른다. 인왕산 세 봉우리 중 곡성과 정상 사이엔 닭벼슬처럼 성곽이 목멱산까지 용꼬리처럼 이어져 있다. 도성 안 계곡물은 수성동계곡에 모여 청계천으로 간다. 도성 밖 빗물은 어디로 갔을까? 해 저무는 안산이 붉게 물든다. 안산과 인왕산 사이가 무악재다. 무악재는 작고 좁은 고갯길이었다. 의주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다. 이름도 다양하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3)

모래재·사현이다. 또 말안장처럼 편안한 산을 넘는 고개여서 길마재·안현이라 불리었다. 어머니처럼 포근한 산으로 무악(毋岳)에서 나온 말이 무악재다. 무악재는 의주로 가는 1번 국도, 서울 시내와 한강을 잇는 주요한 고개이자 도로다.

무악재에서 발원한 물이 만초천이다. 인왕산 빗물이 도성 밖으로 가는 물길, 바로 만초천의 시작이다. 만초천은 독립문을 지나 돈의문 사거리에서 서울역 뒤 청파로 굽이굽이 흘렀다. 만초천은 원효로 따라 한강으로 흘러가며 큰 냇가 주변에 넝쿨이 무성한 풀로 이루어져 있었다.

청파역에 배다리도 있다. 한강으로 내려가며 호리병처럼 넓게 용산 일대를 흘러갔다. 무악재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는 무악천이라 불리었다. 인왕산에서 한강까지 맑고 깨끗한 물이 내가 되었다. 도성 밖 물줄기로 길고, 깨끗한 물길이다.

만초천 7.7km에 복개되기 전 다리도 많았다. 교남동과 교북동 경계에 석교, 경교장 이름의 유래가 되는 경교, 새로운 다리인 신교, 서소문 역사공원 북쪽 흙다리이자 헌다리로 불리는 이교, 약현성당으로 가는 염천교, 청파 배다리 주교와 욱천교 지나 원효대교 아래 용산강까지 만초천에 다리가 셀 수 없이 많았다.

만초천 또 다른 발원지인 목멱산에서 도성 밖으로 내려오는 물은 미군기지가 있는 둔지산을 따라 삼각지에 모여 한강으로 흘렀다. 만초천은 칡나무가 많아 갈월천, 넝쿨이 많아 넝쿨내라고 불리며 용산팔경(龍山八景) 중 하나였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3)

용산강 물줄기는 인왕산과 목멱산 그리고 둔지산 기슭으로 흘러 삼각지까지 맑은 물이 넝쿨내로 들어갔다. 넝쿨내에서 참게잡이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용산강에서는 횃불을 들고 고기잡이 배가 넘실거리고, 만초천에서는 참게잡이 하는 모습이 용산팔경 중 하나였다. 아름다운 물줄기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맑은 물에 넓은 백사장까지 펼쳐진 개천이 만초천(蔓草川)이다. 수많은 그림 속 풍경, 풍경 속 그림이 용산에 숨어 있다.

만초천이 더욱 궁금하다. 만초천 따라 용산에서 참게잡이를 할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우리동네 유래를 찾아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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