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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5)

발행일 : 2022-01-25 12:00:37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5)

환구단과 황궁우는 소공동에 있다

햇살이 따뜻하다. 청계천에서 경복궁을 바라본다. 빌딩과 빌딩 숲 사이 광화문 뒤에 백악산과 보현봉이 보인다. 손에 잡힐 듯 인왕산도 있다. 오를까 생각하다 발길을 돌려 경운궁으로 간다. 청계천 지나 횡단보도 건너니 경운궁 대한문이다.

덕수궁으로 불리지만 궁호는 경운궁이다. 덕수궁 돌담길은 알아도 경운궁 궁담길은 잘 모른다. 덕수궁 대한문은 익숙해도 경운궁 대안문은 아직 낯설다. 궁담길 따라 걸어가니 100여 년 전 이 길이 궁금해진다. 외교의 거리답게 대사관들이 즐비하다. 왜 정동길에 대사관들이 많을까?

정동과 소공동 사이에 비밀이 숨어 있다. 고종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 후 경복궁을 버리고 러시아 공사관으로 간다. 120여 년 전 경운궁 선원전을 지나 가장 높은 언덕에 아라사 공사관(아관)이 있었다. 경운궁과 경희궁이 보이는 언덕이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5)

인왕산과 백악산 그리고 목멱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이다. 러시아제국의 힘을 믿고 고종은 세자와 함께 아관으로 거처를 옮긴다. 몇 일 동안 이곳에 있었을까?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한 달이 아니라 1년 넘게 있었다. 남의 나라 공사관에서 1년을 살았다. 아니 1년 7일을 버텼다. 나가야 한다.

아관에서 경운궁으로 옮긴 후 고종은 새로운 미래를 설계한다. 어느 나라에도 의존하지 않는 독립국이다. 1897년 10월 12일 환구단에서 황제 즉위식 후 ‘대한제국’을 선포한다. 하늘과 땅, 별과 천지 만물에 제를 지냈던 환구단이다. 환구단과 황궁우는 대한제국의 상징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환구단에서 사람을 기다린다.

넓고 웅장했던 환구단과 황궁우는 빌딩과 빌딩 숲에 묻혀 버렸다. 1914년 10월 10일 ‘조선호텔’를 지으며 환구단이 사라지고, ‘대한제국과 조선’도 스러져 버렸다. 그곳에 환구단 석고만 소리 없이 북을 울리고 있다. 돌로 만든 북 3개와 몸통에 용무늬만 새겨져 있을 뿐이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25)

기다리는 사람이 온다. 오얏꽃을 들고, 오얏꽃 문양의 귀한 120여 년 전 쇠붙이도 보여준다. 소공동은 태종 이방원의 작은 공주가 살던 동네라는 이야기와 함께 오얏꽃 다섯 잎과 열다섯 수술을 섬세하게 그려주며 싱글벙글 웃는다. 오얏은 순우리말이다. 오얏꽃이 자두꽃이다. 오얏나무 열매가 진한 보라색, 모양은 복숭아를 닮아 자도(紫桃)다.

오얏꽃 한자가 이화(李花)다. 오얏꽃이 대한제국 상징 문양으로 황궁인 경운궁 안 석조전 및 고종황제 신식군대 문양으로 사용 되었다. 또한 대한제국 신식 군악대에도 보인다. 환구단에 북소리 대신 음악 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환구단과 황궁우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

햇살 가득한 봄날 목멱산 아래 자두나무꽃을 찾고 싶다. 하얀 오얏꽃 무늬 접시 위 따뜻한 커피 한잔에 꿈과 희망을 심어본다. 함께 걸어 보실까요?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우리동네 유래를 찾아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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