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문폴(Moonfall)>은 궤도를 이탈한 달이 지구와 충돌하는 이야기를 다룬 SF 영화이다. 지구 밖에서 보면 달과 지구 충돌을 다룬 SF 영화이지만, 지구 안에서 보면 중력 파괴가 어떤 재난을 발생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스케일 다른 재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 지구 밖에서는 SF 영화, 지구 안에서는 스케일이 다른 재난 영화
<문폴>은 궤도를 이탈한 달이 지구와 충돌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지구 밖에서의 상황에 집중하면 달이 거대한 인공구조물이라는 가정과 상상을 포함한 SF 영화라고 볼 수 있고, 달이 지구에 접근하면서 생기는 중력과 물리법칙의 붕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과학 기반의 스릴러 영화라고 볼 수도 있고, 달이 지구와 충돌하기 전에 중력의 변화로 생기는 모습을 보면 스케일이 다른 재난 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문폴>의 장르를 보면 ‘액션, 드라마, 스릴러, SF, 모험, 재난’으로 표기되는데, 재난 영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기존 재난 영화에서 위력을 발휘하던 태풍과 허리케인과는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소행성의 지구 충돌을 다룬 영화의 경우 충돌 직전까지는 지구에서의 가시적인 변화가 시각적으로 크게 나타나지 않는데, <문폴>의 경우 충돌 이전에도 중력 파괴로 인한 대형 재난을 일으키면서 충돌 시 대폭발을 예상하게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문폴>은 대형 재난과 지구 폭발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시각적으로 보여주거나 상상하게 만들고 있는데, 달이 인공구조물이라는 설정은 사실 여부를 떠나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라는 점에서 독창성을 가진다.
◇ 인류는 멸망할 것인가?
<문폴>은 인류 멸망을 화두로 던지는 작품이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전작 <투모로우>, <2012>를 잇는 인류 멸망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문폴>은 거대한 스케일의 비주얼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IMAX와 같은 대형 스크린으로 관람할 경우 관객은 시각적 강렬함 속에 인류 멸망에 대한 화두를 더욱 강하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머리로 생각한 화두의 강도보다 눈으로 인지한 화두의 강도가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폴>을 보면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인류 멸망을 다루는 작품에서 작가와 감독의 상상력은 논쟁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핵심적인 요소인데, 어느 정도의 과학적 지식과 기반, 그리고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비주얼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악당이나 적과 같이 확실한 상대방이 있는 이야기보다 대형 재난, 행성 충돌, AI(인공지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상대로 하는 작품에서 어떤 설정과 디테일이 매력적일 수 있는지 <문폴>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