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컴퍼니 제작, 뮤지컬 <데스노트(The Musical Death Note)>가 4월 1일부터 6월 2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영상 매핑을 통해 영화처럼 꾸며진 무대는 빠른 전개를 통한 긴박감과 생동감을 유지하고 배가한다.
뛰어난 가창력과 표현력으로 다양한 감정 표현의 완급 조절을 보여준 홍광호는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흥분과 좌절 그리고 분노를 넘나드는 감정의 질주를 통해 김성철은 뮤지컬의 엘을 표현하는 마법을 발휘한다. 극 중에서 아이돌과 뮤지컬 배우를 모두 보여준 케이가 전달하는 카리스마와 사랑스러움은 인상적이다.
◇ 영상 매핑을 통해 영화처럼 꾸며진 무대! 빠른 전개를 통한 긴박감과 생동감!
<데스노트>는 소품과 장치를 통해 전달할 수도 있는 무대와 장면 전환을 고퀄의 영상 매핑을 통해 구현한다. 단순히 배경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단계를 넘어, 입체적인 무대, 깊이감 있는 무대를 만든다.
<데스노트>의 무대 표현법을 보면 기존의 대형 뮤지컬이 보여줬던 디테일한 소품과 역동적인 무대장치가 정교한 영상 매핑 단계까지 충분히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상 매핑에 대해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홀로그램을 통한 가상공간을 뮤지컬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야가미 라이토와 엘의 테니스 장면에서 위치의 변경, 장면 분할 등을 표현할 때 사용된 입체적인 매핑은 무대의 회전, 소품의 위치 변화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표현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를 편집한 것처럼 시간의 텀을 두지 않음으로써, 긴박감과 생동감을 유지하며 배가할 수 있는 연출을 한 것이다.
◇ 다양한 감정 표현의 완급 조절을, 뛰어난 가창력과 표현력으로 보여준 홍광호!
<데스노트>에서 야가미 라이토 역의 홍광호는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는 ‘키라’처럼 자신의 존재감 또한 상황에 맞게 표출한다고 느껴진다. 부드러운 노래와 강렬한 뮤지컬 넘버를 넘나드는 홍광호의 가창력과 표현력으로는 키라의 카리스마를 현재보다 더 강하게 보여줬을 수도 있는데, 그러했다면 홍광호의 멋짐은 더욱 도드라졌겠지만 키라에 대한 관객의 공감과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긴장감은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홍광호의 노래는 안정적이면서도 도약할 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홍광호의 목소리와 노래만 들어도 <데스노트>를 관람하는 이유로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그만큼 배역에 대한 배우의 이해와 몰입이 선행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 김성철의 흥분과 좌절 그리고 분노! 김성철을 통해 뮤지컬에서 새로 만나는 엘!
인간이 아닌 사신인 렘과 류크, 데스노트를 줍게 되어 신과 같은 능력을 갖게 되는 야가미 라이토와 아마네 미사보다 <데스노트>에서 다른 배역들과 더 이질적일 수 있는 인물은 엘(L)이다. 하지만 영화나 연극이 아닌 뮤지컬에서 엘이 극한의 이질감을 보여줬다면, 음악을 통해 연결되는 뮤지컬의 전체적인 정서는 깨질 수 있다.
김성철의 엘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결을 가진 인물이면서도 뮤지컬 무대와 벗어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흥분과 좌절을 표현할 때 김성철은 엘을 뮤지컬 안에 있는 인물로 표현하는 강약 조절을 보여주면서도, 분노할 때 순간적으로 극한으로 치닫는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엘에게 밀착되었던 관객을 엘 속으로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김성철은 탄탄하게 뮤지컬 넘버를 소화하면서도 엘이 질주하고 분노할 때는 김성철을 느끼게 만드는 마법을 발휘한다. 어쩌면 엘보다도 더 강력한 내면이 김성철 안에 있을 수도 있겠다고 느껴지는 시간이다.
◇ 아이돌과 뮤지컬 배우를 모두 보여준 케이! 카리스마와 사랑스러움을 연이어!
<데스노트>에서 케이가 맡은 아마네 미사는 미시미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아이돌이다. 인터미션 전 제1부에서 아마네 미사 역은 아이돌 가수로, 인터미션 후 제2부에서 아마네 미사 역은 뮤지컬 배우로 소화해야 한다.
케이는 제1부에서 마치 단독 콘서트의 장면처럼 멋진 가창력과 무대 매너를 보여주고, 제2부에서는 감정에 충실해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릴 수도 있는 의리 있고 매력적인 인물을 보여줘, 마치 케이의 본 능력과 본 마음이 아닐까 느끼게 만든다. 인터미션 전후의 다른 모습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감정의 점핑 또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고 점은 케이의 성장에 더욱 관심 갖게 만드는 요소이다.
<데스노트>는 뮤지컬 배우 케이를 더 많이 기대하게 만드는 시간이며, 또한 솔로 가수 케이의 매력을 소환하는 시간이다. 막공에 케이는 어떤 모습의 뮤지컬 배우가 되어있을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