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10일 열리면서 의전차와 경호차에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주요 각국의 정상들은 자국 완성차업체가 만든 차를 의전차로 사용하는데, 취임식 장면은 생중계되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의전차를 만든 완성차업체는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번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이 사용하던 에쿠스 방탄 리무진을 탔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는 에쿠스 리무진 방탄차 외에 신형 제네시스 G90(나인티)가 선도차로 나섰으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경호차로 투입돼 대통령을 겹겹이 에워쌌다. 또, 제네시스 G80(에이티)와 제네시스 EQ900도 호위 차량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의 의전을 담당한 이 차는 2013년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타던 스트레치드 에디션 모델이다. 2012년 모스크바 국제 오토살롱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에 기존 에쿠스 리무진에 방탄 성능만 더한 모델을 정부에 제공했고, 이번에 등장한 차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방탄차 전문 업체 스투프(Stoof)가 기존 에쿠스의 차체를 1200㎜ 늘려 실내공간을 넓히고 방탄 성능을 대폭 강화해 개조한 차다.
대통령이 타는 차량인 만큼 방탄 성능은 대폭 강화되었다. 고장력 강판과 케블라, 카본, 세라믹 복합소재가 적용되어 VR7 기준을 충족시킨다. 이는 소총이나 TNT 15㎏의 폭약 공격도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강화유리와 폴리카보네이트를 겹겹이 붙인 65~75㎜ 두께의 방탄유리도 적용돼 있다. 총기 소지가 허가되지 않은 국내에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나, 유럽과 북미, 중동 등 해외에서는 매우 중요시 하는 성능이다. 이 때문에 문 한 짝당 무게는 100㎏이 넘는다.
타이어는 던롭의 스포츠 맥스 GT 런플랫 타입을 적용해 타이어가 전부 터져도 시속 80㎞로 30분 정도 달릴 수 있다.
강화된 방탄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쇼크 업소버와 스프링도 특수하게 제작돼 있다. 일반 서스펜션은 무거운 차체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1년 정도 사용하면 서스펜션을 전부 교체한다.
차체에는 독가스 공격이나 화재에 대비해 산소공급장치와 긴급 소화 장치를 갖추고 있다. 소총 등의 공격으로 헤드램프가 깨지거나 야간에 적 시야에 벗어나는 경우를 위해 적외선 투시장치까지 달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에쿠스 리무진 방탄차 외에도 실무에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가드를 이용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현충원으로 이동하면서 이 차를 이용했다. VR10 등급의 막강한 방탄 성능으로 각종 테러에도 끄떡 없는 수준의 차다.
윤석열 대통령은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이용하지 않겠다며 대통령 집무실 용산 시대를 열었으나, 경호 차량만큼은 전직 대통령의 차를 그대로 이용했다. 하지만 에쿠스 리무진 방탄차가 박근혜 전 대통령 때부터 사용된 차인 만큼, 임기 중에 새로운 방탄차로 교체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은 메르세데스-벤츠 S600을 탔고,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기 이 차를 타다가 BMW 760Li 시큐리티로 갈아탔다. 이명박 대통령은 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가드를 이용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일 때 이 차를 타다가 이후 에쿠스 방탄차를 사용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