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이 있는 곳에 성당이 있다
서울의 역사가 가톨릭 역사이듯, 한반도 성곽의 역사가 성당 역사이자 문화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이 나셨다. 2022년 5월 29일 교황 프란치스코로부터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가 추기경에 임명되셨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최초로 로마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취임 후 추기경이 되셨다. 한국인 성직자가 교황청 행정기구 장관이 된 것은 최초다.
세상의 빛(LUX MUNDI)으로 약한 자들을 위해 다가서라는 명령이다.
1886년 ‘조불수호통상조약’ 이후 우리나라에 천주교 신앙의 자유가 생겼다. 강화도에서 한강을 따라 용산에 최초로 신학교가 세워지고, 도성 안 명동성당과 혜화동성당이 세워졌다. 혜화문 안 유교의 상징 성균관이 있는 공간에 천주교 학교인 동성중·고와 카톨릭대학이 있다. 대단한 변화다. 소의문 밖 중림동 언덕에는 약현성당도 세워졌다. 세상이 변하고 있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최양업 토마스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마치자 큰 영광이 다가왔다. '피의 순교자'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도성 밖 칠패시장 지나 새남터 순교성지에서 1846년 25세에 순교하셨다. '땀의 순교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는 한강 아래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와 경상도 지나 강원도 등 5개도 120여 지역을 돌며 천주교를 자리매김하였다. 1861년 40세까지 12년 동안 한반도 127곳 공소와 교우촌을 걷고, 9만 리를 돌며 척박한 땅에 천주교 씨앗을 심었다.
시간은 흐르고, 공간은 바뀌어 한반도에 추기경 4분이 나셨다. 추기경은 가톨릭에서 교황 다음으로 권위와 명예를 가지는 성직자의 지위다. 종신직으로 우리나라에서 김수환 스테파노, 정진석 니콜라오, 염수정 안드레아 그리고 유흥식 레자로 추기경이시다. 교황을 보좌하고, 카톨릭교회를 원활하게하는 역할이다. 전 세계 모든 추기경은 교황의 최고 자문기관이다. 80세 미만 추기경은 교황 유고시 ‘콘클라베(Conclave)’에서 교황 선출에 한 표를 행사한다. 우리나라 천주교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늘도 힘차게 걷고 또 걷는다. 항상 약자편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다가가시길 마음속 깊이 빌어본다.
우리나라 첫 번째 신학생이자, 두 번째 사제이신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도 이제는 꼼꼼이 되새겨 보아야 할 때다. ‘백색의 순교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가 교황청에 보낸 라틴어 편지 20통은 그의 ‘피·땀·눈물’이다. 우리나라 첫 번째 로마 교황청 장관이시고, 네 번째 추기경이신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님께 최양업 토마스 신부가 성인이 될 수 있게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진천 배나무 고개가 있는 배티성지를 추기경님과 함께 걷고 싶다.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우리동네 유래를 찾아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