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추억의 명차를 다섯 대 꼽으라면 그중에 코란도와 무쏘가 들어간다더군요. ‘어드벤처’라는 키워드가 잘 어울리는 차들이죠. 저는 쌍용차의 이 소중한 유산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쌍용자동차가 야심 차게 내놓은 신작(新作) ‘토레스(J100)’의 디자인을 이끈 디자인센터 이강 상무(56)의 말이다. 그는 현대·기아 디자인센터에 재직하다가 2020년 쌍용자동차에 합류해 회사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Powered by Toughness’를 정립한 인물로, 이를 적용한 첫 번째 모델이 바로 토레스다.
그의 말대로 토레스에는 코란도와 무쏘의 아이텐티티가 스며 있다. 그러면서도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더욱 강인하고 세련된 이미지로 완성됐다.
쌍용자동차의 디자인 철학 ‘Powered by Toughness’는 ▲구조적 강인함(Robust Architecture) ▲예상 밖의 기쁨(Unexpected Delight) ▲강렬한 대비(Vibrant Contrast) ▲자연과의 교감(Communion with Nature) 등 4가지의 조형적 아이덴티티(Identity)가 기본이다.
이 강 상무는 이에 대해 “‘구조적 강인함’은 단순한 형태의 아름다움보다 강인한 구조의 형태와 디테일한 조형미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고, ‘예상 밖의 기쁨’은 이동 수단 이상의 가치를 구현한 디자인을 통해 쌍용차를 탔을 때의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한다는 의미다. ‘강렬한 대비’는 색감, 질감, 조형 등의 미학적 요소 간의 대비를 통해 강인한 SUV 본연의 특징을 표현하며, ‘자연과의 교감’은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뤄 고객의 감성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무의 브리핑 후 토레스의 실차가 공개됐다. 대부분 기자는 사진보다 더 멋지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모습은 코란도와 무쏘가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사진으로 봤을 땐 지프 랭글러와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섞은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런 느낌이 거의 없다. 옆모습은 디펜더와 살짝 비슷한데, 토레스는 디펜더와 달리 숏 버전, 롱 버전이 없고 한 종류로만 나온다.
보닛에는 손잡이 같은 게 달려 있는데, 여기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고 이 상무는 귀띔한다. 보닛 앞쪽에 장착하려 했더니 보행자 안전 규정에 저촉돼 뒤쪽으로 이동했다는 것. 이 손잡이는 그냥 장식용이 아니라 다양한 쓰임새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차박을 할 때 차양막을 양쪽에 걸어놓으면 훌륭한 그늘이 생긴다.
측면부에서는 차체 색상과 다르고 높게 솟은 C필러가 인상적이다. 강인한 대비를 주고 싶었다는 게 이 상무의 설명. 여기에는 ‘익스케이프 툴’을 장착할 수 있는데, 도끼나 소화기, 서핑용품 등을 장착할 수 있게 설계했다. TX 버전 등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베리에이션도 준비 중이다.
후면부는 스페어타이어를 형상화한 핵사곤 타입의 리어 가니시가 특징이다. 이는 2세대 코란도(KJ)의 헤리티지를 이어간다는 의미가 있는데, 특별한 기능이 있는 건 아니다. 이 상무는 “스페어타이어를 테일게이트에 달면 무조건 옆으로 열어야 하고, 여닫기에도 무거워서 실용적 아이템은 아니다”라면서 “이미지만 형상화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스페어타이어가 실내에 들어간 건 아니고, 트렁크 바닥에는 수리킷만 비치된다.
테일램프 역시 범상치 않다. 자세히 보면 램프 가운데에 특이한 문양이 있는데, 이는 태극기의 건·곤·감·리 중 ‘리’의 문양을 새겨넣은 것이다. 이 상무는 “쌍용차가 대한민국 자동차회사라는 자부심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면서 앞으로 나올 모든 쌍용차에 이 문양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토레스의 인테리어는 단순하면서도 세련됐다. 기존 쌍용차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 ‘슬림 & 와이드(Slim&Wide)’라는 콘셉트처럼 대시보드가 슬림하게 설계됐고, 클러스터는 돌출되지 않고 대시보드 안에 숨어있다. 이 강 상무는 “이렇게 만들면 특히 오프로드에서 운전할 때 전방 시야가 좋아진다”라면서 “키 작은 이들이나 여성들에게도 운전의 편리함을 주려고 했다”라고 설명한다.
스티어링 휠은 위, 아래가 모두 깎인 독특한 D컷 스타일이다. 이 강 상무는 “클러스터가 돌출되지 않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 위쪽도 깎아서 전방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라고 전했다.
토레스는 복잡한 형태나 아날로그적 요소를 최대한 줄였다. ‘버튼리스 디지털 인터페이스(Button-less Digital Interface)’는 3분할 와이드 디지털 클러스터와 12.3인치 다기능 인포콘 AVN, 8인치 버튼리스 디지털 통합 컨트롤 패널로 구성된다.
이 상무는 “물리적 버튼이 없으면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라면서 “모든 버튼을 터치로 조작하면 이런저런 버튼을 찾을 필요가 없어서 더 편리하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토레스는 AWD 선택, 트렁크 오픈 기능까지 터치스크린 안에 들어 있다. 특히, 즐겨 찾기 기능을 추가해 운전자가 자주 조작하는 기능을 빠르고 편리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2.3인치 AVN에는 디지털 나침반도 들어 있다.
도어에서 IP 패널까지 이어지는 무드램프는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32가지 컬러 변경이 가능하다. 이 상무는 “실내조명이 운전에 방해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실내를 은은하게 만들어주는 정도로 만들었다”고 했다.
토레스는 전기차 버전(U100)도 나온다. “J100 설계부터 전기차 버전을 고려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상무는 “물론이다. 하부 구조뿐 아니라, 내·외관도 J100과 차별화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코란도 이모션’이 기존 코란도와 거의 차이가 없는 것과 완전히 다른 전략이다.
이 강 상무는 이번 설명회에서 쌍용자동차 전체 라인업에 대한 이미지도 설명했다. 티볼리의 경우 ‘팝(pop)&터프(tough)’, 코란도는 ‘터프 파워(tough power)’, 토레스는 ‘정제된 강인함(refined toughness)’, G4렉스턴은 ‘미적인 강인함(tough aesthetic)’, 렉스턴 스포츠는 ‘고 터프(go tough)’라는 단어로 정의됐다.
이 상무는 “SUV의 이미지를 정의할 때 ‘sleek(매끈한, 날렵한)’에 가까운 차는 스포티지와 라브4. 코란도 등이 해당하고, ‘authentic(정통)’에 가까운 차는 디펜더, 랭글러 등이 해당한다”라면서 “스포티지, RAV4와 비슷한 이미지로는 고전할 수밖에 없으므로, 과거의 강인함을 내세우되 더 많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KR10’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토레스를 본 일부 사람들이 “더 센 이미지가 어떠냐”고 했는데, 토레스는 새로운 쌍용차를 시작하는 첫 단추이고 ‘KR10’으로 본격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 때 방문한 디자인센터 입구에는 강인한 이미지를 담은 클레이 모델들이 많이 전시돼 있었는데, 이 상무의 설명대로라면 앞으로 쌍용차가 선보일 모델들은 전기차를 포함해 대부분 터프한 이미지가 많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무는 “앞으로 세상에 없던 쌍용차 고유의 헤리티지를 담은 진정한 정통 SUV를 만나게 될 것”이라면서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