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3일 오전 아이오닉 6(식스) 온라인 미디어 공개에 이어서 14일 부산국제모터쇼 현장에서 아이오닉 6 실차를 공개했다.
아이오닉 6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기반으로 만든 두 번째 순수 전기차다. 트렁크 리드를 획기적으로 낮춘 독특한 디자인과 500㎞가 넘는 주행거리 등으로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부산모터쇼에서도 가장 많은 기자가 이 차에 몰렸다.
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이상엽 디자인 담당 부사장에게 “개발 과정에서 대시보드의 물리 버튼을 완전히 없애는 걸 검토했다고 들었는데, 아이오닉 5처럼 일부 물리 버튼을 그대로 둔 이유는 무엇이냐”라고 질문을 던졌더니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물리 버튼을 없앨 것이냐 하는 건 늘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주행 중에 조작을 많이 하는 기능을 터치 방식으로 하면 시선을 오래 빼앗겨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안전에 관한 기능들은 계속 물리 버튼을 남겨둘 생각이다.”
한편 이상엽 부사장은 13일 열린 온라인 공개 행사에서 아이오닉 6의 디자인 개념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말들이 각기 다른 모양을 지녔지만 한 자리에 놓으면 ‘체스’로 연상되듯이, 현대자동차는 각 모델의 독창성을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특성을 공유하는 ‘현대 룩’을 지향하고 있다”라면서 “특히 아이오닉 6는 ‘환경과 사람’을 배려한다는 ‘선한 개념’ 위에 독창성을 구현했다”라고 덧붙였다.
주요 디자인 개념은 ‘리빙 스페이스’ ‘파라메트릭 픽셀’ 그리고 ‘지속성’ 등 세 가지다. 리빙 스페이스는 거실과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실내를 의미하며, 파라메트릭 픽셀에는 차와 사람이 교감하는 인터랙티브 라이팅 기술을 넣었다. 예를 들어, 잠금장치를 해제하면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이 적용된 헤드 램프와 리어 콤비램프가 역동적으로 빛을 내며 운전자를 반겨주는 다이내믹 웰컴 라이트가 작동한다.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에 관해 이상엽 부사장은 “1920~30년대에는 비행기 엔지니어들이 자동차를 만들던, 상상력과 꿈을 가지던 시대였다. 이때의 공력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은 많은 브랜드에 영향을 줬다”라면서 “아이오닉 6는 항공기의 유선형 디자인을 현대적인 언어로 해석한 것”이라고 전했다. 마치 비행기가 땅에 굴러다니는 느낌을 구현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이어서 “현대차도 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브랜드이고, 아름다운 스토리가 많이 있는데, 디자이너로서 이 스토리를 찾아서 새롭게 해석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이오닉 6는 4855㎜의 긴 전장과 1495㎜의 낮은 전고, 1880㎜의 넓은 전폭, 2950㎜의 긴 휠 베이스로 설계된 중형 세단 스타일의 전기차다. 유선형의 실루엣과 함께 공력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리어 스포일러 ▲외장형 액티브 에어 플랩 ▲휠 에어커튼 ▲휠 갭 리듀서 ▲박리 트랩 ▲휠 디플렉터와 언더커버 형상 최적화 등 공력기술들을 대거 적용해 현대차에서 가장 뛰어난 공기저항계수 0.21을 달성했다.
아이오닉 6는 77.4㎾h 배터리가 장착된 롱 레인지와 53.0㎾h 배터리가 탑재된 스탠다드 두 가지 모델로 나온다. 18인치에 롱 레인지, 후륜구동 모델 기준으로 산업부 인증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는 524㎞이며, 유럽 인증 WLTP 기준으로는 610㎞에 달한다는 게 현대차의 주장이다.
아이오닉 6 스탠다드 모델이 기록한 전기 소비효율(전비)은 6.2㎞/㎾h로 이는 현존하는 전용 전기차 중 세계 최고수치다. 롱 레인지의 경우는 6.0㎞/㎾h다.
후륜에 기본 탑재되는 모터는 최고출력 168㎾(228마력), 최대토크 35.7㎏·m이며, 트림에 따라 74㎾(100마력) 전륜 모터를 추가해 사륜구동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롱 레인지 사륜구동 방식을 선택하면 최대 239㎾(325마력) 출력과 61.7㎏·m 토크를 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h까지 걸리는 시간은 5.1초다.
아이오닉 6는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이 적용돼, 800V 초급속 충전 인프라뿐 아니라 일반 400V 충전기 사용도 가능하다. 800V 초급속 충전 시 18분만 에 10%에서 80%까지 충전 가능하며 전기차 충전 케이블 연결 즉시 자동으로 인증과 결제가 진행돼 바로 충전을 시작할 수 있는 PnC(Plug and Charge) 기능을 적용해 충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차량 외부로 220V 일반 전원을 공급해주는 V2L 기능을 적용해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과 유사한 수준인 3.52kVA의 소비전력을 제공한다. 뒷좌석 하단에 있는 실내 V2L 포트 또는 충전구에 V2L 커넥터를 연결하기만 하면 차량 내외부에서 전자기기나 가전제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6의 가격을 5500만원~6500만원대로 책정했다. 이는 세제 혜택 전 개별소비세 3.5% 기준으로, 전체 모델의 확정 가격과 세제 혜택 후 가격은 나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