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남산초등학교’는 몇 개일까요?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우승 후보들을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루과이와 첫 경기를 한다. 늦은 밤 시작과 함께 비장한 애국가가 흘러나온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대한민국 국가대표들의 눈과 가슴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내린다. 2절 가사는 무엇일까?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애국가 가사를 들으면 비장미가 더욱 드러난다. 그런데 ‘남산 위에 저 소나무...’ 도대체 ‘남산’은 어디일까?
한양도성의 남쪽에 있는 산이 남산이다. 그런데 고산자 김정호의 ‘수선전도’나 ‘경조오부도’에 남산은 모두 목멱산(木覓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심지어 600여 년 전 태조 이성계는 목멱산 꼭대기에 국가의 큰일이 있을 때 봄·가을 초제를 지내고, 산신제와 기우제 및 기청제까지 지냈던 국사당(國師堂)을 지었다. 또한 목멱산신을 목멱대왕(木覓大王)으로 봉하며 목멱산의 격을 최상위로 높혔다. 목멱산에는 600여 년 전 통신제도의 하나인 봉수제 종점으로 봉수대 5개를 만들고, 전국적에서 올라온 소식을 목멱산 경봉수(京烽燧)에 모아 국가 방위에 가장 중요한 구실도 하였다.
그렇다면 애국가 2절에 나오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는 목멱산 어디에 있었던걸까? 서울에서 가장 넓은 공원이 남산공원이다. 1910년 고종이 직접 쓴 漢陽公園(한양공원)으로 도심 한복판에 꿩과 다람쥐, 산새와 꿀벌들이 함께 살고 있다. 남산공원에 남산동이 있고, 심지어 ‘남산초등학교’도 있다. 그런데 전국에 남산이 너무 많다. 큰 도시의 관아 터 앞산에 남산이 있었다. 경주 남산 기슭에 남산동이 있다. 부산에도, 대구에도, 광주에도, 나주에도, 여수에도 남산동이 있다. 창원시에는 남산동에 남산초등학교까지 있다. 춘천과 홍천 그리고 강릉에도 남산초등학교가 있다. 당진과 부여에도 남산초등학교가 있었다. 울산에도 포항에도 남산초등학교가 있다. 정말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 남산초등학교 동문이 가장 많을 것 같다. 남산은 전국적으로 남쪽에 있는 앞산일 뿐이다. 남산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의 지명이자 격을 낮춘 산이다. 또한 남산동도 전국에 남산 기슭에 이루어진 단순한 이름이다. 1914년 일제강점기 행정구역을 통·폐합하면서 지역의 고유한 이름이 남산동으로 행정상 쉽게 표기되었다. 서울을 상징하는 목멱산은 남산이 아니다. 외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목멱산은 이제 제 이름을 찾아 주어야 할 시간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우리가 ‘목멱산(木覓山)’으로 불러 줄 때 목멱산은 그의 활기찬 기운과 영험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우리가 모두 무엇이 되고 싶은 것처럼...
필자 소개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사무차장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자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한양도성 따라 걷는 서울기행’ 저자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찾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