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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차종당 100억원…현대차그룹 안전도를 책임지는 ‘이곳’

발행일 : 2023-01-16 09:16:27
[르포] 차종당 100억원…현대차그룹 안전도를 책임지는 ‘이곳’

“자, 그럼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겠습니다. 5, 4, 3, 2, 1….”

곧이어 ‘쾅’하는 굉음과 함께 현대차 아이오닉5가 고정 벽을 들이받았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바닥에는 보닛 안에서 흘러나온 냉각수가 흥건하게 고였다. 지난 12일 현대차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이뤄진 시연 현장 모습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5년에 내수용 쏘나타와 수출용 쏘나타를 정면충돌시키는 시연을 보여준 바 있다. 내수·수출차 차별 논란에 정면으로 대응하기 위해 차와 차를 충돌시키는 현장을 공개함으로써 안전 문제에 자신 있다는 걸 증명한 것이다.

이번에는 국내외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는 고정 벽 충돌 방식을 시연했다. 형태는 64㎞/h 속도로 차체의 40%를 들이받는 오프셋 충돌로, IIHS 충돌 상품성 평가에 포함된 항목이다.

지난해까지 IIHS에서 64㎞/h 40% 오프셋 충돌은 운전자석에 남성 승객 인체 모형을 착석시켜 진행했으나 앞으로는 뒷좌석에 여성 승객 인체 모형을 추가해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맞춰 이번 시험도 운전자석에 남성 승객 인체 모형을, 뒷좌석에 여성 승객 인체 모형을 착석시켜 진행했다.

[르포] 차종당 100억원…현대차그룹 안전도를 책임지는 ‘이곳’

충돌한 뒤 아이오닉 5에서는 연기가 피어올랐지만, 이는 에어백에서 나온 것이다. 가까이 가서 살펴본 차체는, 운전석 쪽 보닛이 푹 들어갔지만 승객석으로는 거의 밀려 들어오지 않았다. 운전석에 앉아있던 더미는 발목 부분만 살짝 꺾였을 뿐 멀쩡하게 유지됐다. 승객 공간이 안전하게 유지되고 인체 모형에 큰 상해가 없음을 증명해 보이며 뛰어난 안전성을 입증한 것이다. 아이오닉 5는 지난해 IIHS 해당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훌륭함(Good)’을 받은 바 있다.

2005년 완공된 안전시험동은 1만3500명의 연구인력이 상주하고 있으며, 이곳에서는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의 안전성을 연구해 신차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최대 5t의 차량을 시속 100㎞의 속도로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이다.

충돌 테스트에는 인체 모형인 ‘더미’가 사용된다. 더미는 GM이 1971년 개발한 하이브리드 1을 시작으로 1973년 하이브리드 2를 거쳐 현재는 1997년 개발된 하이브리드 3가 사용되고 있다. 현대차는 여기에 미국 교통부 주관으로 개발한 쏘오(THOR) 더미까지 활용하고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 3에 비해 센서 수량을 52개에서 157개로 늘림으로써 생체 충실도를 향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면 센서와 뇌 상해 센서 등이 있으며, 발목의 회전 가속도 측정도 가능하다. 사이즈는 95% 성인 남성과 5% 여성, 유아 등 27종을 갖추고 있으며 총 170세트를 보유하고 있다.

[르포] 차종당 100억원…현대차그룹 안전도를 책임지는 ‘이곳’

현대자동차 통합안전개발실장 백창인 상무는 “쏘오 더미와 측면 충돌용 월드 SID 더미는 한 세트당 가격이 약 15억원에 이른다”라고 강조한다. 그만큼 신차 안전성에 많은 투자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안전성을 실차 충돌 테스트로만 평가하진 않는다. 백 상무는 “실차 충돌테스트 외에도 슈퍼컴퓨터로 매일 100회 이상, 연간 3만 회 이상,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시뮬레이션으로도 실제 충돌과 같은 상황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인데, 실차 충돌 테스트는 이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백 상무는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할 때 충돌 공간이 유리하고 롤오버(전복) 위험성이 더 낮지만,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성이 더 크고 스몰오버랩 때 차체 변형이 더 커진다”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전기차는 설계 단계부터 내연기관 차량과 매우 다르다. 특히 전면부 충돌 때 내연기관 차량은 적절한 변형으로 충돌 에너지를 흡수하면 되지만, 전기차는 그렇게 하면서도 배터리에 충격이 덜 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범퍼 백 빔을 더블 박스 구조로 만들고, 다양한 방향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멀티 로드 패스 구조로 설계했다.

[르포] 차종당 100억원…현대차그룹 안전도를 책임지는 ‘이곳’

질의응답 시간에는 최근 이슈가 되는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비책에 관한 질문이 집중됐다. 현대차는 이에 대한 대비책도 촘촘하게 짜놨다. 우선 고전압 배터리 모듈과 팩, 압축/충격 단품 시험을 통해 삼원계 고밀도 NCM 배터리와 저밀도 LFP 배터리와 같이 배터리 사양별 발화 특성을 확인해 배터리 모듈의 한계 변형량을 설정했고, 배터리 팩의 구조도 개선해 반영했다. 여기에 주행 중에 발생 가능한 배터리 손상을 검증하는 평가를 추가로 시행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장착 위치가 차량 하부에 있으므로 도로 구조물로 배터리 하부 손상에 의한 화재 위험성의 발생 가능한 조건을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실차 시험으로 검증해 개발에 반영했다.

백창인 상무는 “현대차그룹은 고객 안전 최우선 철학을 기반으로 최상의 제품 개발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높은 안전 성능을 목표로 차량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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