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브랜드 최초의 중대형 순수 전기 세단 ID.7을 유럽과 중국에서 동시에 공개했다. 이 차는 지난해 6월에 공개된 ‘ID. 에어로(ID. AERO)’ 콘셉트카의 양산형 모델이다. 유럽에서는 ‘ID.7’으로, 중국에서는 ‘ID.7 Vizzon’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 ‘Vizzion’은 2019년 공개된 콘셉트카 ID.스페이스 비전(ID.Space Vizzion)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번 상하이 오토쇼에서는 ID.7 외에도 가칭 ‘ID.넥스트(Next)’라는 차도 함께 공개됐다. ID.7/ID.7 Vizzion과 자매 모델인 이 차는 폭스바겐이 두 개의 중국 자동차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서 탄생했다. 현재 상하이 폭스바겐은 ID.3와 ID.4 X, ID.6 X를 생산하고 있으며, FAW 폭스바겐은 ID.4 Crozz와 ID.6 Crozz를 생산 중이다. FAW 폭스바겐은 ID.Vizzion을 생산할 예정이며, 상하이 폭스바겐은 ID.Next를 생산하며 역할을 분담한다. 세 차종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며, 외관과 실내에서 소소한 차이를 보인다.
ID.7은 5m에 달하는 전장에 날렵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세단으로, WLTP 기준 최대 700㎞의 주행 거리를 자랑한다. 이와 함께 넓은 내부 공간 및 프리미엄 기술을 갖춘 플래그십 세단이자 장거리 여행을 만족시키는 투어러다. ID.7은 올해 유럽과 중국 시장에 출시되며, 북미 지역에는 2024년 출시된다.
토마스 셰퍼(Thomas Schafer) 폭스바겐 승용차 부문 CEO는 “안락함과 긴 주행 거리를 제공하는 ID.7을 통해 폭스바겐은 전동화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며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 2만5000유로 미만의 엔트리 모델부터 ID. 패밀리의 새로운 기함인 ID.7에 이르기까지 유럽 자동차 회사 중 가장 넓은 전기차 라인업을 확충해 2030년까지 유럽에서 전기차 비중을 80%까지 끌어 올리고, 2033년부터는 유럽에서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상하이 오토쇼 현장에서 ”우리는 중국 시장에서, 중국을 위한(In China, for China) 정책을 펼치겠다“라고 강조했다.
카이 그뤼니츠(Kai Grunitz) 폭스바겐 브랜드 개발 담당 이사회 멤버는 “ID.7은 MEB 플랫폼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기차 효율의 기준을 제시하는 모델로, WLTP 기준 최대 700㎞의 주행 거리를 목표로 한다”라며, “ID.7의 공기역학 성능과 파워트레인 및 열 관리 시스템의 효율성 향상을 통해 이뤄낸 성과”라고 설명했다.
ID.7은 폭스바겐이 새로 개발한 고효율 전기 구동계가 탑재된 첫 모델이다. 유럽에서 발표된 신형 ID.7의 전기 모터 최고출력은 210㎾(286마력)로 역대 폭스바겐 ID. 패밀리 모델 중 가장 강력한 출력과 토크를 발휘한다. 그러나 이번에 상하이 오토쇼에서 선보인 중국 시장용 ID.7의 최고출력은 150㎾(204마력)다. 중국형은 유럽형보다 사양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형 모델의 최고시속은 155㎞다.
새로운 전기 구동계는 에너지 효율에 최적화돼 있다. 배터리 크기에 따라 WLTP 기준 최대 700㎞의 주행 거리와 최대 200㎾의 충전 용량을 제공한다. 따라서 ID.7은 장거리 운행, 특히 운행량이 많은 고객이나 법인 고객에게도 적합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ID.7의 전장은 5m에 달하며, 공기역학성능을 고려해 효율적인 형태로 디자인됐다. 쿠페 스타일의 루프 라인은 사양에 따라 공기저항계수(Cd)가 최저 0.23 수준의 공기역학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으로 구성된 디자인 덕에 탑승객에게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뒷좌석은 센터 터널이 거의 없어 성인 세 명이 앉아도 불편하지 않다.
ID.7에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조작 경험을 크게 향상한 디스플레이 콘셉트가 최초로 탑재됐다. 새 시스템은 15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와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항상 표시되는 에어컨 제어 버튼과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바로가기 버튼, 백라이트 방식의 터치 슬라이더 등 다양한 기능들로 구성된다.
이멜다 라베(Imelda Labbe) 폭스바겐 세일즈/마케팅/애프터세일즈 담당 이사회 임원은 “ID.7은 유럽, 중국 및 북미 지역에서 중요한 모델”이라며, “ID.7은 전 세계의 기존 고객뿐 아니라 폭스바겐을 처음 만나는 고객 모두를 흥분시킬 매력적인 패키지를 제공하며, ID.7의 차별성과 품격 있는 안락함, 높은 수준의 일상 활용도 등 다채로운 프리미엄 기술들을 통해 강력한 인상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ID.7은 신형 마사지 시트, 전자식 디밍 파노라믹 선루프 등의 첨단 편의사양들을 제공한다. 스마트 글라스로 제작된 파노라믹 선루프는 터치 조작을 통해 투명-불투명 모드를 설정하는 전자식 디밍 기능을 제공한다. 선루프를 비롯한 ID.7의 다양한 기능들은 새로운 IDA 음성 어시스턴트를 통해 자연어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ID.7의 새로운 앞좌석 시트에는 폭스바겐 최초의 어댑티브 시트 클리마트로닉 기능이 선택 사양으로 탑재된다. 이 시스템은 히팅, 쿨링 및 건조(drying) 기능을 탑승객의 요구에 따라 제공한다. 또한 독일 척추 건강 협회(AGR)의 인증을 받은 마사지 기능도 제공된다. 선택 사양으로 탑재되는 하만 카돈 700W 사운드 시스템은 센터 스피커와 트렁크의 서브우퍼를 포함한 14개의 하이엔드 스피커로 구성돼 있다.
ID.7에는 상황에 따라 차간 거리 제어뿐 아니라, 차로 변경까지 지원하는 집단 데이터(swarm data) 기반의 트래블 어시스트 기능(일부 지역 한정)이 탑재된다. 폭스바겐과 소프트웨어 전문 계열사 카리아드(CARIAD)가 공동 개발한 ID.7의 트래블 어시스트는 90㎞/h 이상의 속도로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차선 변경 보조 기능을 제공한다. 덕분에 운전자의 주행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ID.7은 주차 상황에서도 다양한 보조 기능들을 제공한다. 특히 메모리 파킹 기능은 최대 50m의 거리까지 자동 주차를 제공한다. 운전자는 차내에 앉아있거나 외부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주차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새로운 ID.7은 폭스바겐이 2026년까지 선보일 10대의 신모델 전기차 중 하나다. 폭스바겐은 2023년 연내에 신형 ID.3, ID.버즈 롱 휠베이스와 ID.7까지 3종의 ID. 패밀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에 2026년까지 전기 콤팩트 SUV와 2만5000유로 미만 가격대의 혁신적인 전기차 ID.2all 양산 버전을 추가한다. 이를 통해 폭스바겐은 폭넓은 전동화 라인업을 확충하게 된다.
ID.7의 유럽 및 북미 물량은 독일 엠덴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중국 사양은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다. 한편 ID.7의 한국 출시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상하이=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