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개막한 2023 상하이 오토쇼가 27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이번 모터쇼는 4년 전과 비교할 때 중국 토종 업체들의 전기차 ‘올인’ 전략이 두드러졌으며,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도 대세를 이뤘다. 올해 상하이 오토쇼의 특징을 몇 가지로 나눠서 정리해봤다.
◆수소차보다 전기차에 ‘올인’
이번 상하이 오토쇼에는 1200개 이상의 모델과 1413대의 차량이 전시회에 전시되었으며, 93대의 월드 프리미어, 64개의 콘셉트카, 271대의 신에너지 차(친환경차, 이 중 186대는 중국 브랜드 제품)가 출품됐다.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중국 토종 완성차업체들의 약진이다. 중국 6개 주요 자동차 그룹인 FAW 홍치, FAW 베스튠, 둥펑 모터, SAIC 그룹(ROEWE, MG, MAXUS), 창안자동차, BAIC 자동차, GAC 그룹(GAC TRUMPCHI, GAC AION)이 모든 라인업을 전시했으며, 이외에도 지리(Geely), 링크 & 코(LYNK & CO), HAVAL, POER, TANK, WEY, BYD, Chery, EXEED, JETOUR, iCAR, JAC, JMC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 업체는 약속이나 한 듯이 전기차에 집중하는 전략을 보여줬다. 특히 둥펑 모터는 7㎾ AC 완속 충전 외에도 11㎾ 무선 충전, 20㎾ 스몰 DC 충전시스템, 480㎾ 고출력 초급속 충전시스템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480㎾ 초급속 충전시스템은 액체 냉각(liquid-cooled) 방식을 사용하며, 출력 전압은 200~1000V, 출력 전류는 0~600A, 통신 기능은 블루투스/4G/WiFi를 갖추고 있다.
창안자동차와 화웨이, CATL이 연합해 만든 차세대 스마트 전기차 플랫폼 ‘CHN’도 돋보였다. 이 플랫폼은 강력한 연산 기능과 초급속 충전이 가능한 새로운 아키텍처로, 중국 토종 완성차업체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창안자동차의 쉔란 S7은 ‘중국의 테슬라 모델 X’를 노리는 차다. 날렵한 스타일에 전기차(EV) 버전과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두 가지로 선보인다. 쉔란은 앞서 언급한 CHN 플랫폼을 사용하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영문명은 디팔(DEEPAL)이다.
지커(Zeekr)는 패스트백 ‘001’과 중형 SUV ‘X’를 선보였다. 지커의 유럽 담당 부사장인 스피로스 포티노스는 “2026년까지 서유럽 대부분 지역에 진출할 것이며, 2030년에는 전기차 분야의 선두가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첫 번째 매장은 올해 안에 스웨덴 스톡홀름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오픈할 예정이며, 딜러 체제 대신 온라인 계약 후 본사 직배송 시스템으로 구매자에게 전달된다.
반면 수소차는 쉔란(디팔) S7 수소차 버전, 현대차의 중국형 넥쏘 외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서 대조를 이뤘다. 4년 전 상하이 오토쇼만 해도 중국 업체들이 수소전기차를 내놨으나, 충전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전기차에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교체형 배터리로 전기차의 새로운 가능성 열어
니오(NIO)와 리싱(RISING) 오토는 교체형 배터리로 눈길을 끌었다. 리싱 오토는 처음에 상하이자동차(SAIC) 그룹의 ‘ROEWE’ R라인이었으나, 하이엔드 전기차 브랜드로 독립했다. 볼보 산하 브랜드에서 고급 전기차 브랜드로 독립한 폴스타와 유사하다. 이번에 선보인 F7은 매끈한 스타일이 돋보인다. 공기저항계수는 아우디 e-트론 GT(0.24Cd)보다 낮은 0.206Cd를 기록한다. 무엇보다 F7의 장점은 배터리 교환 시스템이다. F7 배터리는 SAIC와 CATL의 합작사인 UABS(United Auto Battery System)에서 만든다.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은 SAIC와 ‘Aulton New Energy’가 공동 개발하며, 2025년 말까지 중국에 1만 개의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을 갖출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20초 만에 배터리 교환을 끝낼 수 있다.
니오의 PSS(Power Swap Station) 2.0은 배터리 교환에 5분이 소요되며, 무인 자동화 성공률은 98%다. 니오의 퀸 리홍 회장은 “이번에 공개한 PSS 3.0은 배터리 교환에 2분 30초가 걸리며, 자동화 성공률 99.99%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성공률 100%를 노린다는 의미다. 니오는 현재 중국에 1313개의 PSS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연말까지 중국에 1700개, 유럽에 120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현재 니오는 유럽에서 네덜란드, 노르웨이,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 다섯 개 국가에 PSS를 설치해놓고 있다.
◆화려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도 선보여
중국 업체들은 인테리어에서도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기계식 또는 아날로그식 계기반을 버리고, 대부분 화려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를 갖춰 첨단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일부 업체들은 여전히 유럽이나 한국 업체의 실내를 카피한 느낌을 주기도 했으나, 참신한 인테리어도 있었다.
파노라믹 디스플레이는 아직 직선으로 이뤄진 ‘일자형’ 디스플레이가 많긴 하지만, ROEWE 등 일부 업체는 운전석에서 센터페시아를 지나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라인에 단차를 두어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했다.
또한 센터 디스플레이를 중앙에서 조수석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방식도 등장했으며, 이 디스플레이는 터치뿐 아니라 음성으로도 이동시킬 수 있도록 했다.
IM LS7은 대량 생산 중국차로는 최초로 반원형 스티어링 휠을 장착해 눈길을 끌었다. 이 차는 일반적인 원형 스티어링 휠도 선택할 수 있다.
◆‘짝퉁’ 디자인은 여전히 숙제
중국 자동차 산업은 여러 면에서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디자인 면에서는 여전히 해외 업체를 베낀 듯한 모습이 남아 있었다. 베이징기차의 BJ60은 롤스로이스 컬리넌을 흉내 낸 듯한 내·외관으로 꾸몄으나 조잡해 보였다. IM LS7의 뒷모습은 애스턴마틴 DBX와 비슷했고, 아이카 올로드는 랜드로버 디펜더를 연상케 했다. 아이카 GT의 앞모습은 폴스타의 헤드램프를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또한 대부분 업체가 전기차에 올인하면서 외관이 비슷해지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번 오토쇼에 등장한 차는 대부분 가느다란 주간주행등 또는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없앤 앞모습 때문에 디자인이 ‘대동소이’했다.
◆존재감 낮아진 현대차,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
이번 오토쇼에서 현대자동차는 중국에 N 브랜드를 최초로 공개하고 고성능 이미지를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전기차에 집중하는 시장 분위기와는 상반된 전략이다. 이는 경쟁력이 높아진 중국 업체들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대신에 차별화된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아우디, 포르쉐가 아직 고성능 내연기관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업체에 맞설 수 있는 N 브랜드로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내수 시장의 대세가 전기차로 흘러가는 상황에서는 전기차 분야의 경쟁력을 좀 더 강화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중국 상하이=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