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전기자동차의 첫 등장은 언제일까? 놀라지 마시라. 기록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무려 186년 전인 1837년에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전기차가 개발됐다고 한다. 가솔린 엔진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기차는 잠시 잊혔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테슬라를 필두로 고성능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보급이 증가했다.
전기차는 짧은 주행거리와 느린 충전 속도가 최대 단점이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한 차들이 속속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자 최근에는 타이어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기차는 일반적인 내연기관에 비해 차체 중량이 약 20% 무거워 코너링 때 횡력이 많이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또한 초기 가속력이 좋아서 타이어가 더 쉽게 마모되며, 특히 배터리 무게가 후륜 타이어 마모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관해 미쉐린코리아의 김병주 매니저는 “미쉐린은 지난 20년 동안 에너지 효율 개선에 힘을 쏟아서 회전 저항을 20% 이상 개선했고, 2030년까지 10% 이상 더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한다.
미쉐린에 따르면, 전기차 운전자의 성향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퍼포먼스(성능)를 추구하는 운전자의 경우는 그립력과 반응성, 주행안전성, 브레이킹, 가속력을 고루 필요로 하며, 편안함을 추구하는 운전자는 타이어 수명과 연비 효율, 저소음을 중시한다.
여기서 미쉐린이 중점을 둔 건 크게 네 가지인데, ▲배터리 수명과 주행거리 최대화 ▲회생 제동 및 높은 순간 토크 대응 ▲높은 차체 하중 대응 ▲내부 소음 감소 등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미쉐린은 트레드 패턴 중앙에 고강도 컴파운드를 적용했고, 고강도 케이싱 보호 벨트를 통해 배터리 지속시간을 늘리며, 최적화된 콘택트 패치를 통해 긴 수명이 가능하게 했다. 김병주 매니저는 “포뮬러 E 대회 후원을 통해 이러한 기술 발전이 가능했다”라고 귀띔한다.
또한 엔진음이 없는 전기차는 타이어 구동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들리는데, 미쉐린은 폴리우레탄 폼 링인 ‘미쉐린 어쿠스틱(Acoustic)’ 기술 적용으로 소음을 줄였다.
이렇게 해서 나온 제품은 파일럿 스포츠 EV와 프라이머시 투어 A/S 등 두 가지다. 럭셔리 프리미엄 성격의 프라이머시 투어 A/S 타이어는 현재 많은 전기차에 OE(양산차 기본 사양)로 공급되고 있다. 한국차로는 현대차 아이오닉 5, 제네시스 GV60, G80 일렉트릭, 기아 EV9에 기본 적용돼 있으며, 퍼포먼스를 중시한 메르세데스 EQS에는 파일럿 스포츠 EV가 OE 적용된다. 기아 EV6 GT와 테슬라 모델 S는 특이하게 파일럿 스포츠 4 S를 기본 장착한다.
“전기차에 일반 타이어를 장착해도 괜찮냐”라고 물어보니 김병주 매니저는 “미쉐린의 일반 타이어로도 어느 정도 커버는 가능하다”라면서 “굳이 단점을 꼽자면 효율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프라이머시 투어 A/S는 개발 단계에서 전기차 장착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아주 큰 차이는 없다는 뜻이고, EQS 같은 고성능 차에는 EV 전용 타이어가 더 적합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미쉐린 타이어는 기술적으로 높은 자신감을 느끼고 있지만, 전용 판매망은 아직 넓지 않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T-스테이션’, 금호타이어는 ‘타이어프로’가 떠오르는데 미쉐린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이에 관해 미쉐린코리아 지승주 매니저는 “EV용 타이어의 장점을 더 잘 알리기 위해서 다양한 홍보 활동과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으니 앞으로 기대해 달라”라고 답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