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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발톱을 세운 블랙 팬서, 푸조 뉴 408

발행일 : 2023-06-05 14:39:01
[시승기] 발톱을 세운 블랙 팬서, 푸조 뉴 408

푸조 디자인의 테마는 예나 지금이나 ‘고양이’다. 차체 곳곳에 고양잇과 동물의 날카로움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이 특이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그러나 한불모터스가 수입해 판매하던 시절에는 그 매력을 전부 알리지 못했다. 부족한 예산과 어설픈 마케팅이 멋진 제품의 날개를 꺾었다. 마니아 성질이 강한 일부 기자들만 좋아했을 뿐, 일반인들은 신차가 나온 것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스텔란티스 그룹에서 다시 출발하는 지난해 이후로는 뭔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뉴 408도 린다 잭슨 CEO가 한국을 직접 방문하며 높아진 시장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린다는 “전 세계가 K팝과 K푸드, K드라마에 열광하고 있고, 한국에서의 성과는 빠르게 전파된다”라고 했다.

[시승기] 발톱을 세운 블랙 팬서, 푸조 뉴 408

린다는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 중 한국에 가장 먼저 408을 공개했다”라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여기서 말하는 아시아 지역에는 중국이 빠져 있다. 중국은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봐서 아시아로 분류하지 않는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지난 4월에 상하이 오토쇼에서 뉴 408이 공개됐지만, 한국이 아시아 최초 출시 국가로 기록된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뉴 408의 차체 크기는 길이 4700㎜, 너비 1850㎜, 높이 1485㎜, 휠베이스 2790㎜다. 길이는 푸조 5008보다 50㎜ 길고 너비는 5㎜ 넓다. 대신 5008보다는 높이가 165㎜ 낮고, 휠베이스 역시 50㎜ 짧다. 중형 SUV인 5008보다 길고 넓고 낮은 차체는 실제 차급보다 한 급 위의 차로 느끼게 해준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뉴 408은 현대 투싼보다 차체 길이가 70㎜ 길고, 휠베이스도 35㎜ 길다. 또한 기아 스포티지에 비해서도 차체 길이가 40㎜ 길다. 한 마디로 차체 크기에서는 비슷한 급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시승기] 발톱을 세운 블랙 팬서, 푸조 뉴 408

외관은 전형적인 푸조 특유의 ‘펠린 룩’이다. 고양잇과 동물의 날카로움이 차체에 전반적으로 긴장감을 주며, 먹이를 공격하기 직전에 잔뜩 웅크린 인상이다. 푸조 디자이너인 마티아스 호산은 “그릴과 범퍼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허물었다”라고 설명한다.

푸조 특유의 헤드업 클러스터와 작은 스티어링 휠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한 가지 크게 달라진 점은 시프트 패들이다. 장난감처럼 두툼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던 시프트 패들을 드디어 버리고, 작고 얇고 단단한 재질로 잘 다듬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에서 자주 보던 스타일이다. 이렇게 만들어야 조작감도 좋고 스타일도 멋지다.

휠베이스가 2900㎜에 이르는 만큼, 실내공간은 상당히 넉넉하다. 특히 뒷좌석 공간은 키 185㎝ 정도의 성인이 편하게 앉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트렁크 면적도 넉넉하다. 특히 트렁크 입구에서 안쪽까지 길이가 충분해 골프백 같은 긴 물건을 넣기에도 좋다.

[시승기] 발톱을 세운 블랙 팬서, 푸조 뉴 408

1.2ℓ 가솔린 퓨어테크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뉴 푸조 408은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 토크 23.5kg.m를 발휘한다.

408의 달리기는 경쾌하다. 배기량은 적지만, 쥐어짜듯 어렵게 힘을 끌어내지 않고 가볍게 파워를 내뿜는다. 여기에는 새롭게 개발된 8단 자동변속기가 한몫한다. 과거 수많은 푸조 팬들을 울렁증 환자로 만들었던 MCP는 저 멀리 던져 버리고, 부드럽고 민첩한 자동변속기가 여덟 단계의 기어비로 잘게 쪼개져 효율적인 동력 전달이 이뤄진다.

엔진 소음은 적당히 잘 억제돼 있다. 럭셔리 세단 수준의 정숙성은 아니지만, 작은 배기량을 잘 콘트롤하는 데다 하체 소음과 풍절음도 꽤 잘 차단해준다.

[시승기] 발톱을 세운 블랙 팬서, 푸조 뉴 408

타이어는 미쉐린 e-프라이머시 제품인데, 사이즈가 독특하다. 205/55 R19 사이즈여서 단면 폭과 비교해 편평비가 높다. 이러한 사이즈는 전기차용 타이어에 주로 쓰는 타입인데, 뉴 408이 전동화 모델과 동시에 개발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편평비가 높은 타이어는 승차감에 유리하지만, 스포티한 세단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반면, 세단과 SUV의 경계에 있는 이 차에는 잘 어울리는 셋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연비는 복합 기준 12.9㎞/ℓ이며, 도심 11.5㎞/ℓ, 고속도로 15.0㎞/ℓ의 효율을 갖췄다. 이번 시승처럼 막히는 구간에서 짧게 타봤을 땐 정확한 연비 측정이 사실상 힘들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연비가 어떤지 중점적으로 체크해보고 싶다.

가격은 얼루어가 4290만원, GT가 4690만원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는 4000만원 대에 포진해 있어 경쟁력이 어떨지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 확실한 건 과거 한불모터스 시절처럼 소극적인 마케팅을 한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람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기회는 세 번쯤 온다고 한다. 한 번 실패했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다시 일어설 기회는 언제든 주어진다. 단,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법이다. 푸조 브랜드의 재도약을 기대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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