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해주세요.”
“고객님, 환불은 좀 어렵습니다.”
“정말 안 되겠네. 사장 나오라고 해!”
지켜보는 사람들조차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리가 방안에 쩌렁쩌렁 울린다. 이는 실제 상황이 아니다. 지난 14일 한국토요타가 마련한 '2023 토요타 스킬 콘테스트'에서 '고객 지원(Customer Relation)' 부문 경연장의 모습이다. 전국의 토요타 딜러에서 예선을 통과한 직원들이 각 딜러를 대표해 나섰고, 외부인이 불만을 가진 고객 역할을 맡았다. 이들 바로 앞에서 두 명의 감독관이 직원의 대응 태도를 자세히 관찰하고 실시간으로 평가를 매긴다.
이날 경연이 이뤄진 부문은 고객 지원을 비롯해 부품, 일반 정비, 판금, 도장, 서비스 어드바이저, 세일즈 컨설턴트 등 모두 일곱 개였다. 한국토요타 윤은진 부장은 “서비스센터의 세일즈 지원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올해 '세일즈 컨설턴트' 부문을 신설했다”라고 설명했다.
행사는 이번 경연에 참여한 각 딜러가 무대에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전국의 토요타 딜러 중에 강남, 서초, 용산, 분당,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총 여덟 개의 딜러에서 50명이 참가했다.
한국토요타 콘야마 마나부 사장은 “토요타는 1968년부터 스킬 콘테스트를 시행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2002년 렉서스 스킬 콘테스트를 시작된 후 2013년부터 토요타와 렉서스가 번갈아 실시하고 있다. 올해의 경연 테마는 'One Team for Customer Happiness'”라고 말했다.
경연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1층에서 진행된 서비스 '어드바이저&세일즈 컨설턴트' 부문과 '고객 지원' 부문이었다. 서비스 어드바이저는 차 정비를 맡기러 온 고객이 가장 먼저 만나는 직원으로, 고객 응대 자세와 추가 작업 발생 안내, 불만 고객 응대 태도 등을 체크하게 된다. 이날 경연에서는 보증 기간이 두 달 지난 상황에서 고객 부담금이 발생한 상황이 나왔다. 고객 역할을 하는 이가 “좀 미리미리 연락을 주지 그랬냐”라고 항의하자 서비스 어드바이저는 “고객님이 해외에 계셔서 연결이 안 됐다”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세일즈 컨설턴트 부문은 서비스를 맡긴 고객이 대기하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다가가 정기 점검 시기 안내와 함께 신차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행사장에 마련된 토요타 크라운의 외관과 실내를 고객에게 차근차근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구매를 유도하는 내용이다.
앞서 언급한 고객 지원 부문은 부산과 대구를 제외한 여섯 곳의 딜러가 참가했다. 불만이 가득한 고객을 설득해야 하는 부문인 만큼 평소에도 스트레스가 많은 부서인데, 이날 행사에서는 환불까지 요청하는 매서운 고객을 만나는 상황이 연출돼 참가자들을 긴장시켰다.
기자가 본 첫 번째 참가자(실제론 두 번째 참가자)는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계속 설득했는데, 조금 위축돼 보였다. 이런 직원을 만나면 고객이 더 기세등등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들 정도. 이런 생각은 그다음 참가자가 등장하면서 바뀌었다. 이 참가자는 본인이 교육받은 대로 '원리원칙'을 강조해 뻣뻣하다는 느낌도 들었고, 오히려 직전 참가자의 태도가 더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참가자는 사장 부르라는 고객에게 사장이 지금 안 계신다고 했다가 말을 바꿔서 고객을 더 화나게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참가자들은 평가가 끝난 후 식은땀을 흘렸다.
토요타는 이런 상황을 처리하는 과정을 업무 절차와 응대 자세, 판단 및 분석 능력, 해결 능력 등 네 가지 기준으로 평가했다. 특히 자체적으로 정해놓은 불만 대응 7단계에 맞는 수행 여부를 감독관이 꼼꼼하게 점검했다.
일반 정비 부문은 갑작스레 전기 문제가 발생한 차를 대상으로 이를 50분 안에 해결하는 과정을 평가했다. 고장 원인을 분석하고 진단 프로세스를 수립해 정확하고 빠르게 해결하는 내용이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고객 만족도가 높기로 이름난 브랜드다. 올해 10월 발표된 컨슈머인사이트(ConsumerInsight)의 2023 연례 자동차 기획 조사'에서 토요타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판매 서비스 만족도(SSI) 부문 1위를 기록했으며, 렉서스는 AS 만족도(CSI) 부문에서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AS 만족도(CSI)는 최근 1년간 공식 서비스 센터를 이용한 소비자의 평가가 반영되며, 판매 서비스 만족도(SSI)는 신차 구매 1년 이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시장, 영업사원, 판매과정, 판매 후 고객관리 등에 대한 평가로 진행된다.
특히 판매 서비스 만족도(SSI) 부문에서 한국토요타자동차의 토요타 브랜드는 2015년, 2019년, 2020년, 2022년, 2023년에 1위를, 렉서스 브랜드는 2016년, 2017년, 2018년, 2021년에 1위를 차지하는 등 토요타, 렉서스 브랜드가 2015년부터 9년간 번갈아 가며 1위를 차지해왔다.
콘야마 마나부 사장은 “고객 입장과 우리의 입장을 잘 생각해서 대처하는 게 중요한데, 직원들이 평소 배운 대로 잘하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서비스 담당 직원들의 스킬은 고객 만족도를 높여서 재구매를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자동차 업체들이 갈수록 중요시하고 있다. 내년도 펼쳐질 렉서스 스킬 콘테스트에는 어떤 돌발상황이 펼쳐질지 벌써 기대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