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을 목표로 전 세계가 힘을 쏟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자동차 보급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국내에서 나왔다.
특허청 자동차 특허연구회의 최은석 사무관은 최근 KAMA 주최 '자동차모빌리티 기술 특허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2021년 671만 대에서 2022년 1083만 대로 급증했다. 지난해 각국 시장 점유율은 중국 61%, 유럽 24%, 북미 10%, 한국 2%의 순이다. 오는 2030년에는 2억3000만 대까지 등록 대수가 늘어나서, 전체 차량 17억 대의 13.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의 전기차 전환 계획을 살펴보면, 우선 미국은 2030~2035년에 메사츄세츠, 캘리포니아 등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며, EU는 2035년에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e-퓨얼(fuel) 사용 내연기관차는 허용)할 계획이다. 중국은 2035년에 전기차와 하이브리차만 판매 허용할 예정이며, 일본은 2030년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한 내연기관 신차의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한국은 2030년까지 무공해차 45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연기관 판매금지 시기는 아직 공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전기차 자국 우선주의와 판매 정체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IRA, 유럽은 핵심원자재법(CRMA)과 탄소중립산업법(NZIA)으로 전기차 현지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얼리어답터'형 고객들은 이미 전기차 구매를 마쳤고, 남은 소비자들은 높은 전기차 가격에 구매를 망설이는 상황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2021년 116% 포인트, 2022년 61% 포인트, 2023년 상반기는 41% 포인트로 최근 3년간 꾸준한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의 전망에 따르면, 2050년 '넷제로(Net Zero)' 시나리오에서 2030년 전기차 연간 판매량은 7000만 대(60% 이상), 등록 대수는 3억5000만 대로 전체 차량 등록 대수의 20%에 불과하다. 이는 전력인프라 부족과 각국의 보조금 지급 재정 능력 부족, 신흥 시장인 열대 및 한대기후에서 전기차의 성능 저하가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사정도 녹록지 않다. 2034년에 국내 전기차가 485만 대로 증가하면 전력 수요는 16.3TWh(총 전력의 2.8%, 원전 3기분)이나, 전체 차량 2616만 대를 전기차로 전환하면 89TWh(총 전력의 15.2%, 원전 15기분)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미국 내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18%, 2035년까지 38%까지 증가하며, 이는 지난 10년간 약 5% 증가한 것에 비해 매우 급속한 증가세다.
이에 따라 몇 가지 전기차 보완재가 검토되고 있다. 우선 e-퓨얼(fuel)은 포집된 탄소와 수전해 그린 수소로 만든 인공석유로, 탄소 순 배출은 '0'이지만, 현재 리터당 10달러로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차에 48V 배터리와 벨트구동 모터를 장착하여 엔진을 보조하는 시스템인데, 연비개선 효과는 적다.
특허청 최은석 사무관은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도기에는 하이브리드차(HEV)가 보완재로 유력하며, 전기차 전환이 완료되는 2050년에도 e-퓨얼과 하이브리드차는 판매가 가능하므로 EV와 HEV의 병행한 것으로 정책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행 정부 정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 전체 등록 자동차는 2700만 대로 예상하며, 전기·수소차는 450만 대, 하이브리드차 4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산화탄소(CO2)는 2023년 95g/㎞에서 2030년 70g/㎞로 강화될 예정이지만, 2030년 차량의 평균 CO2 배출량은 84.7g/㎞로 예측돼 규제를 만족하지 못한다. 이는 하이브리드차 평균 81.2g/㎞, 내연기관차 106~301g/㎞ 중 최소치 106g/㎞를 적용한 결과다.
최은석 사무관은 “2030년 정부의 전기차 목표치가 450만 대인데, 전기차를 제외한 전체 차량 2250만 대를 하이브리드차로 대체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라면서 “이 경우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은 67.7g/㎞로 70g/㎞ 규제를 만족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수정 제안에 따른 차량 에너지수요량을 예측해보면, 2022년 차량 총 에너지수요량은 연료 2만3221Mℓ, 전기 941GWh에서, 2030년에는 연료 1만4803Mℓ, 전기 8739GWh로 예측됐다.
이는 내연기관차 평균 연비 14.91㎞/ℓ, 하이브리드차 평균 연비 21.28㎞/ℓ, 연 주행거리 1만4000㎞로 가정한 것이고, 전기 수요량은 테슬라 모델3 스탠더드 전비 5.8㎞/㎾h, 연평균 주행거리 1만4000㎞로 가정한 것이다. 이 경우, 연료와 전력을 석유환산톤(TOE)으로 변환하여 더하면, 2022년 1821만에서 2030년 1347만 TOE로 총 에너지 수요는 26% 포인트 감소한다.
또한 CO2 배출량도 2022년 5101만t에서 2030년 3638만t으로 28.7% 포인트 감소한다. 다만, 전기는 원자력이나 태양광, 풍력과 같은 CO2 배출이 없는 에너지원에 의해 생산될 수 있으므로, 전기의 국가나 연도별 CO2 배출 계수 값은 다를 수 있다.
최은석 사무관은 “내연기관차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로 모두 전환하면, 2022년 연간 1억4601만 배럴 원유수요량이 2030년 9316만 배럴로 약 36.3% 포인트 감소한다”라면서 “2022년 자동차용 원유 수입 규모 117억 달러가 2030년 74억5000만 달러로 42억5000만 달러(배럴당 80달러 가정)의 원유 수입액 절감이 예상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전력 제어장치 및 모터와 같은 부품산업은 정부가 R&D를 지원하여 수출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적절하며,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 달성에 꼭 필요한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세금감면은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제안했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