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자동차
HOME > 자동차 > 시승기

[시승기] '반전이 필요해' JLR 디펜더

발행일 : 2024-03-28 00:32:44
[시승기] '반전이 필요해' JLR 디펜더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영국의 역사 깊은 럭셔리 브랜드다. 그러나 질곡의 역사 속에 회사가 여기저기에 팔리면서 브랜드 위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재규어 브랜드가 전 세계에서 사라지면서 지금은 회사 이름조차 JLR로 변경하고 새로운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재규어가 2017년에 4125대 판매되며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을 걸었고, 랜드로버는 2018년에 1만1772대 팔린 것이 최고 기록이다. 특히 수입차 판매가 2019년 24만4780대에서 2022년 28만3435대로 꾸준히 커지는 동안에도 랜드로버는 7713대(2019년)에서 3113대(2022년)로 반 토막 나면서 체면을 구겼다.

랜드로버의 다양한 라인업 중에 중심을 이루는 차는 디펜더다. 이 차는 1948년 처음 등장한 이후 2015년 단종되었다가,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한국에는 기본 모델인 110이 2020년 9월에 공식 출시되었고, 이후 숏 휠베이스의 90, 롱 휠베이스의 130이 라인업에 가세했다.

[시승기] '반전이 필요해' JLR 디펜더

다양한 모델이 출시되었지만, 한국에서는 110이 가장 사랑받고 있다. 디펜더는 2022년에 864대가 팔렸는데,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110 D300이었다. 2023년에는 1045대로 판매가 늘었고, 역시 최고 인기 모델은 110 D300이다.

기본이 되는 디펜더 110은 디자인 면에서 가장 완벽에 가깝다. 특히 독특한 측면 디자인은 현대자동차 신형 싼타페와 KGM 토레스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세 모델을 두루 타본 결과, 가장 균형감 있는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보여준 건 디펜더 110이다. 디펜더 90은 한두 명이 타기에 좋지만, 차체가 짧아서 디자인이 어색한 게 흠이다. 오리지널 디펜더와 가장 비슷한 모델이지만, 차체가 커지면서 균형미는 흐트러졌다. 디펜더 130은 여덟 명까지 탈 수 있는 넓은 실내가 장점인데, 차체가 길어서 기동성이 좋지 않다.

[시승기] '반전이 필요해' JLR 디펜더

실내에서는 독특한 '마그네슘 합금 크로스카 빔'이 돋보인다. 차체 좌우를 가로지르는 구조물을 일부러 드러낸 것으로, 마치 각종 배관이 천정에 달린 노출형 인테리어를 떠올리게 한다. 992㎜에 이르는 2열 레그룸과 40:20:40로 분할되는 폴딩 시트, 2열 폴딩 시 최대 2380ℓ로 넓어지는 적재공간도 이 차의 장점이다.

디펜더 110은 초창기에 249마력의 D240 디젤 모델만 나왔는데, 가격이 8590만~9180만원이었다. D250으로 업그레이드된 지금은 1억760만~1억11055만원으로 올랐고, 300마력의 D300은 1억2610만원이다. 2021년부터 추가된 가솔린 모델은 P300이 1억1320만원, P400이 1억4600만원이다. 여기에 익스플로러(Explorer), 어드벤처(Adventure), 컨트리(Country), 어반(Urban) 팩 등을 추가하면 가격이 더 오른다.

[시승기] '반전이 필요해' JLR 디펜더

130 모델의 가격은 1억2920만원부터 1억5750만원까지다. 가장 비싼 모델에 익스플로러 팩(프런트· 리어 머드 플랩, 휠 아치 보호장치, 돌출형 흡기 장치)과 프리미엄 메탈릭 페인트(123만5000원), 글로스 블랙 시그니처 그래픽(22만5000원), 확장 블랙 익스테리어 팩(135만1000원), 분리형 토우 바(97만7000원), 22인치 스타일 알로이 휠(331만3000원), 뒷좌석 온도조절 시트(60만5000원), 루나 인테리어(60만5000원), 메리디안 서라운드 시스템(130만원), 컴포트 및 컨비니언스 팩(121만6000원), 견인 팩(152만4000원), 차광 윈드 스크린(33만9000원), 프런트 언더 실드(71만4000원), 잠금 휠 너트(3만5000원), 흡연자 팩(6만5000원), 트렁크 파티션 네트(21만원), 실내 온도 사전 설정 기능(205만3000원), 4존 실내 온도조절 시스템(10만2000원), 액티비티 키(54만7000원), 노출형 리커버리 후크(48만8000원), 시큐어 트래커(84만7000원), 도난 방지 센서(62만5000원), 전개식 사이드 스텝 키드(501만5010원), 보닛 스티커(21만5050원), 광택 리어 스키드 플레이트(48만8840원), 프런트 익스페디션 보호 시스템(236만2470원)을 더하면 총 가격은 1억8851만2991원이다. 옵션 가격만 3100여만원에 이르는데, 이외에도 고를 수 있는 옵션들이 상당히 많다.

선택 폭이 넓은 건 칭찬할 만하지만, 1억5000만원이 넘는 차에 도난 방지 센서나 서라운드 시스템 등이 옵션이라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 가장 저렴한 디펜더 90 D250 SE 모델에 옵션을 최소화하면 9670만원이 나온다.

[시승기] '반전이 필요해' JLR 디펜더

그런데 이 모델은 안개등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 전 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 등이 없는 그야말로 '깡통' 모델이다. 에어 서스펜션은 296만7000원, 전 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은 432만3000원을 추가로 내야 장착할 수 있어 부담이 만만치 않다. 에어 서스펜션과 전 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이 없다면 오프로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디펜더는 랜드로버 브랜드 안에서 레인지로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차다. 그러나 데뷔 초기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에 집중되었던 고급차 고객들이 포르쉐나 벤틀리 등으로 옮겨갈 때도 랜드로버는 큰 수혜를 입지 못했다. JLR 코리아의 분발을 기대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