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파가니니(PAGANINI)’가 2024년 4월 6일부터 6월 2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 중이다. 뮤지컬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치열한 화려함과 처절의 고통의 감정을 넘나드는 작품이다.
배우 김경수는 ‘파가니니’ 본 공연에서 신부님의 홀리함과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인간의 욕망을 절절하게 표현하며 극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다면, ‘스페셜 커튼콜’에서는 그가 작품을 위해 어떤 디테일을 채웠는지 보여줬다. 김경수의 작품 해석력과 노력이 또 한 번 느껴진 시간이었다.
◇ 뮤지컬과 클래식을 넘나들며! 치열한 화려함과 처절한 고통의 감정을 넘나들며!
뮤지컬 ‘파가니니’는 최초의 비르투오소로 불린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음악과 삶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비르투오소(virtuoso)'는 '덕이 있는', '고결한'을 뜻하는 이탈리아로, 17세기에 예술이나 도덕에 대해서 특별한 지식을 갖춘 탁월한 예술가나 학자에게 붙여지며 사용되기 시작했다.
클래식과 클래식 아티스트를 소재로 만든 뮤지컬이기에, ‘파가니니’를 보며 관객은 클래식과 뮤지컬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뮤지컬의 서정성과 록 클래식의 조합은, 극의 내용과 함께 보는 이를 전율에 젖게도 슬픔에 젖게도 만든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천재 아티스트의 삶을 엿보는 신비로움과 함께 그의 아픔과 고통을 간접적으로 관객이 경험하게 만든다. 공연에 몰입한 관객은 뮤지컬과 클래식을 넘나들며, 치열한 화려함과 처절한 고통의 감정을 넘나들며, 실제 파가니니가 된 것처럼 복잡한 감정에 휩싸일 수도 있다.
◇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vs. 공허하고 상실된 영혼
파가니니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신조차 질투한 천재’, ‘1초에 18개의 음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수식어를 가진 인물이다. 뮤지컬을 보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 느껴진다. 그 중에서 ‘신조차 질투한 천재’라는 표현은, 어쩌면 신을 섬기는 자들이 신으로부터 파가니니만큼의 재능을 부여받지 못한 자신들의 질투를 감추기 위해 사용한 표현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 공연을 보면서 들었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경이로움과 그의 공허하고 상실된 영혼을 함께 보여준다. 실제로 가수, 연주자, 배우는 무대에서 다 쏟아 붇고 나면 공허해진다. 특히 그날 아티스트 본인이 만족할 정도로 공연을 했을 경우, 더욱 공허해지기 마련이다.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뽑아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행복한 아티스트도 빼어난 공연 후에는 공허해질 수 있는데, 상실과 아픔 속에 있던 파가니니는 어땠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진다.
그런데 ‘파가니니’에는 그런 감정에 공감했던 관객을 다시 감동의 공간으로 데려오는 시간이 있다. 실제 액터 뮤지션이 선사하는 7분간의 경이로운 바이올린 독주이다. 극악의 난도라 불리는 ‘라 캄파넬라’, ‘24개의 카프리스’를 직접 듣는 경험은, 그것도 2시간 이상을 감정이입한 상태에서 듣는 경험은 뜻 깊을 수밖에 없다.
◇ 김경수의 작품 해석력과 노력이 온전히 느껴진 ‘스페셜 콘서트’
뮤지컬 ‘파가니니’는 ‘스페셜 커튼콜’, ‘파가니니 클래스’, ‘100회 기념, 비르투오소 연주회’, ‘럭키드로우’, ‘HJ 멤버십 데이’, ‘오시오 카페 X 파가니니’, ‘파가니니 식사패키지’ 등 다양한 공연 이벤트가 부대행사로 함께 한다.
그 중에서 ‘스페셜 커튼콜’은 4월 27일부터 5월 11일까지 중 14회차 동안, 기존 커튼콜 종료 후에 스페셜 커튼콜이 진행된다. 재미있는 점은 기존 커튼콜은 촬영이 불가하지만, ‘스페셜 커튼콜’에서는 플래시 및 보조광을 사용하지 않은 사진 및 영상 촬영 가능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관람한 4월 28일 낮 공연의 ‘스페셜 커튼콜’은 'dies irae'라는 곡을 김경수 배우가 펼친 시간이었다. 커튼콜인데 사진과 영상을 찍느라고 셔터를 누르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관객석이 조용했다. 사람의 환호 소리대신 기계음이 관객석을 점유한 시간은, 마치 기자를 대상으로 한 시사회처럼 느껴졌다.
김경수 배우가 맡은 루치오 아포스 신부는, 파가니니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분명 빌런이지만 자기 나름의 원칙과 신념이 있다. 그러면서도 극의 마지막에는 인간적인 고뇌도 드러낸다.
본 공연에서 김경수는 신부님의 홀리함과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인간의 욕망을 절절하게 표현하며 극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다. ‘스페셜 커튼콜’로 집중해서 다시 보니, 김경수가 얼마나 작품을 위해 디테일을 채웠는지 보였다.
배역이 가진 대척점의 정서를 균형 있게 살리면서 뮤지컬 넘버를 공연의 흐름에 맞춰가는 모습을 보며, 그가 얼마나 작품 해석에 진심이고 그에 맞게 노력했는지가 느껴졌다. 뮤지컬에서의 배역이 아닌, 단독 콘서트의 아티스트로 그를 만난다면 얼마나 더 감동적일까 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