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는 콘퍼런스가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주최로 9일 오전 JW메리어트호텔 강남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 강남훈 회장은 기념사에서 '최근 자동차 산업은 환경과 기술변화의 가속화로 전동화와 SDV화, 스마트화라는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에 직면하고 있다. 테슬라, BYD 등 새로운 기업들이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고, 배터리부터 AI, S/W까지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의 부상으로 자동차 산업의 패권이 이동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라며 ”또한 주요국들의 미래차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보호무역주의도 강화되고 있어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따라서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학계, 민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으나 각국의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노력으로 전기차 수요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정부의 보조금과 세제지원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 또한 업계에서도 SDV화에 대응하기 위해 SW 인력을 보강하고, IT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인력 확보를 위한 정부와 학계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콘퍼런스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김효선 서기관이 '미래차 전환 정책 방향'을, 하이투자증권 고태봉 상무가 '한국자동차, 미래 모빌리티 전환의 미션을 완수하라'를, 국민대학교 정구민 교수는 'SDV 확산에 따른 산업 생태계 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김효선 서기관은 '미래차 전환 정책 방향' 주제발표에서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 SDV화, 스마트화 등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향후 10년 이내에 엄청난 산업 생태계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은 자율주행, 커넥티비티가 강조되고 있으며, 또한 IRA나 자국 생산 유도 정책이 있고, 공급망이 불안해지고 있다. 전동화와 자율화, 지능화가 강조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매출액 100억원 미만 기업이 83%나 되는 등 영세 부품 기업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 민간기업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미래차 생태계 조성을 위해 '미래차 전환 촉진을 위한 자금·일감 공급, 핵심 기술 확보 및 전문 인력 양성, 모빌리티 규제혁신 등'의 산업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15조1000억원 이상을 지원할 것이며, 친환경차 취득세 개소세 감면 연장 추진. 2030년까지 충전 인프라 123만기 확충. 95조원의 기업 투자를 촉진해 전기차 생산을 다섯 배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현재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정기 검사 내실화와 화재 대응 능력, 전기차 정비 국가직무 능력표준 마련과 정비 시험기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고속도로 휴게소 급속 충전기 보급 유도와 의무 수량 신청 시 가중치 부여도 진행한다.
전기차는 현재 수요 둔화에 직면해 있다. 2021년에는 115.3%이던 성장률이 2023년에는 27.8%에 머물렀다. 탄소규제 강화도 풀어야 할 과제다. 앞으로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평가하므로 부품 기업도 준비해야 한지만, 현재 한국 부품 기업은 53.5%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 중국업체들이 내수 경쟁으로 인해 해외 진출을 가속하는 점과 미국 대선 이후 친환경차 정책 변화 가능성, EU의 중국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도 변수로 꼽힌다.
하이투자증권 고태봉 상무는 '한국자동차, 미래 모빌리티 전환의 미션을 완수하라'라는 주제발표에서 “자동차 산업은 전동화와 AI를 중심으로 한 자율주행 등의 기술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선진국이 먼저 시도한 패러다임 전환은 막강한 공급망과 생태계를 확보한 중국이 친환경차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독일과 미국은 전기차 지원을 축소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보이고, 테슬라도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다“라며 '한국 자동차기업들은 잘 짜인 포트폴리오를 균형적으로 운영하되, 연구개발에서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특히 부족한 자율주행 분야에서 인공지능과의 접목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재 유치나 테크 기업, 스타트업과의 협업, 인수·합병 등 많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중국보다 가성비에서 열세인 부분은 아키텍처의 변화나 스마트팩토리로의 전환 등을 통해 생산비용 절감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토요타와 혼다, 닛산, 현대차, 기아 등 다섯 개 기업 정도가 대응 가능한데, 현재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오래 못 갈 것“이라며 “지난 8년 동안 IT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테슬라, 엔비디아와 협력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고 상무는 “일본은 디지털 전환에 응하지 못했지만, 한국은 이 분야 세계 2위이고 AI는 6위”라며 “SDV 시대에는 플래시 메모리보다 차세대 메모리를 써야 하는데, 이를 현대차그룹 혼자 할 수 없으므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테슬라는 로보택시 출시를 발표했고, 2조원을 들여 데이터 센터를 짓는다”라고 말하면서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분야를 잘하고 있지만, 자율주행 분야는 아직 멀었다”라고 꼬집었다.
국민대학교 정구민 교수는 “SDV 확산에 따른 산업 생태계 변화와 과제'에서 'SDV(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는 차량 진화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차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서 최신 기능을 내려받고, 소프트웨어 오류나 리콜에 대비할 수 있으며,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차량가지 보존, 관리비용 절감,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며 SDV 경쟁에서 뒤처지면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이에 주요 자동차사들은 SDV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해 가고 있다'라며 '한국자동차산업은 SDV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관련 회사들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ICT-소프트웨어-자동차 기술의 융합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라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어 이종욱 서울여자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미래 모빌리티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토론에서, 양진수 HMG경영연구원 상무는 “세계자동차 산업에서 중국업체와 경쟁하기는 쉽지 않은 과제다. 일차적으로 중국이 앞서고 있는 원가, 속도 면에서 격차를 좁히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 지원 및 육성이 필요하고, 완성차 업체 또한 내부적인 혁신과 외부와의 개방적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향상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미래차산업에 필요한 반도체, 배터리, AI 등에서 비교적 높은 기술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이를 통해 중국업체와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재관 소장은 “자율주행기술이 자동차 및 도로교통, 통신인프라 그리고 법 제도와 같은 사회적, 산업적 기반에 대한 불안감을 해결해 나가며 미래 먹거리로 안착시킬지가 중요하다. 자율주행기업이 적기에 사업화 추진을 위해서는 먼저, 자율주행 관련 기술과 제품의 사업화를 위한 안전기준과 산업규격의 정립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율주행차의 자동화 레벨에 따른 기술과 제품의 성능확보 및 보험 등 배상책임 준비도 시급하다. 또, 자율주행 관련 기술과 제품의 다양성을 고려해 '수평적인 산업융합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율주행차 사업 실증을 확대하고, 실세계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edge case들에 대한 가상환경에서의 핵심 SW 설계 및 시뮬레이션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dge case란 알고리즘이 처리하는 데이터의 값이 알고리즘의 특성에 따른 일정한 범위를 넘으면 발생하는 문제를 가리킨다.
홍성수 서울대학교 교수는 “차량으로서의 SDV는 기능 안전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IT 업계 제공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자동차 업계에서 SDV에 대한 현실적인 기술적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라며 'SDV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로드맵과 구현전략이 필요하다. 발전단계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로드맵을 도출하고 그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정의해야 한다. 또한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위한 표준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정립하고, 핵심적인 시스템 소프트웨어 인재를 육성하는 실천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했다.
홍 교수는 또한 “SDV는 서비스를 얹어서 팔면 수익이 극대화되는데, 현대차는 아직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부족하다”라면서 “고객이 요구하는 킬러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해 “법 제도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 난관이 많다”라면서 실용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올해 글로벌 전기차 수요는 전년 대비 19% 포인트 증가한 1700만 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지만, 중국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전기차 판매가 부진해지자 중국업체 주도로 가격 인하 경쟁이 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수요는 일시적으로 둔화했다가 1~2년간의 조정기를 거쳐 다시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부터 전기차 내수는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나마 중국이나 독일의 과거 사례처럼 구매보조금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전기차의 버스 전용차로 진입 허용도 대중교통 이해관계자들과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 원장은 또한 “기술 표준은 판매가 많아야 가능한데, 중국은 이런 면에서 가장 유리하며, 우리나라는 데이터가 많은데 공유가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소프트웨어 강국이어서 SDV로 판을 바꾸겠다는데, 우리나라는 데이터 관련 인력이 부족하고, 수도권에 시험 센터가 없다는 점도 이 원장은 문제로 꼽았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